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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미술관 - 롯퐁기 블루보틀 - 미드타운 - 아카사카 스시 마츠모토(鮨 まつもと) - 캐피털 호텔 도큐


여행 셋째날 저녁에 걸었던 코스입니다. 구글맵으로보니 3km 정도 되네요. 무제한 티켓이 있으니 지하철을 타는게 정답이었는데, 미드타운에서 예약해둔 초밥집으로 가려면 걷는거나 차를 타는거나 그게 그 거리로 나오더라구요. 밥 먹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걸어서 칼로리를 소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걸었는데 (겸사겸사 아카사카 구경도 하구요) 길이 좁고 인도는 더욱 좁아서 걷기 불편했습니다. 역시 거리가 가까워도 그냥 지하철 타는게 좋겠네요. 


아카사카 지역의 중심지인 아카사카 비즈 타워 앞입니다. 미드타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일루미네이션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네요. 


발코니와 조명이 재미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좁지만 가격도 싸고, 편리한 비지니스 호텔이라고 하네요. 혼자오면 묶기 적당한 공간인 듯 합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카사카는 한국인 비지니스맨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한국 손님이 좋아할 만한 가게도 많고요. 이 빌딩만 봐도 사진으로는 글씨가 희미하지만 '준 피씨방'이라고 떡하니 있더라구요. 한국 술집과 돈 벌러온 호스테스, 호스트도 많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데 관광오신 분들이 한국말로 하면서 지나가서 놀라기도 했네요. 


오늘, 저에게 일용할 저녁식사를 제공할 스시 마츠모토가 있는 빌딩 입구입니다. 계단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엘레베이터가 있거든요. 


스시 마츠모토의 오너 쉐프 마츠모토상은 긴자 큐베이, 스시 카네사카에서 근무하다, 조선 호텔 스시조에 스카웃 되었습니다. 이후 스시조를 나와서, 청담 스시 마츠모토를 운영한 경험이 있지요. 한국에서 경험이 굉장히 많은 쉐프인데,  저는 스시조, 마츠모토 둘 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다시 연 이 가게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고 지인이 권해주셔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가게는 하나도 예약 못했어요


한국 가게를 접고, 일본에서 가게 오픈한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기물 들은 대부분 새것들입니다. 


재료 보관하는 빙장고. 현 일본 최고로 평가받는 스시 레스토랑, 스시 사이토에서 시작한 인테리어라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인께 들은 이야기라. 어쨌든 스시 사이토를 흉내내서 최근 여는 스시집들은 벽에 빙장고를 설치하는 게 유행이라 하더군요. 전기가 아니고 얼음을 넣어서 온도를 낮춘다고 합니다. 저는 초밥 경험이 많이 없어서 실물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금고같이 생긴 빙장고가 열리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재료는 전부 보통 초밥집과 마찬가지로 테이블 아래에서 꺼내시거나 이미 꺼내놓으셨더군요. 아마도 재료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게 내부 모습입니다. 별실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히노끼 앞의 좌석은 일곱석, 최대 여덟명까지 앉을 수 있겠더라구요. 그렇게 넓은 가게는 아니었습니다.


야채절임과 소금을 준비해 주시고, 


쌀쌀한 날이라고 처음에 조개 스프를 주시네요. 무슨 조개인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대합(煮蛤)이 초밥 코스 중에 포함되어있으니 삶으면서 나온 국물을 따로 주는 게 아닌가 싶네요. 몸이 따뜻해지고 감칠맛도 좋은 국물이었습니다. 시작이 좋군요. 


네부토라고 알려주신 작은 생선 튀김입니다. 머리가 제거 되어 있네요. 이 생선은 눈이 커서 머리까지 튀기면 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머리 씹어먹는 게 맛있다고 들었는데 아쉽습니다. 튀김으로 어울리는 생선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추가 주문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농어의 일종인데, 네부토는 지방 방언이고 정식 명칭은 텐지쿠다이(ネソブツダイ)입니다. 한국명은 '줄도화돔'이고요. 


전복 모양의 접시에 담겨 나온 찐 전복. 부들부들하고 식감도 좋았습니다. 


동행분이 시킨 우쓰하리에 담긴 생맥주. 삿포로는 아니고 다른 브랜드였다고 합니다. 동행분 왈, 나쁘지 않았는데 맛은 긴자 스시 이시지마에서 나온 삿포로 맥주 '시로호노카'보다는 못했다고 하더군요. 맥주는 별 관심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네요. 


듬직한 체구의 마츠모토상. 재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오래 지내셔서 한국 단골이 소개를 많이 해주었는지 (저희도 그런 경우였죠) 한국 손님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츠마미로 회를 좀 썰어주시네요. 광어 좋습니다. 긴자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나네요. 먹어본 광어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엔가와도 좀 주셨네요. 이 쪽도 만족스럽습니다. 


성게를 오징어로 말았습니다. 북해도 우니라는 데 산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두점 씩 주십니다. 맛이 없을 리가 없죠. 


이 조합도 훌륭했습니다. 보리멸 작은 걸 튀긴다음, 위에 크림치즈가 들어간 소스를 올려주시더군요. 튀김 + 크림치즈, 칼로리 폭탄에 느끼함, 느끼함의 조합인데 맛있더군요. 보리멸 튀김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게 극상의 맛이더군요. 왜 일본사람들이 보리멸 튀김을 그렇게 좋아하는 지 알거 같습니다. 네부토도 그렇고 스시보다 튀김집아녀?


취지 회입니다. 회로는 잘 즐기지 않는데 감칠맛이 참 괜찮더라구요. 


쥐치 간, 역시 맛은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보리멸 튀김과 함께 기억에 남는 츠마미였습니다. 


겨울인데 '게'는 좀 주셔야죠. 털게입니다. 스시 이시지마에서 전복, 털게 이런게 하나도 안나왔다고 불평했는데 여긴 다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게 내장이랑 잘 섞어서 먹었습니다. 맛이야 없을리없죠. 


계란찜. 명란이 좀 들어있었는데 간과 밸런스가 참 좋았습니다. 


따뜻한 물수건이 준비되고, 이제 초밥이 시작됩니다. 


첫점 갑오징어(스미이까, 墨烏賊). 칼집을 잘 내주셨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두번 째, 시로에비. 부드럽게 녹아서 입에서 맴도는 맛입니다. 긴자에서도 좋았는데 역시 좋은 재료, 좋은 초밥이네요.


시마아지(縞鯵). 한국 초밥집에서도 많이 쓰는 재료지만 역시 본고장에서 먹는 놈은 실하고 좋군요. 



아부리해서 주셨는데 원래 좋아하는 생선이고, 여러번 먹었지만 인생에서 먹은 것중 가장 맛있게 먹은 금눈돔입니다. 엄지 척!


장국을 주셨는데 별로 손대지는 않았습니다.


즈케한 아까미. 입에 넣자마자 '와!'하는 느낌이 듭니다. 먹어본 아까미 중 최고였던 듯. 쥬도로도 좋았지만 훨씬 인상적이었네요. 이것도 엄지 척!


쥬도로. 녹는 듯한 맛이 일품입니다. 


오도로. 소금을 뿌려 주셨는데 소금맛이 좀 지나쳤던 느낌입니다. 한 점 그냥 더 주시지... 라고 하려다, 오도로를 더 달라는 게 좀 부담이 되서 말을 못했네요.


전어. 일본 전어 초밥이 먹으면 감동할 정도라는데 정말정말 유명한 초밥집에 가야하나요? 일본에서 두 번째 전어인데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네요. 물론 맛은 좋았습니다.


학공치. 


연어알. 입안에서 터지는 느낌과 맛이 좋았습니다. 


우니는 언제 먹어도 정답이죠. 뭐. 


가쓰꼬(春日子) 새끼 돔 초밥. 돔이라고 해도 종류가 여럿인데요 초밥용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참돔, 붉돔이라고도 불리는 찌다이, 황돔입니다. 관동에서는 주로 붉돔(チダイ) 새끼를 초밥으로 많이 씁니다. 맛은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네요.


대합. 어디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해도 쪽 조개가 한국과는 달리 그렇게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주 행복감이 느껴지고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언제쯤 인생 전어, 조개류를 먹게 될지. 홋카이도에 가야 할까요?


스시 이시지마에서도 먹었던 박조림 + 안키모 초밥. 안키모의 진한 풍미와 절임의 달달함, 새콤함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룹니다. 


박 절임을 벗겨서 찍어봅니다. 누가 이런 걸 생각했는지 정말 정말 맛있습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스시라고 하면 단연 이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긴메다이, 아까미도 좋았지만 도쿄와서 처음 먹어보는 거여서 이 점이 가장 임팩트가 강하네요. 엄지 척! 


'작은 수박'. 이라고 보여주신 것. 통째로 절여서 사용합니다. 한국 이름은 모르겠네요. 


마무리는 아나고, 두 겹으로 쥐어주셨고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카스테라 스타일 교꾸. 인상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과 모나카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 쪽을 고를까 고민하니까 둘 다 드시는 옵션도 있습니다. 하면서 둘 다 주시더라구요. 뭔가 개구리스러운 모나카가 나옵니다. 일본에는 디저트로 모나카를 내 놓는 곳이 많기 때문에 모나카 껍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가 여럿 있는데요, 이건 하쯔와 상회 (https://www.hatsuwa.com/)의 물건입니다. 같은 상회에서 고양이 모나카 껍데기도 팔고 있는데 마츠모토상의 취향은 개구리인가 보네요. 


안에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팥이 들어있습니다. 하쯔와 상회에서는 속에 들어가는 북해도산 팥앙금도 팔고 있고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에서 사서 넣으면 됩니다. 뭐 다른 아이스크림도 써도 되구요. 참고로 주문할 때는 팥만 넣는 깍지, 아이스크림도 넣을 깍지를 꼭 말해야 합니다. 두 종류의 깍지가 전혀 다르거든요. 일단 재료만 있으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디저트 아이스크림. 스시 레스토랑 디저트라 별 특색은 없었지만 원래 하나만 주는 건데 둘 다 주셨고, 초밥 다음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은 코스 마무리로도 괜찮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먹고 정중한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왔습니다. 


초밥집을 나와서 아카사카를 걸어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본, 소화전입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소화전이 하수구 맨홀 처럼 저 뚜껑을 열어야 쓸 수 있었나봅니다. 그래도 그림으로 한 눈에 어떤 시설인지 알 수 있는 걸 보면 재미있네요. 만화나 그림이 일본 생활에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구요. 


이렇게 도쿄 여행 사흘 째 일정이 끝났네요. 배도 부르고 기분 좋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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