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는 끔찍한 Texas, Austin에서 지냈다. 바다가 없는 환경 탓에 제대로 된 생선이라곤 꿈도 꿀 수 없었고 Whole Food나 Central Market, HEB를 통해 살 수 있는 생선들은 종류도 몇 안되는 대형 생선들이었고, 회로 먹기는 힘든 신선도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규율을 어기고 "회를 마음껏 먹을 테야!" 난 언제나 그걸 꿈꿔왔다. 규율을 어긴다는 의미는 한국에 돌아가면 여름인데, 난 여름에는 회를 먹지 않거든--;;; 하지만 그런 규율은 무시하겠다는 의미이다.
돌아온지 일주일 남짓 되었을 때, 반가운 분이 번개를 쳤다. 공덕동 매일매일 포차횟집에서 회를 듬뿍 먹어보자는 번개였다. 김소장이라 불리는 번개 주최자는 예전 epicure에서 '참치머리 번개'를 주최하기도 하셨고, 해산물 세계에서 발이 넓으신 (표현이 좀 모호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오징어와 고등어와 친하다고 생각하면 오해--) 분으로써, 이 분이 치는 번개에는 가지 않으면 억울하다!!! 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오늘의 모임 장소인 매일매일 포차, 번개를 위해 올린 지도를 다운 받아갔다.
횟감들이 살아 펄펄 뛰고 있는 수조, 거품 많은 저 수조가 사실 깨끗한 것은 아니라지만... 뭐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다. 난 회에 굶주렸단 말이다!!!
메뉴, 가격은 만만하지 않다. 이런 집의 포지셔닝은 일식집이나 최근 유행하는 제주도 어쩌고 하는 집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기본찬으로 깔아주는 것들, 올갱이 국은 맛이 괜찮았는데 미국에서 오래 있었더니 그새 물들었는지 여러 사람이 한 그릇에 떠먹는 것은 좀 망설여지더라. (그러면서 바닥을 싹싹 긁어 비운 나는-- 어쩌면 이렇게 생각과 손과 입이 따로 노는걸까?) 생선 구이는 삼치 구이였던가? 서빙해 오느라 많이 식은 상태였지만 솔직히 밥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고등어와 전갱이 회. 고등어는 아직 철이 아니라 기름이 적었지만 전갱이는 제법 먹을만 했다. 모 블로그 덕에 아지라는 일본 말로 많이 불리는 데, 난 한국말 놔두고 일본말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초밥집에 가면 일본 단어를 쓴다.-- 서비스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덕분에 미국에서 초밥 주문하기도 편했고 폼이 좀 났음--;;;;
복 껍질 묻힘. 쫄깃쫄깃한게 맛이 괜찮았다. 미국에선 거의 먹을 수 없는 메뉴.
다들 서로 소개를 하며 즐거이 먹고 있다. 참석 인원이 30명 정도 되는 대형 번개였기 때문에.... 더구나 나는 미국에서 방금 돌아온터라 모르는 사람이 태반.
돌돔과 전복치. 전복치는 동해 바닷가 횟집에서 볼 수 있는 놈으로 전복을 먹고 산다고 주장되는 녀석이다. 씹는 육질이 매우 독특한 편. 이날 메뉴의 메인이었던 4.5KG 짜리 대형 돌돔은, KG당 18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이렇게 회원들이 모여서 추렴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든 생선이다. 씹는 맛, 향 모두 일품이었으나 순식간에 사라져서 마음을 아프게했다.
푸별님이 협찬하신 근처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떡볶이. 엄마손/이정희 떡뽁이 2가지라는데 난 카레맛 밖에 먹지 못했다. (먹으면 배부를까봐...)
마쯔가와한 민어, 포차임에도 불구하고 조리기법이나 칼 솜씨가 제법이었다. 특히나... 이 민어, 아직 철이 아니고 민어는 전과 탕으로 먹지 않으면 제 맛이 안난다고 믿어왔는데 돌돔을 넘어 이날의 베스트로 꼽을 만큼 맛있었다. 특히나 참치회, 아니 소고기처럼 생긴 저 부위는 대체 어디지? 씹는 맛과 맛 모두 지금까지 먹어본 회 중에서도 손꼽을 만했다.
쥐취튀김. 간! 간은 어디 간거지? 작은 놈이었지만 나름 별미였다. 맥주 안주로 괜찮을 듯.
여러 종류의 와인들이 서빙 되었으나, 회와 와인을 함께 먹는 건 내 취향이 아니므로 모두 패스했다.
돌 도다리와 자연산 놀래미회, 씹는 맛이 일품이었지만 칼질이 좀 맘에 안들었던... 더구나 아랫 사진에서 보듯이 맛진 날갯살(엔가와)는 다른 테이블에 집중 되어 버린... 옆에 계신 배사장님께 청원하여 한 점을 받아 먹었다.
이어서 야매님의 권력으로 남아있는 엔가와를 전부 긁어 모아오는 데 성공한... 단 야매님이 신사라 여성들께 먼저 기회가 넘어갔다. 물론 나 역시 한 점은 섭취하는 데 성공. 광어와는 좀 다른 맛이었는데 칼질이 역시 아쉬웠다.
손질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한참 뜸을 들이고 나온 참복 지리. 금가루 까지 뿌리시다니. 금이야 장식용이고 이런 기교는 좋아하지 않는터였지만 일단 마구 먹어주었다. 사람들이 이때는 슬슬 배가 부르고 이야기에 열중하는 중이어서 테이블 2개를 오가며 잔뜩 먹어버리는 만행-_-을 저질렀으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무슨 전인지 까먹어버렸다. 기름기 범벅이었지만 나름 맛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때마침 함께 나온 해물모듬에 집중 되는 바람에 인기는 그다지 없었다.
전복/해삼/돌멍게/조개 관자(가이바시라). 재빨리 게우님부터 잡아서 먹어치워드렸다. 게우는 단 한점밖에 없으니... 빠른 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법. 돌멍게는 서울 서 먹어본 멍게중 최고였다 감히 말할 수 있고, 모두 멍게에 소주를 따라 마시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다음 순서로 참복지리 (복어는 역시 지리가 최고일터인데)가 나와야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길래 아쉬움을 남기고 일어나야했다. 하지만 듬뿍 먹은 회 덕분에 미국에서 걸렸던 '후천적해산물결핍증'이 일거에 치유되었다. 준비해 준 김소장님, 와인을 공수해 오신 야매님, 떡뽁이를 사오신 푸별님 등등 dine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