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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개관을 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디자인에 대해 지식도, 철학도 없는 건축주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 수 있는 권한을 쥐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동아일보와 건축전문지 월간 SPACE가 공동으로 건축가 1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하여 뽑은 "한국 최악의 현대 건축 20"에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오세훈 전 시장의 작품이 1,4,5위를 차지하여 "과연 오세훈"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14위를 차지한 광화문 광장 역시 오세훈 시장의 작품입니다.)


이런 천박한 건물을 보러가줄 마음은 전혀 없지만, 간송 미술관의 작품들, 특히 한번도 보지 못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시한다기에 미세먼지가 좀 있다는 일요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홈페이지의 빈곤한 철학 이야기부터 하고 싶군요.


건축물이 지역을 유명하게 했다고 많이 들먹이는 예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입니다. 비정형 건축의 대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이지요. 자하 하디드역시 비정형 건축으로 이름 높으니 두 건물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한 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첫 페이지

자. 이게 ddp.or.kr 홈페이지의 메인입니다. 딱 보기에도 대학 2학년 전산-홈페이지개발 과목의 기말과제 수준으로 만들어 놨군요. 왜 그렇게 단언할 수 있냐고요? 만든 사람들(운영자)가 무얼 홈페이지에서 보여줄지, 누구에게 보여줄지에 대해 생각이 없기 때문이지요. 



다음은 빌바오 구겐하임의 홈페이지입니다. 비교해 봅시다. 일단 DDP의 홈페이지와 차이는 무엇일까요? DDP 홈페이지가 가입하면 달리 보여줄 것도 없는 주제에 그냥 남들이 하니까 회원가입/로그인 메뉴를 달아둔 것 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적어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노리고 있다면 적어도 중국어/한국어/영어/일본어는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하지 않나요? 구겐하임은 스페인어, 영어 등 외국어 선택이 우상단에 분명히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DDP 어쩌고는 도대체 왜 만들어 둔걸까요? 이용자가 아래 보이는 화살표를 눌러야 어떤 전시가 있는지 하는 페이지가 나타납니다. 국민의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저 중요한 첫 페이지를 낭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꿈꾸고, 만들고, 누리고, 창조산업 발신지고 어쩌고 사람들은 거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이 건물이 대한민국 디자인 발전에 공헌할지도 관심없습니다. 그냥 콘텐츠를 중심으로 올려두란 말입니다!!!! 네이버나 다음 홈페이지에서 회사들이 "창업이념"이 뭔지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아마존 서비스가 인류 생활에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거 본적있나요? 사람들이 관심있는 건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에요. 그걸 보여주란 말입니다. 


2. 전시소개


전시소개 페이지입니다. 국내 미술관, 박물관 홈페이지 한심한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전시소개 페이지도 대학교 2학년 수준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2학년 여러분의 창의성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돈 안들였다기 보다, 생각하기 귀찮았던 티가 팍팍 납니다. 거기에, 모든 전시 정보가 '규격화'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시되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부분은 아예, 네버, 절대 없습니다. 거기에 일단 내용을 읽어보면, 가능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도록 고민해서 쓴 독립선언서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깁니다. 

"이 전시를 통해 개념적 디자인의 이해를 넘어 삶을 위한 이행으로서의 디자인 통찰력과 융합성 일상성을 전달하고...." 고마 확~


빌바오의 전시중 "Ernesto Neto The Body That Carries Me"라는 전시를 설명하는 페이지의 일부입니다. 브라질의 "Contemporary Visual Artist",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지만 현대설치미술가 정도 되려나요? 어쨌든 저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장르입니다만, 다양한 사진과 눈에 띄는 글씨로 이용자들이 보기 쉽고, 주목하기 쉽도록 만들어놨습니다. 


전시의 주요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메인 소개페이지에는 간추린 내용이 있고, Find Out More를 누르면,



이런 식으로 상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해설도 가능한 쉽게 쓰려고 (그래봤자 어렵지만)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들어가있습니다. 조심스런 단어 선택과 평이한 문체.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글입니다. 


3. 건물에 대한 설명

DDP 홈페이지의 주요 컨텐츠로, 각각의 장소들을 설명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이 장소의 특징이 미래로 통하는 독특한 진입장소랍니다. 뭔 소리인지 아시겠나요? 참고로, 빌바오의 건물 외관 설명을 보겠습니다.



매력적인 통로와 광장으로 둘러쌓인 미술관 건물은 (빌바오)의 과거 산업단지였던 구역을 재개발한 지역에 세워졌습니다. 빌바오 미술관의 주 입장통로와 광장은 빌바오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메인 스트리트인 Calle Lparragirre로부터 뻗어있어서, 빌바오시의 중심을 미술관의 입구까지 연장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입구를 지나 광장에 들어오면, 방문자들은 넓은 계단을 따라 내려와 미술관의 핵심시설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계단을 내려와서 입장하는 것은 기존 박물관에서는 찾기 어려운 데, 박물관이 위치한 Nervion 강변과 빌바오 시티의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발번역이지만, 빌바오의 설명은 건축가의 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단순히 건물을 이상하게 지어두면 미래로 통하는 문이 되는건가요? 왜 저런시도를 했는지, 건축의도는 무엇인지를 분명히 설명해주어야 사람들은 그곳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이해'를 하기 시작합니다. 비행접시가 내려앉은 듯한 신기한 건물만 만들어두면 디자인 수도가 될거라고 믿는 사람에게서야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지만요.  


빌바오 미술관에 관한 유튜브의 다큐멘터리를 하나 소개합니다. 영어 자막도 있으니 감상하시지요. 

안보이시는 분은  https://www.youtube.com/watch?v=7dm3M6rs6oI 링크로


다음 글에서는 한 번 건물안으로 들어가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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