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 여름 두 번째로 캐리비안 베이에 다녀오는 길. 강남역에서 밥을 먹고 나름대로는 머리를 써서 강남 -> 신사까지는 버스, 신사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서 집으로 오기로 했다. 지하철로 교대에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몇 배는 빠른 방법이라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는데, 환승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나, 신사에서 허겁지겁 내리다보니, 아뿔싸! 교통카드를 찍는 걸 잊어버렸다.

신사역에서 저 만치 멀어져 가는 버스를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어차피 집에 가는 요금은 두 배로 들 게 된 것.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라는 거창한 생각은 아니고, "넘어졌으면 돌이라도 주워서 일어나야 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전부터 찍어보고 싶었던 가로수길의 밤풍경을 이 기회에 찍어보기로 한 것이다.

가로수길은 이미 떠도 한 참 떠버린 지역이며, 몇몇 업소들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일전에
가로수길 스쿨푸드에 대해서 쓰면서, 약도를 가져온 것이 있는데 그 약도를 다시 참조해 보자. 참고로 아래 표기된 집은 이 동네 터줏대감, 동네를 대표하는 맛집 일 수도 있지만, 해당 잡지에 광고를 의뢰한 집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사역쪽에서 본 가로수길 진입로, 소니 W1으로 흔들림없이 야경을 찍기 위해서 가로수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찍어댔다. 이차선의 좁은 도로 옆으로 가로수가 가득, 예전에는 차가 별로 안다니다보니 인도처럼 사용되었고 2차선이다보니, 도로 옆 가로수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아마 이게 가로수길로 불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서 가장 자리잡기 어려운 집 가운데 하나. 오뎅과 정종을 파는 '정든집' 두어 번 가봤는데 대단한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양을 조절하면서 한 잔 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진입로에 바로 있다는 위치, 나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이 서비스도 상당히 좋다고 하여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요일 밤 10시에 만석인 가게가 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 있다는 것만으로 업소 주인들도 상당히 부담을 느끼나보다. 하기야 자신만 초라해 보이는 건 좀 참기 힘들테니까. 하다못해 한의원 간판도 뭔가 달라보이며, 체인점일텐데 여기서는 PC방 간판 조차도 좀 신경을 쓴 것 처럼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지어 아직 오픈하지 않은 가게조차 눈길을 확 끌 수 있는 노란색과 조명으로 미리 사전 영업을 하고 있다. 뭐 이 가게가 오픈할 때 쯤에는 나는 한국에 없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우. 비뇨기과, 유방 크리닉조차... 뭔가 산뜻한 디자인이다! 흠. 이 분위기에서는 유방 크리닉이나 비뇨기과 보다는 Urinology 따위의 영자를 써야 이 동네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니 스스로 한심해 진다. 병원 관계자분들, 지금 그대로가 이쁘고 좋으니 영어로 고치지 마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전에 소개한 스쿨푸드다. 장사가 너무 잘 되서, 그리고 심야 영업을 위해서 2층도 임대해서 와인바 개념으로 새로이 오픈했다. 건물 하나를 통으로 쓰다보니, 꽤나 멋들어져 보인다. 2층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람들이 꽤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일요일 밤 10시,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가 월요일 출근을 준비할 시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우팡, 일전에 친구하나가 '가로수길 자유당-_-에서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아무도 이 집 이름이 자유당임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그러길래 왜 글씨를 그렇게 꼬아서 간판을 만들었단 말이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동네 커피숍은 밤 10시에도 모여든 남여로 문전 성시를 이룬다. 특별히 커피가 맛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콩다방님마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이야기하고 수다떨' 공간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이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남의 신경 덜쓰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일테지. 서로의 자리가 가까워서 주의해서 들으면 이야기는 다 들리겠지만, 누구도 그런걸 걱정하면서 대화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도 모텔은 있다. 부띠끄 호텔이라는 이름이 모텔이라 불리는 것보다는 있어 보이나보다. 앞에 놓인 바위 덩어리는 조각품은 아니고, 아무래도 어느 동굴에서 종유석을 몰래 통째로 잘라온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이쁘게 꾸며진 것은 가로수길 뿐이다. 사실 이 동네가 나름대로 술집에 먹자 골목이었던 탓에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옛 흔적이 남아있다. 포차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 저 끝에 빙글번쩍 네온이 있는 가게는 그렇고 그런 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인 안주가 풍성하다는 둘세이수아베, 골목안으로 들어가야 해서 찾기가 좀 까다롭다. 언제고 애인이 생기면 모시고(?) 가보고 싶은 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는 옷가게가 많다. 유명 브랜드가 들어와있기 보다는 보세집, 수입전문점이다. 예전에는 자체 브랜드를 가진 아주머니들 가게-비싼 집이 아니라, 동네 양장점 수준의 싼 집-도 좀 있었다고 했는데, 임대료가 올라서 그런지 차례차례 업종 전환을 해버린 듯 하다. 동대문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특이한 옷가지가 꽤 많은데, 일본에서 수입한 옷들이 의외로 많았다. 간판이 맘에 들어서 찍어본 Glamour Cat, 그런데 저 인상이면 Fighter Cat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허자매라는 곳은 작은 보세옷집 같은데 간판이 맘에 들어 찍어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와인을 파는 곳, 레스토랑 같은 가게도 꽤 있다. 들어가 본적은 없지만 커다란 눈이 있는 그랜드 머더, 청주를 파는 집으로 잡지에 줄기차게 홍보된 가로수길 프로젝트 등은 이 지역에서 꽤나 인정받는 집이라고 한다. (하지만 들어가볼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나는 걸 보면 나는 홍보를 잘 하는 집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케이크 하우스와 꽃집이 함께 있는 블룸 앤 구떼 (bloom & goute) 청담동에 있던 꽃집 블룸과 케이크 하우스 구떼가 함께 이전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내가 물어본 바로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몇몇 잡지사에서는 '그렇다'고 소개해서 좀 혼란스럽기는 하다. 역시 장사가 잘 되서 2층까지 오픈하는 분위기다. 맛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룸은 꽃과 케이크가 함께 있는 가게 답게, 테이블마다 이쁜 꽃들이 유리컵에 담겨있다. 가게 한쪽에는 꽃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가끔 플로리스트가 꽃다발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문한 적이 있는데 모두 수입꽃을 써서 무척 비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떼는 치즈 케이크류를 잘한다. 너무 부담이 가는 진한 치즈도 아니고 여린 치즈도 아니다. 적당한 맛의 치즈다. 물론 진한 치즈케이크의 팬들에게는 조금 여리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진은 일요일날 먹었던 딸기 치즈케이크. 밤 10시니까 아침에 작업했다면 만든지 오랜 시간이 지났을텐데 아직 촉촉한 비스퀴 (사진에서 아래 케이크 바닥의 시커먼 부분), 군데 군데 박혀 있는 딸기 시럽과 작은 라즈베리, 그리고 치즈와 함께 은은하게 풍기는 딸기향이 좋았다. 하지만, 딸기와 치즈의 조합은 약간 부족한 궁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 맛은 있었지만 차라리 일반 치즈케이크를 권하고 싶다.  케이크 표면에 박힌 것은 딸기가 아니라 색을 입힌 거봉이었지만, 맛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세장의 사진은 예전 청담 구떼에서 찍었던 케이크 사진이다. 마지막 키위 무스 케이크는 ex-여친을 위해 주문했던 것, 사실, 이전에 화이트 rose에, 화이트 초컬렛으로 된 멋들어진 나만의 케이크를 주문했었는데, ex-여친에게 가져 가다 뒤엎어 버렸다. (그때 거의 울뻔 했었다.) 그 케이크에 비하면 위의 케이크는 10%도 이쁘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는 인테리어 샵도 꽤나 있다. 사진이 흔들려 올리지는 못했지만, 건물이 정말 짱짱해 보이는 가게도 있고, 위의 오래된 문과 같이 독특한 컨셉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가게도 있다. (아마도 앤티크를 파는 곳일테지) 어느 쪽이든 나와는 아직 상관없는 공간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외에도 다양한 집들이 있다. 가정집 전체를 까페로 개조한 가게. 하지만 들어가 볼 생각은 이상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와 같이 수상한 갤러리도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을 들여와 비싸게 팔고 있는 록씨땅의 매장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서 찾은 가장 멋진 간판.
해바라기 흥업은 '이름만 보면' 조폭회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디자인 회사였다. 전지현이 선전하고 나도 즐겨마시는 17차 패트를 이 회사에서 디자인 했다고 한다.

수정) 회사 관계자 분이 알려주신바에 의하면, 17차의 온라인프로모션 브랜드사이트를 디자인한 회사라고 한다. 무식하면-_- 이렇게 여러사람에게 폐를 끼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오픈한 그랜드 하루에, 가로수길 점. 본점에도 들어가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여기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외관부터 '나 비싸!'라고 말하는 듯 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업중인 구스띠모. 갤러리아쪽에 처음 생겼을 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1년쯤 후에는 맛이 떨어져서 가지 않았는데, 여기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수길에서 압구정쪽으로 오다 있는 맥주집, 한잔의 추억, 일요일 밤이라서 뜸하지만 평일과 토요일밤까지 붐비는 허름하지만 인기있는 호프집이다. 들어가본 적은 없음.

가로수길은 차가 없으면 좀 불편하다. 나같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야 편하지만, 여친님을 한~참 걷게한다면 당신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여친을 데려가고픈 사람들에게는 신사역쪽에서 들어가기를 권한다. 의외로 가까우니까. 만약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스쿨푸드에서 김밥을 먹고 (우리 용돈으로도 감당할만하다.) 와인을 먹고 싶다면 둘세이 수아베, 혹은 정든집에서 오뎅을 먹어도 좋으리라. 시간이 어중간하면 콩다방에서 시간을 떼우면 된다. 이들이 좋은 집이라 권하는 건 아니고,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이는 집이기 때문이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