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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여행 이틀째. 여행와서 아침일정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네요. 케이크 먹고, 여행 기분 내려고 탕에 몸 담그고 했더니 예정보다 꽤 늦어버렸습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했던 식당은 이미 줄이 길 것 같았지만 '안되면 다른 집에 가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가보기로 합니다. 


긴자 '아코메야'. 일본 전역에서 선별한 고품질 쌀, 각종 조리도구, 반찬거리 등을 모아둔 것으로 유명한 샵입니다. 또 맛있는 쌀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아코메야 주방'이라는 식당도 인기만점인 곳이지요. 2017년 한국에 책으로도 소개되어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책을 읽고 일요일 점심을 여기서 먹어야겠다고 점 찍어두었거든요. 이 집에 대한 자세한 배경 설명은 검색 해보시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식당 입구에 오늘의 메뉴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기본 메뉴부터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일즙삼채 (一汁三菜)는 일본 전국시대 무사들이 먹던 기본 밥상 구성인데 국 하나, 반찬 셋이라는 의미입니다. 1,880엔에 세금 추가되면 대략 2만원이란 이야기인데, 싼 가격은 아니지요. 그리고 이 집의 대표메뉴인 8가지 반찬이 나오는 소하치(小鉢膳) 밥상은 2,315엔에 세금이 붙으니 대략 25,000원 정도라고 봐야겠네요. 


[사진: 아코메야 주방 홈페이지. 계절 소하치 밥상 샘플사진]


25,000원이면 한정식 점심 가격과 비슷합니다. 종류나 양으로 따지면 한정식이 훨씬 다채로울거에요. 돌솥에 밥을 하는 방식도 흥미롭구요. 하지만 우리 한정식집 어디도 아코메야처럼 상품화가 잘 된 곳은 없지요. 대한 민국 식당에서 이게 무슨 쌀이고 누가 키운 거고, 한정기간만 제공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있어요? 아코메야는 그걸 해낸거죠. 야마가타현의 쌀을 잘 키우기로 이름 높은 이노우에씨의 농장에서 수확한 쌀을 한 달 한정 제공한다는 식으로요. 


오픈 시간은 11시 30분인데 설렁설렁 가다보니 20분쯤 늦었습니다. 이미 대기인원이 너무 많더군요. 최소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원 말에 곱게 포기하고 매장 구경이나 하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여기는 긴자고, 먹을만한 곳은 많으니까요. 


아코메야 긴자점은 1층은 식료품을 팔고, 2층은 조리 도구 및 공예품을 파는 곳이더군요. 먼저 1층입니다. 하나하나 설명하면 글만 많아질테니 사진 중에 가장 눈길이 가는 것 하나씩만 소개할게요.


우선 복어 conf. 복어오일 절임인데요, 후쿠오카의 복어전문 요리점, 이즈미에서 개발해서 상품화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도쿄에서도 이세탄, 아코메야 등 몇몇 샵에서만 파는 거고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제품이에요. 중화 소스가 들어간 것, 바질이 들어간 것.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이걸 뭐에 쓰냐고요? 밥반찬으로 써도 되고 술안주로 해도 됩니다. 파스타에 넣어도 맛있데요. 

링크: http://www.hakata-izumi.com/conf/

사올까 말까 고민했지만 여행 첫날부터 물건을 사기는 부담스러워서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의 법칙에 따라 이번 여행 중에 두번 다시 살 기회가 없더군요. 돈키호테에서는 안파는 거 같습니다 .


오쿠이카이세이도(奥井海生堂)에서 나온 길상 다시마(吉祥昆布)가 있어서 찍어보았네요. 후쿠이현 쓰루가에서 1871년 창업해서 4대 째 약 150년 동안 다시마만 만들고 유통하는 기업이에요. 다시마 하나로 백년이 넘은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죠. 부럽네요.


이 집안의 2대째가 수완이 좋아서, 일본 선종의 본좌급 절인 대본산 영평사의 다시마 납품권을 따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큰 절은 시주가 끊이지 않아 돈이 많았고, 다시마는 고기없이 국물을 낼 수 있는 재료라 절에서 많이 쓰였거든요. 이후 이 회사는 폭풍성장하게 되고, 3대째부터는 유명 요정들에게도 다시마를 납품하게 되죠. 우리 나라에 '맛의 달인'이라는 제목으로 들어온 만화에 보면 기타오지 로산진이라는 도예가이자 미식가가 나오는데 이 사람이 만든 요정 '미식구락부'에도 이 회사의 다시마가 쓰였다고 해요. 


다시 길상다시마로 돌아가서, 말 그대로 길할 길, 상서로울 상. 길함을 표현하는 다시마입니다. 국화 다시마와 함께 대표적인 세공 다시마라고 하네요. 왜 이게 상서로움을 뜻하느냐? 일본어로 다시마는 곤부라고 부르는데요, 이 말이 축하한다. 경하한다는 'よろこぶ (요로고부)의 뒷발음과 비슷해서 그런 의미가 붙었데요. 설날에 다시마가 포함된 오세치를 먹으면서 일년 내 축하할 일만 생기기를 기원하는 풍속이 있다 합니다. 한 가지 더, 이 다시마는 대본산 영평사의 부엌에서 대대로 전수되어 오는 다시마 모양을 상품화 한 것인데요, 남녀가 혼인을 약속할 때 예물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축하의 의미로 내왔다고 합니다. 두 장의 다시마를 겹겹이 껴서 하나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얽혀서 서로 헤어지지 말라는 나름 로맨틱한 의미가 담겨있는 다시마에요. 


일본 감주, 아마자케(あまざけ)도 파는군요. 왼쪽 위에 小松屋이라고 쓰여있는 브랜드는 140년된 된장 브랜드인데요, 그 브랜드에서 나온 즉석 식혜입니다. 350g 봉지 식혜에 물 500cc정도 끓인 물을 넣어 따뜻하게 먹거나, 요구르트에도 섞어 먹으면 변비에 좋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현에서 나온 煮干し(니보시)입니다. 국물용으로 잡자 마자 한번 쪄서 말린 큰 멸치를 말하는 데 한국이랑 똑같이 일본에서도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포장에는 食べるいりこ. 煮干いりこ 두 종류로 써 있는데 이것도 한국과 유사하네요. 작은 멸치는 국물용이 아니라 조리거나 그냥 먹는다는 의미에서 食べるいりこ, 큰 멸치는 국물을 낸다고 煮干いりこ로 구분합니다. 


소면과 메밀면을 파는군요. 윗줄의 파란 색의 눈에 띄는 소면이 이마트에서도 팔고 있는 이보노이토(揖保乃糸) 소면입니다. 고베가 있는 효고현에 있는 소면마을 (실제 마을이름임)에서 생산되는 소면이죠. 가격은 비싸지만 눈에 띄면 가끔 구입해서 먹고 있습니다. 기본으로 손으로 면을 늘려서 만드는 수연소면만 팔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감귤 초콜렛이 있네요. 감귤왕국(柑橘王国). 시코쿠섬 북서부 에히메현이 귤을 많이 키운다고 해서 감귤왕국으로 불린다고 하던데 그 별칭을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활용한 모양입니다. 맛이 궁금하긴 했는데 굳이 사먹어 보진 않았습니다. 


김입니다. 뭔가 다른 상품과 분위기가 틀리지요. 세련미를 자랑하는 일본 식료품에 이것만 60년대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주로 三國屋의 제품을 팔고 있는 것 같네요. 김양식으로 유명한 히로시마 지역의 회사죠. 저런 포장지로 유통하는 게 계속되는 걸 보니 일본 김 산업계도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인 듯 하네요. 아사쿠사 김이라도 파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안보이네요. 뭐 그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요. 


예전 미스터 초밥왕을 읽으신 분들은 '아사쿠사 김'이 최고 어쩌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사쿠사 김은 시중에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본 각지에서 옛맛을 지키려는 고집있는 양식업자들에 의해 소수 키워지다가 이젠 그분들도 거의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사가현 같은 김의 산지에서 적은 수의 아사쿠사 김이 키워지는 데 모양이 좋지 않아서 (오래된 김처럼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돈다 함) 일류 초밥집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합니다. 뭐 그래도 환상의 김이라니 먹고는 싶네요.


참고링크: http://www.sagafan.com/shop/main/commodity/ariake/asakusa/

아사쿠사 김을 파는 사가현의 쇼핑몰. 매진이라는 단어가 안타까울 뿐.



새해를 기념하는 홍백 떡이 나와있네요. 六星라는 이시카와현의 지역 조합에서 만들어진 떡입니다. 쌀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떡으로 승부를 거는 모양인데, 보관이나 보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하네요. 홍백떡이나 홍백 가마보코 등은 설날 축하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홍색-백색이 경사와 신성함을 나타내서 그렇다고 해요. 


한개에 300엔에 팔고 있던 사과, 맛이 어떨까해서 먹어보았는데 별맛 없네요. 아오모리의 무농약사과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장 사오고 싶었던 국물 팩 제품. 야채, 날치(아키야고), 가츠오부시 3종류였는데요 모두 맛이 훌륭했습니다. 아키야고가 전 제일 맘에 들었네요. 아코메야 독자 브랜드 상품인 듯 하네요. 상표자체가 아코메야의 다시(アコメヤの出汁)입니다. 누가 먹어도 맛있네! 소리가 나올만큼 잘 만든 제품이네요. 사오고 싶었는데 여행 날짜가 많이 남았으니 다음에 와서 사자!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했다가 역시 사오지 못했습니다. 물에 팩을 담그고 끓이기만 하면 괜찮은 국물이 우러나기 때문에 사용도 손쉬운데 말이에요. 


시식도 시켜주시길래 몇번 감탄하면서 먹고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깔끔한 생활 공예품을 팔고 있네요. 가위, 손톱깎이, 쪽집게. 일본 메이지 유신 후 검을 만들던 도공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이런저런 금속 생필품을 만드는 업종으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 뛰어난 품질의 제품이 많다고 합니다. 가격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은데 이 제품들도 300년이 넘은 공방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하네요. 


나뭇결 느낌을 살려 만든 주걱쯤 되려나요? 밥풀때 손맛이 좋겠네요.


그레이터. 표면에 치즈를 갈면 구리 그릇안으로 떨어지는 제품인가봅니다. 제가 구리에는 사족을 못쓰긴 한데 관리가 불편해서 살 마음은 들지 않더군요. 


나무 젓가락. 하나 쯤 골라보고 싶었지만 패스했습니다.


九谷焼, 쿠타니야끼라 불리는 일본 스타일 도자기라는데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좀 달라서 '뭐라고?' 하고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뭐랄까? 북유럽 자기의 영향을 받은 구타니야끼쯤은 되겠네요. 쿠타니야끼가 궁금하신 분은 일본에서 한글 페이지도 만들어 놓았으니 가서 살펴보시길.

링크: http://www.kutani-mus.jp/ko-kr/kutani


우쓰하리 유리잔도 팔고 있습니다. 큰 사이즈가 없어서 구입은 하지 않았네요.


음식과 관계없는 것도 팔고 있더군요. 가만... 음식을 잘먹으려면 이빨을 잘 관리해야 하니 관계가 있는건가요? 


다양한 주방 도구들. 우동 끓일 떼 쓸 면 건지개가 있으면 구입하려고 했는데 그건 없더군요. 


다 찍지는 않았는데 다양한 차 제품도 있었습니다. 진짜 사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철 냄비도 있네요. 


일본식 밥짓는 가마도상입니다. 우리네로 치면 옹밥솥이랑 비슷한데 일본식 고슬고슬한 밥을 쉽게 할 수 있는 조리도구입니다. 


남부철기 다미빵. 이거 빵 냄비랍니다. 빵냄비라니 도대체 뭘까 했는데 실제로 빵을 구워먹는 냄비더군요. 남부철기 중 유명한 오이겐 브랜드입니다. 

 

남부철기는 이와테현에서 17세기 무렵, 영주가 교토의 장인들을 불러와서 불사에 쓰는 솥, 차솥, 다양한 철기를 만들게 된게 시초라고 합니다. 차를 즐기는 분에게는 사철로 만든 찻물을 끓이는 솥가 잘 알려져 있죠. 사철솥으로 끓이면 물맛이 부드러워지고 차맛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이 유행은 최근 미국에 까지 이어져서, 미국 차 매장 Teavana (스타벅스가 인수함)에서는 캐스트 아이론 솥을 팔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링크: http://www.teavana.com/us/en/teaware/teapots-and-tea-sets/cherry-blossoms-cast-iron-teapot-dw00200.html?navid=search&start=6

링크: http://www.teavana.com/us/en/teaware/teapots-and-tea-sets/japanese-goldfish-cast-iron-teapot-011034897.html


구리로 만든 가마솥. 오호.. 가지고 싶었지만 참기로 합니다. 게다가 아코메야에서 파는 공산품은 전반적으로 온라인에 비해 많이 비싸니 싸고 발견하기 힘든 물건 아니면 꼭 살필요는 없지요.


많지는 않지만, 음식과 인테리어에 대한 책도 좀 있더군요. 일본 향토과자에 대한 책입니다. 왼쪽은 당고이고 오른쪽에는 특이한 과자가 있네요.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에서 만들어진 여우가면(きつねめん)이라는 과자에요. 설탕과 팥이 들어간 붕어빵스러운 과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뜬금없이 한국어로 된 책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한국 손님도 오니까 굳이 번역판을 놔둔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2층 구석에서는 지역 유명 수공예 업체를 소개하는 행사도 종종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쇼우지후지타라는 가죽 공방이 시연을 하고 있더군요.


가죽에 이니셜을 찍어주는 시연을 하고 있네요. 예전에 취미로 가죽공예를 하시던 분이, 좋은 폰트를 가지고 싶어서 해외 옥션에서 지르시는 걸 봤는데 좋은 가죽에 자기 이니셜을 넣은 가죽제품 한 둘 쯤 가지고픈 생각은 항상 있습니다. 구매할 때는 편의성에 밀려서 등산복 제품을 사는 게 문제지요. 가죽이 들어가면 무겁거든요. 


아코메야 웹사이트입니다.

링크: http://www.akomeya.jp/

크롬 브라우저의 일본어 자동 번역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찾아가 볼만 합니다. 


1, 2층을 한바퀴 돌았는데 아직도 1시간은 조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원의 말에 포기하고, 아코메야를 나왔습니다. 다음 번에는 꼭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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