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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 묵은 이야기입니다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오르세 전시회를 보고 기대보다 많이 빈약함에 실망해서, 옛사진을 뒤적거려보았습니다. 파리에서 체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단연 가장 인상깊은 곳이 오르세였지요. 파리의 무수한 달다구리들보다도 더. 


레오폴드 세라드 셍고르 인도교(Passerelle Léopold-Sédar-Senghor)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의 모습입니다. 유람선이 한가로이 지나가네요. 센강을 직접 보기 전에는 우리나라 한강 정도 되는 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강에 비하면 좀 아담한 강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들어가기 전에 정문 옆에 있던 코뿔소에 눈길이 갑니다. 알프레드 자크마르(Alfred Jacquemart)의 코뿔소입니다. 우툴두툴한 피부까지 세밀히 표현한 게 눈길이 가네요.


미술관 입구 정원에, 특별전시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습니다. 포스터 뒤로도 조각상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저때는 빨리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생각해서, 제대로 눈여겨 보지도 않았네요. 전시회는 19세기 이탈리아 사진과 회화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네요. [참고설명]


입구입니다. 어지간한 극장보다 더 화려하네요. 아직 본격적인 여행철이 아니어서 구경하기 좋았던 때였습니다. 


매표소는 건물 안에 있습니다. 여행객인 듯 한 여성분이 저리 있는 걸 보니 인천공항 항공사같은 느낌이 들죠?


박물관 내부는 참으로 독특한 구조입니다.  천정까지 높이는 32m, 유럽 주요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기차역스러운 모습입니다. 원래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만들어진 기차역을 개조한 것이니 당연한 거겠죠. 당시 박람회의 건물들은 프랑스의 산업과 철강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표적인게 에펠탑과 박람회장으로 쓰였던 수정궁전이었습니다.) 이 건물도 주요 뼈대는 철골, 천정은 유리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이 건물이 에펠탑이나 박람회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변에 있는 루브르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겉은 화려하게 대리석으로 파사드를 만들어 덧씌웠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오르세 기차역이 없어진 이후, 건물을 어떻게 쓸지 오랫동안 논의가 이루어지다 마침내 미술관으로 변신하게 된 거지요.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교과서에서 보던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빕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때 개관했다는 흔적을 벽 한쪽에 남겨두고 있네요.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커다란 돌로 눈에 띄게 대통령 어쩌구... 를 남기죠? 그것보다는 보기 좋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방식은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작품 전체를 유리로 둘러쌓기 보다는 공간에 녹아서 자연스럽게 "여러각도에서" 감상하도록 합니다. 미술품의 '한면'만 보는 게 아니라 여려면을 봄으로써, 또 칸막이 없이 보게 함으로써 예술을 좀 더 가까이 느끼게 하려는 것이지요. 위의 사진처럼 전시하기 때문에 손에 잡을 듯 샅샅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손을 대면 안되지요. 이 작품은 1층에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있는 대리석상, 오귀스트 클레진저의 '뱀에 물린 여자'라는 작품입니다. 정말 가까이서 볼 수 있죠? 


이 조각은 작품 자체보다는 모티브가 된 인물이 흥미로운 데, 나폴레옹 3세 시절 금융계 거물의 정부로 파리 사교계 여왕으로 불리웠던 아폴로니 사바티에의 몸을 석고로 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게 당시 남자들이 열렬히 찬미하고 갈구하던 나이스바디라는 건데... 음... 뭐 어쨌든 성적 황홀경에 빠진 것을 뱀에 물렸다는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조각상이 취하고 있는 누운 자세역시 '고급매춘부'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당시 아폴로니 사바티에는 Grande Horizontales로 불린 여인들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직역하면 "위대한 수평선"이라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파리를 지배하는 남자들을 안달나게 했던 바닥에 드러누운 여성, 즉 고급매춘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실제 모델이라는 '마리 뒤플레시스', 하룻밤 화대로 1만프랑을 불렀다는 라 파이바, 나폴레옹 3세의 동생과 사촌과 동시에 바람을 폈던 '코라 펄', 그리고 사교계 여왕인 '아폴로니 사바티에', 이 4명의 여인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무슨 사천왕같군요.


안으로 걸어 들어가다 뒤를 돌아보면, 정면에 이렇게 멋진 시계를 볼 수 있습니다. 기차역때 쓰던 시계를 그대로 보존했다고 하네요. 미술관과 기차역 시계, 어딘가 안어울릴 거 같지만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1층 중간쯤에서는, 장 바티스트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의 작품 우골리노(Ugolino)를 볼 수 있습니다. 카르포는 프랑스 조각의 거장으로 춤에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샤를르 가르니에가, 카르포에게 파리 오페라 궁전의 건물 정면을 장식할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는 이야기를 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가르니에 궁이 처음 오픈되었을 때는 너무 포르노스럽다고 잉크병 테러를 받기도 했다지만 어쨌든 그만큼 역동적이고 리얼한 조각으로 유명했던 사람이었죠. 


위 작품, 우골리노는 비극성으로 유명한 소재입니다. 13세기 이탈리아 피사에 실존했던 사람으로 손자와 사이가 나빴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자를 쫓아내기 위해 반대파인 루지에리와 손을 잡아 손자를 몰아내는데는 성공하지만, 반대파가 이 일을 계기로 세력을 얻어 우골리노와 그의 자손들을 탑에 가두고 그 열쇠를 강에 던져버리고 먹을 것을 주지 않습니다. 아들과 손자들이 감옥에서 굶주림으로 죽어나가고 우골리노는 영양실조로 장님이 된 후, 정신마져 혼미해져 자손들의 시체를 먹어치우며 연명하다 끝내 죽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재구성되어 유명해졌고 후에 낭만주의 시대에 많은 작품들의 모티브가 됩니다. 로뎅의 지옥문 중에서도 우골리노의 이야기가 일부 나오지요. 감옥안에서 죽어가는 자손들과 고뇌하는 우골리노의 모습을 청동으로 만든 걸작입니다. 


조각 뒤에 있는 작품은 '쇠퇴기의 로마인들'이라는 쿠튀르의 걸작인데, 로마의 멸망은 적이 아닌 내부의 사치, 방종 뭐 그런 것 때문이라는 내용이지만 저런 스타일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이만 패스하지요.



카로포의 작품 중에, 또다른 걸작 "고동을 귀에 대고 있는 소년"이라는 작품입니다. 올해가 카르포의 해라도 되는지 3월에는 뉴욕 메트에서 카르포 특별전을 하더니, 6월부터는 오르세에서 진행하네요. 우골리노도 고뇌하는 표정을 정말 잘 나타냈는데 소년의 기묘한 흥미, 즐거운 표정을 정말 잘 나타낸 걸작입니다. 불행히도 저는 이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한 듯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MET에서 찍은 사진만 만장이 넘어서 다 뒤져 보기도 그렇고. 저런 작품을 못기억 할리가 없는데....


[사진손실]


참고로 위에서 말씀드린 더 댄스, 가르니에 궁 문앞에 있는 작품입니다. 표정하나하나와 몸의 선이 아름답지요. 이건 복제품이고 원본은 오르세 미술관, 우골리노 부근에 있는데... 사진을 찾을 수가 없네요. 별 수 없이 가르니에 앞에 있는 복제품 사진이라도 올립니다.


역시 Carpoaux의 작품, 세계를 떠 받치고 있는 4인방(The Four Parts of the World holding the Celestial Sphere)쯤으로 해석되는 작품입니다. 사진이 좀 흐린데, 제대로 보고 싶으면 구글에서 보실 수 있지요. 각각의 인물들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나타냅니다. 


유럽 미술관의 부러운 점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생님과 토론하며 미술품을 보는 눈과 흥미를 어릴 때부터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모든 미술관에서는 어디든 아이들이 우선이고 이런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면 그 작품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아이들을 밀어제치고 접근하는 건 금기사항에 가깝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들 뒤에서 조각같은(?) 포즈로 팔자좋게 드러누워 있는 저 아저씨는 도대체 뭘까요?


까미유 끌로델의 Maturity라는 작품입니다. 사진을 좀 이상한 각도에서 찍었는데.... 정면 사진을 보고 싶으시면 [여기] 링크를 눌러보시면 됩니다. 어쨌든 떠나는 남자에게 무릎을 꿇고 애절하게 비는 듯한 작품인데요. 로뎅과의 이별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미쳐버릴 듯한 이별의 괴로움이 절절이 나타난 작품입니다. 제 사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요.


2층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의 전경입니다. 자연채광의 위력이 대단하죠. 나름 꽤 미술관을 드나든 저이지만 이렇게 빛이 감상에 적합한 미술관은 본 적이 없네요.  (초여름 오후시간 기준) 좀 어둡게 찍힌 편인데 실제로 가보면 이보다는 훨씬 밝고 화사한 조명입니다. 미술품 감상하기에 정말 좋더군요. 물론 대부분 회화들은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고, 방안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아래를 내려보면, 우골리노가 혼자서 외롭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만은 좀 더 좁고 어두운 방에서 공개하는 게 분위기가 더 살텐데 말이지요.


어니스트 바리아스(Ernest Barrias)의 악어 사냥꾼이라는 작품입니다. 역동적인 작품이라 아이들도 흥미를 가질만한 작품이어서인지 여기서도 선생님 한 분이 설명을 하고 계시군요. 악어와 식물, 그리고 사냥꾼의 섬세한 표정이 멋진 작품이네요. 이 작품은 그런데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두었지요? 아무래도 악어꼬리를 만지면 파손될 거 같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실제로 보니, 악어꼬리의 일부가 부서져 있기도 하구요. 과거에도 그런 예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같은 작가, 어니스트 바리아스의 작품. "과학의 등장으로 베일을 벗는 자연"이라는 19세기 과학 발전을 찬미하는 작품입니다. 좀 떨어져서 봤을 때는 대리석 조각에 옷을 입혀둔 줄 알았습니다만, 저 옷과 장신구 모두 자연석의 색을 이용해서 조각한 것입니다. 예술작품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스타일을 가리켜 'polychrome'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조각에 금박을 입히는 등, 다채로운 색을 입힌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왔습니다만 이렇게 정밀하게 색을 표현한 작품을 실물로 보니 감탄스럽네요.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 붉은색 대리석과 오닉스, 산호 등을 이용했고 가슴부분에 있는 푸른색은 Lapis Lazuli(청금석)라는 광물을 썼다네요. 마음에 드는 광물을 찾기위해서 알제리까지 가서 광산을 뒤졌다고 합니다.


쥘(Jules Corton)의  '독수리 사냥꾼'입니다. 프랑스어로는 발음이 어찌되나 모르겠는데  Les Chasseurs d'aigles라고 쓰더군요. 실물 작품은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에 있고, 오르세에 있는 건 석고본이라고 합니다. 이 작가는 들어보신 적이 없더라도 해외 여행 좀 다녀보신 분들은 "뉴욕 Grand Central 건물 입구의 조각의 디자인을 이 사람이 했데요."라고 들으신다면 좀 더 친근감을 느끼실 거 같습니다. 석고본으로 디자인은 Jules가 하고 조각자체는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들은 Getty 무료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네요. 보신 기억이 있으시죠? 저도 뉴욕 처음 갔을 때 택시 안에서 이 건물을 지나치면서 창문을 통해서 정신없이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Emmanuel Fremiet의 성 미쉘 드래곤을 죽이다(Saint Michel terrassant le dragon)라는 작품입니다. 이 사진도 각도가 시원찮은데, 미술관 공식 예쁜 사진을 보시려면 [링크]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성 미쉘은 대천사장 미카엘을 가리키는 것이고 서양에서 흔히 사탄과 하나로 생각된 '드래곤'을 천사들과 함께 무찌른다는 내용의 전설을 조각한 것입니다. 어쩐지 써놓고보니 어린이 만화 주제같군요. 원래 기독교에서 구전되는 전설의 내용은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용을 무찌르는 것이고 용의 일곱개의 머리는 일곱개의 대표적인 죄악을 의미합니다. 


밟힌 채로 절규하는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네요. Jean-Leon Gerome, Aime Morot의 작품입니다. Gerome는 Morot의 장인이자 스승이었구요, 이 작품은 사위가 장인에게 바치는 작품(?)이랄까요? Gerome의 the Gladiator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을 살펴보는 Gerome(왼쪽에 있는 수염난 남자)을 만들었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다음 글에서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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