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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국하는 날입니다. 


캐피털 도큐 호텔 바로 옆에는 신사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일기신사(日枝神社), 소리나는 데로 읽으면 히에신사라는 곳인데 매일주변을 오가다보니 궁금해져서, 떠나는 날 아침 달리 할 것도 없고하여 둘러보았습니다. 


밤에 촬영한 신사 입구. 돈이 좀 많은 신사인 듯 합니다. 하기야 이 동네 땅값만해도... 이 신사 토리이를 밤마다 지나쳤는데 편의점에 들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호텔 지하에도 편의점이 있지만 밤 10시에는 닫고, 제가 밤 10시이전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어서요. 그래서 밤에 마실가듯 가까운 편의점을 다녀와야했는데, 항상 이 앞을 지나쳤습니다.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던게 잘 보이지 않지만, 신사를 오르는 계단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더라구요. 뭐 없으란 법은 없지만.. 돈이 많은 신사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호텔 창문에서 내려다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뭐 오래된 건물들은 아니고 도쿄 대공습때 거의 박살이 나서 1958년 재건했다고 하네요. 


신사 입구입니다. 이쪽은 정문은 아니고 뒷문 쪽이라고 하네요. 호텔 정문으로 나오면 다른 문이 있는데 제가 잘 몰랐던거죠. 


종교에 장사가 빠질 수 없는 법. 다실이 있어서 차와 간식거리를 팝니다. 간단한 요리도 파는 모양이에요.


메뉴와 가격. 먹어보지 않아 맛은 모르겠지만 도쿄 한복판에서 저 가격이면 크게 비싸보이진 않네요. 


다실 옆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이 신사의 자랑이 300년된 은행나무라던데 좀 작네! 생각했는데 이 나무가 아니더군요. 


저 붉은 옷은 신사에서 일하는 무녀가 입는 복장이네요. 너의 이름은에서 여주인공 미야미즈 미츠하도 이 복장으로 나오지요. 사실은 신사를 가기가 좀 꺼림칙해서, 야스쿠니처럼 전범에게 공양하는 곳인가 뒤져봤는데 그런 기록은 못 찾아서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일본 신사나 한국 교회나 어찌나 그리 비슷한지!


나중에 알았는데 이 신사는 국회도 가까이 있고, 역사도 깊고해서 굉장히 힘이 있는 곳이지만, 2008년 신관이 무녀를 강간해서 사회 문제가 되었더군요. 최고위직 신관의, 나중에 이 신사를 물려받을, 아들네미였다는데, 경찰은 피해자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합의중인 사건'이니 어쩌니 하며 범인을 체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형사적 책임이 무겁다."며 이후 3년형을 받았다고 하지만 무녀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우울증에 걸린 듯 하고, 그 신관은 금방 나와서 계속 지방에서 아무일없이 신관노릇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진의 무녀분과 그 뉴스는 상관이 없습니다. 


신사 들어가는 입구. 여기서부터는 신의 영지임을 의미하는 동아줄, 시메나와(しめ縄)가 걸려있습니다. 함께 걸려있는 흰 종이는 카미시데(かみしで)라고 불리는 데 보통 벼락을 의미하지만, 이와같이 시메나와에 걸려있을 때는 여기서부터 신역임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물론 아까 지나친 '토리이'도 신역과 일반인 구역을 나누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신사 본관으로 통하는 모든 문에는 시메나와가 걸려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위 나이의 분들은 올해가 흉년이니 액막이를 하시라는 안내가 붙어있네요. 그래요... 뭐 알만합니다. 강간사건도 그렇고 돈독이 오른 것도 그렇고. 공짜일리가 없죠.


뭔가 소원을 적어 붙이는 곳인 듯 합니다. 


신께 바치는 공물을 가져다 두는 곳(古神札納所). 돈을 바치는 곳은 따로 있고 현물을 바치는 곳인가 봅니다. 그런데.... 몽슈슈를 바친 것인가요? 뭐 봉투만 몽슈슈인지 진짜 롤케이크가 들어있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소원을 적은 쪽지들은 아니고, 일본 신사에서 한해 운세가 적힌 쪽지를 뽑는데 흉이나 대흉이 나오면 여기에 매달아서 액을 막는다고 합니다. 

데미즈야(手水舎), 신사에 들어가기 전 부정을 씼는 곳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손과 입을 행구는 것입니다. 물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했습니다. 


이쪽이 진짜 입구네요. 저는 쪽문으로 들어간 듯.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신사의 예의라고 하는데 저희는 일본인도 아니고 신사구경을 온 것 뿐이니 그런 예의를 따지지는 않았습니다. 양쪽 입구에는 이 절에서 신의 사자로 받들고 있는 원숭이 부부 상이 있습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순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걸로 인식되어, 이 신사에서 순산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12월이라, 오오하라에(大祓)를 위해서 마당에 치노와(茅の輪)가 있습니다. 갈대, 대나무, 짚단을 이용해서 만든 고리를 의미하는데요, 신사에서 보통 6월, 12월 두 차례 오오하라에를 할 수 있게 고리를 가져다 놓습니다. 이 고리를 통과하면 죄와 더러움을 없애고, 병을 치유한다.. 뭐 그런 액막이 행사지요. 


대부분 일본 사람들도 이게 무언지, 뭐하는 것인지 모르는 듯. 쭈뼛쭈뼛 쳐다보다 원을 통과하지 않고 지나가네요. 연배가 있는 노인들이나 함께 온 자녀들이나 유래나 의미를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저야 당연히 몰랐는데 지긋하신 분들은 일단 이 고리를 들어가서 왼쪽으로 돌아서 다시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다시 정면으로 들어가 본관으로 가더군요. 이렇게 3번 고리를 빠져나갑니다. 


신사 본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지붕 양식은 카라하후(唐破風)입니다. 박공(欂栱)지붕의 일종인데, 일본 신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양식입니다. 삼각형 양식도 있고, 일본 사무라이 투구처럼 원이 아닌 타원의 곡선을 그리다가, 양쪽 끝이 살짝 올라가는 양식이지요. 지붕이나 휘장에 있는 마크는 국화문양, 일본 왕실을 의미하는 기쿠몬입니다. 이 신사가 왕실과 인연이 있음을 (권력과 힘이 좀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지요. 지붕은 원래라면 나무를 이어붙이는 히와다부키를 해야겠지만 최근의 일본 신사, 절은 모두 유지보수, 관리가 간단한 합성수지로 된 지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신사는 합성수지를 이용하는 듯 하네요. 


뭔가 여우가 그려져 있는 작은 신당이 있어서 들여다 보았더니,


소원을 적은 여우들이 귀엽게 열을 지어 서있습니다. 여우가 아니고 여기서는 이나리 오오카미(稲荷大神)라고 부릅니다. 곡물의 신이라는 의미인데, 현대에서는 곡물 뿐 아니라 어째서인지 상업까지 관장하게 되셔서 사업운을 기원하는 영업을 하고 계시는 귀하신 몸입니다. 


붉은 칠을 한 도리이. 저 아래로 내려가면 붉은 주칠을 도리이가 연달아 있는 계단이 있다는데, 게으름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기회있으면 구경해 봐야죠.


신사 보물전, 국보 1점, 주요문화재 14점 등 귀중한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지만 일반에게 공개는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사실 이걸 볼 수 있을까 해서 온건데. 제가 보고 싶었던 국보로 지정된 이 신사의 진산지보가 뭐냐면 노리무네(則宗)가 만든 검(太刀), 게임이나 만화 소재로 많이 나오는 엄청 유명한 칼인 국화일문자(菊一文字)입니다. 이 신사에서 모시고 있는 막부 5대 장군 도쿠가와 쓰나요시가 이 절에 하사한 것이라 합니다. 칼을 줄테니 나를 신으로 모셔라


칼집은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인 아오이몬 3장의 하트무늬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신사 홈페이지에서 링크해왔습니다. 


원피스의 소재로도 쓰인 바로 그 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마쿠라시대 전설적 대장장이인 노리무네가 만든 검을 모두 국화일문자(菊一文字)라고 부르는데, 이 신사에 보관된 검은 막부 대장군이 가지고 있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어서 (아무래도 가장 좋은 걸 막부에서 쓰지 않았겠습니까?) 남아있는 검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국보로 지정된 것이죠. 


봉은사처럼, 가까운 곳에 고층 빌딩들이 보입니다. 이런 분위기 마음에 들더군요.


도심 내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은거죠. 

국회 쪽으로 나있는 이쪽 토리이가 진짜 정문입니다. 내려가보니 묵고있는 캐피털 호텔 도큐의 정문 바로 앞이더라구요. 맨날 지하철만 타고 다니니, 문이 통하는 것도 몰랐었네요. 아래 보시면 왼쪽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 은행나무가 300년 된 나무입니다.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이날따라 아침부터 사람이 제법 되더군요. 참고로 토리이와 계단을 오를 때는 양끝으로 다녀야 하는데 일본인들도 별로 지키지 않더군요. 토리이 이후의 길은 신도라고 하는데, 신이 다니는 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가운데는 신에게 양보하고 인간은 가장자리로 다니는게 원래 예의라고 하죠. 뭐 다들 가운데로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밤에 편의점 갈 때 지나치던 토리이 쪽 계단에는 양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었던데, 신은 계단으로 인간은 에스컬레이터로.. 참 인간친화적인 신사라 아니할 수 없네요. 


300년 된 은행나무. 제법 크지요? 위치가 길 옆의 보도여서, 뿌리 주변이 여유가 없고, 콘크리트에 뒤덮여있네요. 저정도 나무면 주위를 좀 더 터서 여유있게 만들어 줄 법한데... 나무가 좀 답답해 보이더군요. 


신사를 나와서,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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