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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포스팅을 거의 올리지 못하고 있네요. 주말에 인왕산에 간 이야기나 해보겠습니다. 서울의 산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인데, 산이 멋있고, 지키는 군인들이 많아서 안전하고, 시내와 가깝고,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

 

인사동을 오르는 길은 단순합니다.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 방향으로 나가서, 황학정을 끼고 자동차도로를 따라 쭉 오르다보면 성곽길 옆으로 오르는 입구가 있습니다. 먼저 '범바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인왕산에서 청와대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철조망이나 경비 시설이 곳곳에 있습니다.



조금 올라다가 숨을 고르면서 뒤를 봅니다. 서울 외각 성벽이 뱀처럼 구불구불 따라오는 모습이나 멀리 남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서울 성벽 너머로 보이는 모자바위. 멀리 약간 귀 같은 걸 쫑긋 세우고 잇는 듯 보이는 바위입니다.


첫번째 만나게 되는 봉우리인 인왕산 범바위입니다. 사진으로는 안보이는데, 범바위 아래에는 옛날 호랑이가 살았음직한 동굴이 있어서 범바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봉산 같았으면 저 능선이 죽~ 사람으로 가득했겠지만 인왕산은 의외로 사람이 없어 좋습니다.


범바위를 넘으면, 이제 인왕산 정상인 낙월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마도 실제 암벽길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일반인이 무리없이 갈 수 있는 등산길 가운데는 제법 가파른 축에 속할 겁니다. 


어른 들이야 팔 다리가 기니 넘기 편하지만, 아이들은 제법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려보이는 애들도 척척 올라가더군요. 


봉우리 위에 핀 늦은 철쭉꽃을 배경으로 서울 시내를 둘러봅니다.


서울시내 전경, 경복궁입니다. 더 왼쪽으로 틀면 청와대인데... 그 쪽으로는 사진을 못찍게 하더군요. 참... 쓸데없는 짓 같습니다. 인공위성으로 들여다 보는 세상에 70년대 만들어 둔 듯한 경호 원칙을 바꾸지도 못하는 경직된 조직문화라니.


인왕산 정상입니다. 북한산의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사진에 있는 작은 바위가 진짜 정상인데 모두 한 번씩은 올라가보고 내려가네요. 수백년간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한 탓에 곳곳에 발디딜 자국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상에서 홍지문으로 가려면, 이렇게 바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아래 쪽은 절벽이네요. 저기 약간 판판한 바위가 치마바위. 중종이 즉위하고 역적의 딸이라고 해서 쫓겨난 신수근의 딸이 중종이 보라고 매일 치마를 걸었는데, 중종은 사실 금방 그녀를 잊고 잘 살았었죠. 뭐 어차피 전설일테니 


이런 식으로 커다란 바위 밑으로 난 길을 지나가게 됩니다. 전 이런 길이 좋더라구요.


어느새 멀어지는 정상의 모습


인왕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기차바위입니다. 백련봉이라고 불렸는데, 어느날 부턴가 기차바위라고 불리게 되었지요. 수락산에도 기차바위가 있는데 그건 기차가 지나가는 듯한 긴 자국이 바위사이에 있어서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고, 여기는 왜 그런 멋대가리 없는 이름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위 옆은 완전 낭떠러지입니다. 떨어지면 무사하지 못할 높이인데... '집들 좋다. 저기서 살았음 좋겠다.'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네요.


바위 위 능선을 따라 걸어갑니다. 


참 맘에 드는 동네지만 실제 살기에는 좀 불편하다고 합니다. 청와대 주변이라 제한도 많고 편의시설도 적은 편이어서요.


백련봉을 지나면, 청와대가 안보이게 되고 지금까지 잘 정비되었던 산길이 조금 덜(?) 관리된 상태로 변합니다. 청와대 보이는 곳이었으면 이런 곳에는 계단이나 손잡이가 있을텐데...


이런 줄하나 달랑있을 뿐이네요. 바위를 따라 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데, 경사는 심하지 않지만 바위가 부스러지고 있어서 약간 미끄럽습니다. 


도봉산 떡바위 만큼은 아니래도 제법 갈라져있는 바위.


반대편 능선, 은평구 쪽 광경입니다. 능선길이라 이쪽도 절벽이네요.


바위에 뿌리를 밖고 자라는 소나무가 참 많기도 합니다.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부암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저는 보통 여기로 내려 갑니다만, 이번에는 홍지문 쪽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사실 부암동 가는 길은 통행량이 많지 않고 정비가 안되어서 별로 즐겁지 않거든요. 그래도 항상 부암동으로 간 이유는 여기서 홍지문까지 가는 길은 기차바위 같은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죠.


홍지문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벼랑 옆으로 이렇게 계단을 만들어 둬서 편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이게 없을 때는 참 엉금엉금 기어서 다녔겠죠.


계단에서 바라본 북악산. 성벽이 감싸고 있네요. 저 성벽을 타고 올라가면 청와대, 경복궁 쪽을 돌아서 성북동 쪽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봄이라 나무마다 새순이 한창이네요.


여전히 군부대가 점유한 지역을 지나야 합니다.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 내부 순환도로를 이렇게 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뒷쪽으로는 아까 지나쳐온 기차바위(백련봉).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상명대 쪽으로 내려오게 되죠. 멀리 북한산 보현봉이 보입니다.


능선길을 조심스레 지나가다보면


잘못해서 구르면 제법 다칠 듯한 길입니다만, 뭐 까불지만 않으면 특별한 위험은 없습니다.


점점 지상의 도로와 가까워지고 있네요. 착륙하는 듯한 느낌


이쪽에도 서울 성곽이 있습니다. 봄이라 성곽을 감싼 넝쿨도 새잎이 돋았네요.


이쪽으로 올라오는 길은 사람이 저쪽보다 더 적나봅니다. 길이 상당히 좁군요.


드디어 도착.


지도에 따르면 대략 3km를 걸은 셈이네요. 경복궁 역부터 잡으면 4km가 좀 넘을 것 같습니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낮지만 아기자기 한 산이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겠지요.


뭐 산길을 걸었으니, 아무것도 안먹고 집에가서 조용히 저녁만 먹으면 살도 빠지고 좋겠지만 사람은 유혹에 약한 법. 지나가다 보니 뭔가 케이크를 파는 집이 보여서 들어가 봅니다. 품질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란을 듬뿍 쓰는 집인가 보네요. 그런데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거의 5시), 저런 식으로 상온에 놔둬야 하나? 하루종일 상온에 있고, 오늘 다 못썼으면 어디두지? 그대로 상온에 두나? 라는 불안감은 좀 들었습니다.


나름 재료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 집인 듯 싶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도, 싸지도 않네요. 크기를 감안하면 적당한 편.


왼쪽은 생강 케이크, 오른쪽은 당근 케이크. 

 

버터와 설탕을 듬뿍 넣은 듯한 스콘이 따뜻해 보여서 하나 구매했습니다.


가게에는 먹을 자리가 없어서 적당히 먹을 곳이 없을까 했는데, 마침 공원이 하나 나타나주시네요. 윤동주 시인의 언덕입니다. 이 동네와 윤동주 시인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했는데 연희 전문학교 (지금의 연세대)를 다닐 때 이 동네에서 하숙을 했고, 하숙집 터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건너편으로는 북악산이 보입니다. 저쪽 성곽길이 아주 가파르죠. 겨울에 멋모르고 올라가다 미끄러질 뻔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라잃은 현실에서 겪은 청년의 고민의 흔적이 서시, 별헤는 밤과 같이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애송하는 시가 된 거겠죠. 


이 자리에서 남산쪽을 보고 정선이 그린 그림이 남아있나 보네요. 남산타워가 있어서 좀 옛모습을 잃었지만, 남산이 아마도 예전에는 좀 더 뾰족한 산이었나 봅니다.


해가 져가다 교회 첨탑에 걸렸습니다. 


창의문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청와대 옆길로 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얼씬도 못하던 곳이지만 이제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번 씩 거치는 곳이 되었죠. 일반 시민의 통행도 허용됩니다.


청와대 부근에서 유숙하는 고양이. 먹을 것이 없는지 배고픈 표정이었는데 뭐 가진게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가진게 아까 산 스콘 뿐인데 줘도 될까 하고 SNS로 지인에게 물어보니 안된다고--;;;


북악산과 청와대. 다음 대통령은 좀 저 세금과 저 멋진 경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청와대에서 쭉 걸어내려오니 경복궁입니다. 고궁박물관에서 이런 과정이 있는 모양인데... 최고상궁-- 교육과정이라니 차라리 대장금 3주 연성 코스라고 하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조금 지체한 탓에 경복궁에 도착했더니 6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원래 일정은 여기서 경복궁을 가로질러서 인사동으로 가는 거였는데 안쪽 문이 닫혀서 광화문 쪽으로 약간 길게 돌기 싫어서 오늘의 탐방은 이걸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날씨도 좋고, 종종 이렇게 산책을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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