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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서 풍경을 보느라 시간이 상당히 늦어졌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여유있게 마이애미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홈스테드에 있는 로버트 이즈 히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질락말락한 시간. 뭐 그래도 안들리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로버트 이즈 히어로 가려면 마이애미로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서 에버글레이즈 공원으로 가는 길로 10분 정도 서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가 6시 정도였던가? 가게가 안보이는 데 가게에서 대략 200미터 가량 더 들어와서 세워서 그렇습니다. 길 옆으로 주차장이 쭉 펼쳐 있고요 오른 쪽에는 로버트 이즈 히어에 잠시 들리려고 불법으로 주차한 차들이 꼬리를 물고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인기네요.


어쩌다 보니 정면 사진을 찍지 못해서 구글검색으로 퍼온 이미지를 보여드립니다. 가게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작다고 하기도 어중간하고요. 매장 자체만 놓고 보면 동네 홈플러스보다 좀 큰 정도? 미국의 어지간한 홀푸드 마켓 매장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은 실제보다 더 작아보이네요. 지붕에 있는 Robert Is Here라는 간판이 너무 커서, 건물이 작아보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회사의 주장에 따른다면 이 가게는 1959년 창업했습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사실 창업자는 로버트씨라기 보다는 그의 아버지로 보는 게 맞지요. 1959년 그의 아버지는 어느날 토요일 6살 난 꼬마 로버트(위의 사진의 저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에게 수확한 오이를 길가에 쌓아두고 팔라고 명합니다. 미국 파머스 마켓에 가면 꼬마애들이 부모를 거들어 장사를 돕는 걸 흔히 볼 수 있으니 드문 이야기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날 장사는 대실패했고, 그 아버지는 '애가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못본게 틀림없어' 라고 생각한 후 붉은 글씨로 크게 'Robert Is Here'라고 써서 아이 옆에 놔두었습니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꼬마애가 땡볕에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뭐라도 사주자, 값을 쉽게 깎지 못하게 하자 라는 궁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팔려는 제품 위주로 '오이 팝니다'라는 문구보다 꼬마 아이를 강조한 광고문구를 만든 건 그런 궁리의 결과였겠죠. 어쨌든 이 마케팅은 대박을 쳤고 로버트는 점심 때 쯤 오이를 몽땅 파는 쾌거를 이룹니다. 판매 경로를 확보한 장사꾼에게는 제품판매 의뢰가 들어오기 마련. 이웃집에서 토마토도 같이 팔아달라고 가져왔고 로버트는 여섯살 부터 자동차 길 옆에서 고된 노동을 시작합니다. 

"가족을 직원과 같이" 

가 아마 로버트 아버지의 뜻깊은 방침이였던지, 어린 로버트는 크리스마스 휴가에도 쉬지 못하고 내내 어린 여동생 로즈와 함께 농작물을 팔아야 했습니다. 아마도 그 무렵의 로버트는 학교를 가게 되는 다음 해 봄만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가게 되면 장사를 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로버트의 어머니는 로버트가 없을 때는 깡통을 놔두어 돈을 넣고 가게하는 첨단(?) 무인판매시스템을 구축했고 -미국에서는 Honor sale system이라고 함- , 버스 기사와 교섭해서 학교가 끝나고 귀가하는 로버트를 집이 아닌 과일 판매대에 내려주도록 합니다. 밤이 늦어질 때 까지 로버트는 과일과 농작물을 팔아야 했고, 어둑어둑해지면 비로서 어머니는 로버트를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하지만 로버트는 결국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댓가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는 그의 가족이 모 가수의 가족처럼 애의 등골만 빨아먹는 막장 가족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의 아버지는 아들이 번돈을 착실하게 저축했고, 로버트는 불과 14세가 되었을 때 그 돈으로 땅 10 에이커를 (약 12,000평) 사서 자신이 직접 열대 과일을 재배하기로 하지요. 여기서 로버트는 사업감각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키우기로 한 과일은 '아보카도'였는데 당시 미국에서 샐러드에 아보카드를 넣는 레시피가 한창 유행할 때였기에 아보카도 농사가 대박을 쳐 사업은 순풍을 탄 듯 성장하게 됩니다. 1974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마침내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로 한 로버트는 '로버트 이즈 히어 유한회사(Robert Is Here Inc.)'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주위 농장에서 과일, 작물을 수급하여 판매하는 밴더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플로리다 남부의 가장 유명한 과일가게로 성장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유한회사이기에 재무사항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매출을 올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 매출은 연 100억원 수준인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종업원은 계절에 따라 20명 ~ 50명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한국과 유사합니다. 바쁠 때는 임시 직원을 더 고용하는거죠. 일부 삐딱한 시선으로 쓴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정직원은 로버트를 포함 직계 4명 밖에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다 비정규직이죠. 뭐 참고만 하고 넘어가세요.

가게에 가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줄 서 있는 사람들. 이 집의 대박 상품인 생과일로 만든 밀크 쉐이크를 먹기 위한 줄입니다. 일단 도착하는 즉시 줄부터 서야합니다.


가격은 결코 싸지 않지만 양도 많고 가장 잘 익은 상태의 과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맛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건 딸기 + 바나나 조합인 듯 합니다. 아무래도 먼지 모르는 과일 보다는 아는 과일의 조합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법이죠. 그 외에도 Guanabana, Tamarind, Mamey같은 희긔한 과일도 있군요. Mamey는 여기서 그런 게 있다는 걸 처음 들은 아보카도 비슷한 과일인데 맛이 진하고 독특하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Sapote, Sapodilla, Canistel 등 난생 처음 들어본 열대 과일로도 쉐이크를 만들어 줍니다. 이 집이 인기 있는 이유겠죠. 위키피디아를 찾아봐야 뭔지 알 수 있는 과일들입니다.


일단 계산을 하면, 다음에는 나올 때 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사는 데 15분, 받는 데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바나나 밀크 쉐이크. 추천합니다!


이건 딸기. 이것도 진하고 맛있습니다. 밀크 쉐이크 하나로 즐거운 추억을 남기다니. 대단한 집이네요. 이 부근 가실 일 있으면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과일을 파는 지 좀 돌아볼까요? 스타 프루트. 태국에 출장 갔을 때 아침 부페에 나오길래 먹어보았는데 별로 제취향의 과일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Home Grown'이라는 점이 눈에 띄네요. 로버트 가게가 있는 곳이 홈스테드인데요 이 고장에서 길렀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로버트씨 농장에서 키운 과일과 이 고장 여러 농부들이 키운 과일을 섞어서 팔고 있다고 하네요.


이 토마토에는 Robert's Own이라고 표기 되었죠? 


로버트는 돈을 벌면 주변의 땅을 사서 광대한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농장에서 직접 길렀다는 의미입니다. 품질은 믿을 만 하겠군요.


역시 홈스테드 산 파파야. 크기가 상당히 크네요. 태국가서 많이 봤을텐데 이렇게 크진 않았던 거 같아요


인디안 리버에서 수확한 자몽. 인디안 리버는 플로리다 대서양 산호초 지대에서 흐르는 강입니다. 하지만 산지보다 중요한 건 Tree Ripened. 나무에서 다 익힌 뒤 수확했다는 의미죠. 당연히 훨씬 더 맛있다고 믿어집니다.


구아나바나? 그리비올라라고 하면 아시는 분이 있을지도. 항암 어쩌고 하면서 요즘 약장사들이 여기서 성분 추출해서 팔아먹고 있습니다


오. 텍사스 파머스 마켓에서 보았던 그런 토마토내요. 햇빛에 다 갈라지고 상처난 토마토입니다. 맛은? 잘 모르겠네요. 


역시 나무에서 다 익힌 뒤 딴 오렌지. 음.. 좀 사먹어 보고 싶었지만 낱개로 팔지를 않아서.


탠저린. 귤. 한국 귤과 맛을 비교해 보고 싶은데... 역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걸 사느라 바빠서 빼먹었어요


아보카도 씨알이 굵기도 하지. 옆에는 플로리다 특산 키 라임이 전시되어 있네요. 일반 라임보다 때깔이 작습니다.


동남아에서 흔히 보는 페르시안 라임과 레몬


이 아보카도가 바로 14세의 산 땅에서 자란 그 아보카도입니다. 로버트 농장에서 막 따가지고 온 아보카도.


블루베리와 딸기는 이 곳에서 대량재배를 안하는지 흔히 보는 물건을 가져다 놨네요. 실망이야


키위와 포도


맛있게 손질된 파인애플, 살려다가 깜빡 하고 사지 못한 아이템


토마토 소스를 만드는 데 좋은 로마 품종 토마토


크기가 커서 샌드위치 만드는 데 잘 쓰이는 비프스테이크 토마토입니다


석류도 팔구


오호. 좀 못생긴 과일도 모아서 따로 파니까 어쩐지 사고 싶잖아요?


시식하라고 나초와 과카몰레 소스를 듬뿍. 정말 아보카도 듬뿍 들여 만든 제대로 된 소스입니다


진하고 맛있는 레드 네이블 오렌지. 


가게 뒤에서는 종업원들이 쉴새없이 과일을 나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파란옷은 직계가족(정직원) 그 외의 색은 단기고용 인 듯 하네요. 위 사진의 직원이 입은 파란색과는 좀 다른 파란색 옷이요. 로버트씨와 극 소수 몇명만 같은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추측해 봅니다. 아님 말고-_-


왜인지는 모르지만 동물을 좋아하는지 가게 뒤에 정원에 넓게 동물원을 차려 두었더라고요.


나름 넓고 깨끗합니다


아이들이 동물을 만질 수도 있구요


블랙 앵거스 소도 키우고 있네요. 깨끗이 씼겼지만 냄새는 좀 납니다. 아무래도 동물들이니


과일 찌꺼기를 먹여서 키우면 맛 좋을 듯


동물을 만지고 손을 씼을 수 있게 해두었네요. 


해롤드라는 앵무새도 있습니다.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매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과일 말고 다른 것도 좀 구경해봅시다


맛있게 생긴 양파와... 이것이 6살 때 팔아서 전설의 레전드 시작을 이끌었던 오이입니다. 로버트 인생 아이템일 듯.


오이 옆에 이건 뭐죠? 옆에건 호박인데.


옥수수


다양한 과일 소스들


마늘, 향신료도 팝니다. 튜메릭이라니

타마린도 파네요. 인도나 태국의 향신료 시장에야 어림없지만 잘만 고르면 여기서 산 재료로 카레 만들어도 되겠어요.


가지. 미국 가지는 보통 꽤 크죠


고구마도 있습니다


감자튀김용으로 각광 받는 (길쭉해서 자르고 튀기면 되거든요) 러셋 감자도 있네요. 왼쪽 박처럼 생긴건 뭐더라?


엄청난 크기의 아스파라거스와 셀러리. 


라임관련 제품, 꿀, 잼도 팝니다


미네소타주에서 가져온 장작. 캠프 파이어 용인가봅니다.


땅콩. Bejamin? Benjamin의 오기겠죠?


키웨스트 처럼 코코넛으로 여러가지 기념품을 만들어 파네요


치키타 바나나와 애플 바나나. 이건 좀 샀는데 와우. 지금까지 먹은 바나나 중 가장 맛나게 키워진 놈들이었습니다.


애플 바나나는 좀 덜익었었는데 이틀 후 먹으니 이게 애플 바나나야? 라고 할 정도로 맛있더군요. 한국 마트에서 파는 건 지나치게 신맛이 많은데 이건 정말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사과같은 맛이 나더군요. 더 사올걸


달걀 노른자 맛이 난다는 카니스텔. 신기해서 샀는데 아직 덜익었는지 너무 딱딱하더군요. 조금 구워서 먹고는 버렸습니다. 생고구마스런 느낌이었어요


코코넛.


구석에서 과일이나 쉐이크를 마시고 갈 수 있지만 사람에 비해 자리가 많이 부족하더군요


열대 과일 사포딜라. 감자 아닙니다. 저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은 모릅니다


이 사람이 바로 어린 시절 가족과 같은 경영방침의 희생자 로버트씨입니다. 같이 기념촬영 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직접 포장도 해주고 제품 설명도 합니다. 산타할배 처럼 잘 웃는 인상이 호감을 주네요. 사업하려면 저래야죠. 저 파란 옷이 정규직만 입는 옷이라 추측됩니다.


람부탄도 파는군요. 먹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지만 다 살순 없죠.


저 파란사과 비슷한게 사포테, 아래는 무화과를 파는군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애플망고, 미국에서는 애플망고라고 하면 모르구요 Kent Mango라고 하더군요. 3개 샀는데 더 사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이게 또 대박코너인데, 이 동네에서 나는 꿀을 맛보고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 먹어봤죠.


독특한 맛으로는 망그로브, 화려한 풍미로는 열대 꽃들(Tropical Blossom), 산뜻한 맛으로는 키라임(Key Lime) 등등을 추천드립니다. 맛보고 직접 취향대로 고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잼들도 다양합니다. 


피클같은 절임류도 있네요. 사진 않았습니다.


소금은 뭐 별로 신경쓰지 않은 듯


시즈닝, 과일 소스도 있습니다.




과자류. 역시 사지 않아서 맛은모르는데 맛있어 보이네요




밀크 쉐이크를 사는 줄과 다른 제품을 사는 줄은 다릅니다. 가게 중앙에서 계산하면 됩니다. 정규직 파란색 옷에는 뭔가 호박같은 마크가 찍혀 있더군요.


애플 망고를 요구하는 중국인들. 창업주인 걸 알고 있는지 로버트씨에게 몰려갔네요.


우리 제품을 포장해주는 비정규직 직원과 오른쪽 직계 직원(으로 추정). 저렇게 박스에 포장해 줍니다. 꿀과 오렌지 주스, 바나나, 애플망고 등을 샀는데 저 오렌지 주스가 대단했습니다. 


1. 대단한 점 하나: 나무에서 익을 때 까지 키운 오렌지를 듬뿍 넣었음. 정말 오렌지 100% 그 이상의 느낌

2. 그럼에도 맛이 별로 없을 수 있음


예. 오렌지는 잘 익어도 쓰거나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오렌지는 잘 되지 않았는지 알갱이가 끊임없이 씹혔지만 저 주스는 별 맛 없더군요. 주스마다 차이가 클거라는 의미입니다.


밤이 늦었는데 쉐이크 줄은 줄어들 줄을 모르네요.


특히나 이런 플로리다 촌구석(?)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저렇게 많다니 놀랍습니다.


주차장도 여전히 복잡합니다. 정말 대박가게.


로버트 이즈 히어 주변은 전부 (로버트씨 회사 소유의) 농장입니다. 여기서 키운 걸 직접 뽑아서 파는거죠. 신선할 수 밖에 없겠군요. 이제 정말로 마이애미로 갑니다. 마이애미에서 겪었던 일들은 다음 글부터 쓰겠습니다.


* 참고로 이 부근에서 주유하는 게 가격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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