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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음성인식'이라는 주제에 매료되어서, 오랜만에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손대고 있다. 그런데 음성인식 (Speech Recognition)이라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주제라서 프로그래밍 스킬도 약하기는 하지만, 이론적 배경도 좀 얻으려고 보고 있는 책이 DSP First: A Multimedia Approach라는 책이다.

원래 보려고 했던 책은 Xuedong Huang가 지은 'Spoken Language Processing'이었는데, 그걸 보기 위한 기초지식을 얻기위해 이걸 보고 있는 셈이다. 오랜만에 보는 오일러 정리나 복소수 개념에 좀 헉헉거리고 있다보면 대학교 2학년 때 수학과목을 들을 때 좀 더 열심히 할껄! 하는 후회가 절로 밀려온다. 그때 열심히 했으면 지금 Internet으로 수학강좌를 다시 들을까하는 고민은 안해도 될텐데 말이다. 


업무시간이 평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주로 출근시간 (퇴근시간은 너무 피곤해서 어렵다!) 아니면 주말이다. 지겹지 않냐고? 난 공부가 너무 좋아서 ...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솔직히 지겹더라. 오랜만에 수학을, 그것도 하고 싶은 걸 하기위한 기초를 하는데 안지겨울리가 있겠나? 진도도 제대로 안나가고...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 때는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했던터라, 이럴 때 벗어나는 방법 또한 잘 알고 있다. 물론 방법을 알고 있다고해도 쉬운일은 아니지만. 


1.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한다.

회사일에 치여서 주말에 놀고 싶은데 어딘가 틀어밖혀 공부해야 한다! 이건 말도 안되게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그나마 가족/집안 환경이 그것조차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자신이 공부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난~ 뭘 하기 위해 공부한다!) 그 과정을 즐겁게 여기도록 해야한다. 내 경우는, 이 책을 공부하는 걸 하나의 모험으로 여기기로 했다.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모험이 끝났으면 댓가가 있어야하지 않겠나?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를 위해서 선물을 하나 사기로 했다. 오랫동안 가지고 싶었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사지 않았던 LAMY나 Pelikan, Caran D'ache의 샤프를 하나 사주기로! (난 볼펜/만년필은 흥미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 "어려운 부분을 포기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공부 못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데 스타일이 있다. 책을 대충본다. 여기는 나올거 같고, 여기는 안나올 거 같고... 하면서 부분부분만 공부한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로 공부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책을 이미 숙독해서, 전체 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뿐이다. 그 경우에는 전체 흐름중에, 중요도를 따지면서 일부만 보거나, 헷갈리는 부분만 살펴보는 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는 데도 잘 하는 사람이 찝어주는 것만 보는 사람은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거다. 시험을 치는 거라면 요령있게 점수를 받는 거니 모르겠지만, 지금 이 공부는 볼 시험도 없다. 그러니 요령 피우면서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게 없다. 특히, 챕터를 한 75% 정도 살펴보고, 나머지 25%는 대충 알겠어!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다.

"빨리빨리 넘어가서 일단 책을 한 번 살펴본다는 게 중요하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시간낭비다. 중요한 내용이 뭔지를 모르면서 책의 75%만 읽으면 금방 잊혀진다. 어떤 책도 75%만 읽고 25%는 빼먹고 가도 괜찮게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두뇌를 풀 파워로 가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더디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뇌신경 과학에 의하면 우리의 머리는 오랫동안 익숙해진 일을 하기 위해 긴밀하게 '회로'를 만든다고 한다. 수학 잘하는 사람은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회로가 발달해있고, 그래서 어떤 일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다. 업무를 오래하다보면 업무와 관련된 일은 다른 일보다 더 많이 기억하는 이유는 그와 관련된 회로가 발달되 있고, 그와 관련된 기억에 접근하는 회로가 빠르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5~10년간 안하던 일을 하려면? 힘들다! 너무 힘들다. 일단 뇌의 회로가 제대로 구성되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몇 개월은 해야 제대로된 회로가 구성되어서, 공부할 수 있는 뇌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때까지 해야할 일은? 포기하고 넘어가지 않는 거다. 몸과 마찬가지로 뇌도 2개월 정도 지나면 '이 공부의 고통은 평생 계속될거다!' 라고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공부의 고통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속 회로를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래. 말 그대로 새로운 걸 공부하려면 '두뇌개조'를 해야한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은 또 하나의 이득이 있다. 가령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면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흔히 '공부의 즐거움'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실제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으로 뇌에 보상을 해주는 걸 의미한다. 뇌는 이런 '도파민'을 느끼는 방향으로 회로를 구성한다. 따라서 어떤 공부를 할 때, 어려운 부분을 넘어가는 버릇을 하면 절대로 그 공부를 하기 위한 회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부분도 쉽사리 넘어가지 마라. 회로가 만들어질 때까지 붙잡고 늘어져라. 작은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얻는 '도파민'은 당신이 공부하는 데 대한 순간순간의 작은 보상이고, 공부를 하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3. 공부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라

내 경우는 회사일 다음에 이 일이 우선순위다. 회사 밖에서는 이 일이 1순위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직장다니면서 공부를 할 수 없다.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3순위도 소용없다. 


책의 Quest를 끝내고, 샤프를 주문하는 시기가 기다려진다. 왜 샤프냐고? 그거야 내 취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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