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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마켓은 델 포스토 바로 건너편에 있습니다. 1898년 완공된 벽돌건물로 나비스코(NAtional BIscuit COmpany) 과자공장 및 사무실로 쓰였다고 합니다. 오레오 같은 과자로 유명한 회사인데, 처음 들었을 때는 꼭 담배회사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었죠. 이 회사는 1958년 뉴저지로 본사를 옮겼고, 이 건물은 우여곡절 끝에 1998년 Chelsea Market이라 불리는 상업적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후 건물주는 이 빌딩을 증축하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 이 지역 커뮤니티 및 역사보존 위원회 뭐 그런데서 가열차게 반대해서 결국 홧병이 나서 팔아버렸다고 하네요. 


건물 외관은 100년 전에 지은 벽돌 건물과 별 차이 없습니다. 다 때려부수고 새로 짓는 서울에 비해서 단점도 있겠지만, 이런 건물이 하나하나 쌓여서 도시와 지역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역이 번영하게 되는 거구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그저 그런 건물에서 첼시마켓이 뉴욕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리라고 누가 짐작했겠습니까?


건물 한쪽벽에 첼시마켓의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Square360이라는 디자인 회사에서 2010년 제작했는데 미트패킹디스트릭트(Meat Packing District)의 핵심지역이자, 다양한 식품공급업자가 모여있는 첼시마켓의 성격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회사가 입점해 있지요? Google같은 큰 회사뿐만 아니라 입점한 음식점 이름도 모두 붙여두었네요. 오른 쪽 나비코 로고는 역사를 말해주는 증명일까요? Google이 3,4층을, Youtube가 5층의 상당부분을 쓰다가, 모기업인 알파벳이 올해 (2018년) 첼시마켓 전체를 약 2조 7천억원에 ($2.4B) 사버렸다고 하네요. 이 낡은 벽돌 건물이 서울에서 오피스 전용 빌딩으로는 가장 비싸다는 강남 파이낸스 센터 (1.6조~2조)보다 비싼 겁니다. 과연 뉴욕이라 할만하죠?


1층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Bowery Kitchen Supplies로 쏙 들어갔습니다. 


휘핑할 거품기가 부서져버려서 새걸 사려구요.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중국산으로 아무거나 구입했습니다. 


칼은 보고만 있어도 좋단 말이지요. 


흔히 다마스커스 무늬라고도 하는 물결무늬가 멋지네요. 일본 기쿠치 브랜드의 제품. 마크가 국화일문자인데 노리무네(則宗)를 시조로 모시는 공장인가 봅니다. 


주말이라 정말 사람이 붐비죠? 1층 건물 층고가 공장으로 쓰던 건물답게 높긴 하지만, 뭐랄까... 허름 그 자체인데 이 빌딩이 2조 7천억이라니. 과연 맨해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주말인만큼 어느 음식점이든 인산인해입니다. 뉴욕 답게 이스라엘 출신의 요리사가 세운 레스토랑도 있네요. 지중해 풍 음식점 미즈논(Miznon)입니다. 이스라엘 풍 지중해 음식은 어떨까 함 보고 싶었는데 보다시피 자리가 없어 들어가볼 수도 없네요. 


넓은 부엌을 통창으로 오픈해서 보여주는 사라베쓰(Sarabeth). 부엌이 넓은 대신 손님자리는 불편한 거 같은데 저게 좋은 건지 모르겠네요. 


가구나 소품을 파는 샵인줄 알았던 레스토랑 블랙반(Blackbarn). 전시해둔 소품도 팔긴 합니다만 레스토랑이 맞습니다. 음식은 별 관심이 업었고, 소품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고품질의 것은 없더군요. 피크닉 세트가 신기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저런 걸 들고 소풍을 가나요?  물론 장식용 소품이겠지만. 


상어 이빨은 많이 보았어도 고래 이빨은 처음 봅니다. 그런데 고래뼈를 이빨 모양으로 깎은건지 고래 이빨인지 저기 아리송한 문구만 가지고는 모르겠네요. 


중국에서 건너온 잡다한 소품이 가득한 샵도 있었습니다. 품질도 안 좋고 이런 상점이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유명한 곳이라고 고품질의 비싼 물건만 파는 건 역시 아닌 것 같습니다. 약간 한국으로 따지면 동대문 시장 같은 느낌이에요.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봅니다. 미트패킹스트리트의 터줏대감 고기도매업자 Dicksons와 뉴욕에서 잘 알려진 목장브랜드 Ronnybrook의 합작 상점이 있네요. 왼쪽 기둥에 OREO마크가 보이죠? 옛날 공장에 있던 게 남아있는지 그때 흔적을 일부러 새로 그려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 판체타가 먹음직하네요. 하나 사가볼까라지만 호텔에서는 조리할 수가 없죠. 판체타는 이탈리안 베이컨인데, 남부 유럽 슈퍼에서는 삼겹살 부위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더라구요. 베이컨처럼 훈연하지 않고 염장 후 바람에 말려 오랜기간 숙성시킵니다. 생김새도 멋지구리하군요. 


초리소, 키엘바사, Jagerwrust. 다 국적 소시지들이군요. 키엘바사는 마늘이 들어간 폴란드 스타일의 소시지. 입니다. 저도 먹어본 적은 없네요. 


붉은 고기의 향연. 드라이에이징도 파는군요. 그나저나 Butchers Shop이라고 하기에는 파는 고기 종류나 양이 너무 적은데요? 첼시 마켓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 공간이 좁아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지하에 그로써리 스토어가 있어서 좀 둘러보고 왔습니다. 면적이 좁아서 구경할 건 별로 없더군요. 


요리, 식재료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한가지. 잎새 버섯이 마이타케, 사진엔 없지만 표고 버섯은 시~타케. 로 일본어 발음 그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네도 한국어를 억지로 영어로 어설프게 작문하지 말고 그냥 외국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곱창구이라면 전 세계적인 파괴력이 있다고 보는데...  


두껍게 자른 베이컨. 코스트코에서 얇은 베이컨밖에 나오지 않아 짜증납니다. 두꺼운 베이컨을 수입하라! 수입하라!


날이 더워서 주스를 좀 샀습니다. 품질은 그럭저럭. 


로니부룩(Ronnybrook) 유제품. 꽤 유명한지 좀 유명한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대부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구태여 여기서 구매할 필요는 없죠.


호. 핫소스 테이스팅바라니. 다양한 핫소스를 맛을 보고 구매하는 상점인데 저걸 보면, 인스턴트 라면 테이스팅바 같은 걸 만들면 미국에서 장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기 품목은 '핵불닭볶음면'이 될 수도 있겠죠.


공장 분위기를 가급적 살리려고 인테리어 변경을 최소화 했습니다. 이런 건물이 2조 7천억이라니 .뭐 저런 천정의 선풍기와는 별개로 미국이니 난방은 미친듯이 해주지만요.


물이 떨어지는 분수. 사람들이 물이 있으면 동전을 던져두는 건 심리적인 현상일까요?


말 그대로 공장 분위기. 2.7조라는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첼시의 핵심이라는 가치가 큰 거겠죠. 


젤라또 가게도 있었습니다만, 마이애미와는 달리 뉴욕 젤라또는 이미 '너무 달다.'라는 느낌이어서 선뜻 먹게 되지 않더군요. 


식당마다 줄서서 기다리는 건 예사입니다. 


딱히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줄서서 먹네요. 첼시마켓에서 먹는다! 라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일까요?


첼시 마켓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은 역시 랍스터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파는 곳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정육식당 느낌인데, 해산물을 전시해 두고 조리까지 해서도 파는 가게죠. 뭐 막횟집 스타일이지만 첼시에 있으니 새롭게 느껴집니다. 미국에 이런 컨셉의 식당이 드물기도 하구요. 


황다랑어와 황새치, 황새치는 카리브해 쪽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별로 없다는 일본만화의 내용과는 달리 조리법에 따라서는 멋들어진 맛이 나더군요. 


방금 델포스토에서 참 맛있게 먹은 북극곤들메기도 팝니다. 왼쪽은 곤들메기, 오른쪽 지방의 흰선이 굵은 것은 연어.


킹크랩, 스톤크랩의 집게발도 파는군요. 잠깐 스톤크랩은 여름에는 산란기라 못잡게 되어 있는데? 아마도 냉동해두었다가 여름에 파는 모양입니다. 마이애미 홀푸즈에서도 냉동한 제품을 팔더라구요. 저러면 금어기간을 두는 게 별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먹고 싶긴 한데... 아쉽게도 조금 작군요.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바다가재같이 생긴게 랑구스틴입니다. 


해산물에서 새우는 빼먹을 수 없죠.


예상보다 다양한 해산물이 있네요. 작은 문어나 오징어, 조개류. 먹고 싶은 맘 한가득입니다. 


와우, 도버 쏠(Dover Sole)까지 파는 군요. 프랑스에서 고급으로 쳐주는 생선입니다. 


다양한 향신료를 파는 가게. 태국에서도 향신료의 다양성에 놀랐는데 여기는 그보다 더 많고 다양한 향신료와 믹스한 것들을 취급하고 있었네요.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재료들... 여기 요리사와 우리네와 경쟁하기 힘든 이유겠죠. 


향신료를 잘 쓸줄 몰라서 사오지는 않았습니다만, 뉴욕에 있었으면 자주 들려서 하나씩 실험해보고 싶겠더군요. 


크림라인(Creamline) 레스토랑. 여기도 손님이 꽤 많네요. 간판아래 씌여 있는 Farm to Tray는 미국 레스토랑에서 요즘 많이 쓰는 문구입니다. 유기농으로 유명한 농장에서 재료를 직송해서 바로 만들고 있습니다 라는 의미로 쓰는데 고급 레스토랑은 아예 시골 농장에다가 만들기도 합니다. 햄버거나 고기제품을 파는데, 햄버거는 이미 예약해 둔 곳이 셋, 기회가 되면 가려고 하는 레스토랑이 하나 더. 모두 네 군데를 찍어두어서 여기서 먹을 마음은 없었습니다. 


참. 무식하게 덩어리로 파네요. 혼자서는 한달 동안 먹어도 못먹을 듯.


디저트를 파는 샵도 몇 있는데, 이미 조사를 다 해와서 별 볼일 없는 걸 알기 때문에 먹진 않았습니다. Li Lac은 간판에도 나와 있지만 1923년에 창업한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있는 샵이라고 하네요. 


Fat Witch Bakery. 너무도 미국스런 디저트 샵이라 들어갈 마음도 없었네요. 


아직 배도 부르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하이라인 파크를 거닐고 싶어서, 첼시마켓에서 나와서 하이라인 파크로 이동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쓰기로 하고, 두어 시간 걷다가 저녁을 먹으로 다시 첼시마켓으로 왔네요. 찍어둔 먹거리가 있었거든요. 


첼시마켓 하면 가장 잘 알려진 먹거리가 랍스터를 싸게 먹는 건데, 저도 랍스터를 먹으려다 이 간판을 보고 굴로 급선회합니다. Belon 굴이라니. 프랑스에만 있다는 Belon굴이 미국 Maine주에 있다니 (캐나다와 국경을 접한 북동부 쪽의 주) 안 먹을 수 없잖겠어요? 그런데 사이즈와 소금맛이 강한지, 달콤한지 (아마도 맛이 크리미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로 굴을 구분해 두었는데 굴이 달콤하다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먹어보면 알겠죠.


굴은 얼음 속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받아든 한 접시. 왼쪽 아래 작은 굴은 가장 SWEET 쪽에 표기되어 있던 Fire Lake산 굴. 미국이 아니고 캐나다 New Brunswick에서 자라는 굴입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왜 Sweet으로 분류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소금맛이 많이 나지는 않는데 그래서 그렇게 분류를 했나 봅니다. 


왼쪽 위 둥근모양의 벨론굴. 기대를 많이 했는데 향이 특색이 있거나 하는 건 느끼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 벨론 굴은 현지 어부들은 백여년 전 프랑스에서 온 배 밑바닥에 붙어있던 굴이 번식한거라 주장하지만 진실은 1950년대 과학자들이 종패를 뿌린 게 자연번식 했다고 하네요. 메인 주 Damariscotta 강 하구 지역에서 자라는 데, 여기는 겨울에 바다가 어는 지역이고 수온이 낮아서 아무래도 프랑스 Belon 지역의 굴과는 차이가 크겠지요. 생각해보면 한 대-여섯개 쯤 먹어봐야 제대로 특색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음에는 좀 많이 먹어보려구요. 다른 굴도 다 괜찮은 맛이었는데 다녀온지 두 달 되니 벌써 기억이 희미하네요. 


첼시마켓에 한국 음식점이 있네요. 먹바라는 곳입니다. 김치, 불고기, 떡볶이. 손님은 그냥저냥 있는 편. 여행가서 한국음식을 사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맛을 보지 않아 음식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먹바 앞에는 미어터지는 타코 가게가 있습니다. 뉴욕 최고의 타코라는 LOS TACOS NO 1. 


줄이 무지 길죠? 저는 Bienvenidos라는 타코 집이 하나 더 있는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로 환영합니다. 음식점이니 어서옵쇼. 정도 되는 뜻이라네요. 


그런데 뭔가 좀 불안합니다. 타코를 먹어본 건 텍사스와 Los Angeles갔을 때 뿐이지만, 여긴 완전히 밀려드는 손님을 상대하기 위해 공장제 스타일로 만들고 있네요. 타코 업계의 맥도날드 같은 느낌입니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소스나 라임을 추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좋네요. 


생긴건 별 차이 없는데 역시 멕시코에서 멀어서 그럴까요? 뉴욕 최코의 타코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시스템으로서는 좋은 맛을 내기 힘든 건지 LA에서 먹었던 집에 비해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옥수수 또르띠야의 느낌도 인상적이지 않았고요. 


조리 프로세스를 간단히 해서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서인지 타코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소, 돼지, 닭, Cactus (선인장 종류로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 위 사진이 그거임) 4가지 재료만 있는데, 둘 다 한입먹고 남겼습니다. 솔직히 Los Angeles와는 비교조차 안되네요. 맛집이라고 간 식당에서 속아서 나온 느낌입니다. 


마지막 음식에서 실패했지만 그 전에 먹은 굴이 괜찮았기에 그럭저럭 정신적 충격을 견디고 첼시 마켓 구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간에 건너띈 하이라인 파크 이야기를 좀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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