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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명절에 인기있는 선물중에 '홍삼정'이 있습니다. 홍삼의 영양분을 농축시킨 엑기스라고 하는데, 좀 비싸기는 해도 어른신들도 받으면 좋아하시고, 주면서도 마음이 뿌듯한 선물이죠. 저도 부모님께 몇 번 선물 드리기도 했구요. 그동안 그냥 백화점에서 비싼 거 사드리곤 했는데, 어느날 성분 분석표를 보아하니 이런 내용이 있더라구요. 


원료 및 함량부분은 "호갱님들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게 만드는 것이 아마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아닐까 싶네요. 소비자들에게 Rg1+Rb1을 공부하라는 소리 아닙니까? 그런데 평생 저 성분을 이해할, 아니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뭐 그렇다고 당황한 티를 내보이면 안되죠. 어쨌거나 우리는 저런 복잡한 기호들도 무난히 해석할 수 있게 대학교육을 제외하고도 12년간이나 교육을 받는 국가의 국민 아니겠습니까? 위 성분표에서 대충 중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습니다. 

1) 제품분류: 홍삼농축액 100%

2) 사용홍삼: 6년근 고형분 64%, 국산

3) 진세노사이드 Rg1+Rb1 4.5mg/g이 포함되어 있음

4) 사용한 홍삼비율: 홍삼근 75%, 홍미삼 25%


잘은 모르겠지만 6년근 홍삼을 썼고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1g당 4.5미리그램 (1mg = 0.001g) 들어있다는군요. 정말 모기 눈물만큼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국산 홍삼을 썼는데 홍삼근 75%, 홍미삼 25%는 또 무슨 소리일까요? 예! 사람은 속지 않으려면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일부 남자들은 이런 공부 과정을 쇼핑과정보다 더 좋아하죠-_-;;;; 그래서 한 번 조사해보기로 했답니다. 


1. 진세노사이드 저건 무슨 소린가?

고려인삼이라고 흔히 불리는 인삼은 당연한 소리지만 여러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인삼의 대부분은 탄수화물로 되어 있고 (약 60~70%) 인삼의 핵심물질인 사포닌(saponin)은 4~10% 정도만 함유되어 있습니다. 에? 사포닌? 사포닌은 별거 아닙니다. 물에 녹았을 때 거품나는 물질을 사포닌이라고 말하고 식물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불가사리, 해삼같은 생물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지금까지 보고된 천연에서 존재하는 사포닌은 약 750여 종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Sapona에서 비롯되었고, 그 의미는 영어로는 Soup, 예 그렇습니다. 비누죠. 물에 닿으면 거품이 이는 물질은 거의 Saponin 성분이 있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그런데 인삼(Panax) 에는 좀 특별한 사포닌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40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사포닌이죠. 

인삼(또는 홍삼)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 왜 건강에 좋을까요? 

첫째: 몸에 좋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항암능력을 가지고 있고, 노화억제, 간기능, 항당뇨, 혈압조절, 면역기능 조절 등 '야 빨리 먹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많은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몸에 흡수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키토산이라는 물질이 있죠. 예! 피를 맑게 해주고 게껍질에 많다는 그 성분 말입니다. 그래서 해물탕에서 게껍질을 일부러 질겅질겅 씹어대는 분들이 있는데…예, 게껍질의 키토산은 우리몸에 흡수가 안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먹어봤자 아무 소용없죠. 다시 인삼 이야기로 돌아가서, 인삼속에 있는 사포닌들은 특이하게 다른 식물의 사포닌과 달리 몸에 흡수도 비교적 잘 된다고 합니다. 

셋째: 독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독성일까요? 사포닌은 일반적으로 적혈구를 파괴하여 빈혈, 황달 증상을 일으키기 쉬워요. 이걸 Hemolysis, 우리말로는 용혈작용이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인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도라지에 존재하는 사포닌은 용혈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인삼은 용혈작용을 일으키지 않아서, 계속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을 특별히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라고 부릅니다. 쉽게 우리말로 하자면 '인삼사포닌느님'이라고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진세노사이드에 대해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다시 -OH기가 2개 달린 프로토파낙사디올(PPD)계, -OH기가 3개 달린 프로토파낙사트리올(PPT) 뭐 이렇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거 알아봤자 쓸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다시 세분하면 진세노사이드, 코리안 진세노사이드, 말로닐 진세노사이드, 퀴네퀘노사이드, 노토 진세노사이드 등으로 나뉘는데 그러니 여기서는 건강에 중요한 작용을 주는 '인삼사포닌느님' 중 몇개만 설명해 보겠습니다. 

Rb1: 항산화효과 및 세포 노화 억제 기능을 통한 노화방지, 숙취해소 및 간보호, 비만 예방,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 개선, 염증에 대해 항염작용, 해열작용, 콜레스테롤 분해촉진 및 혈액순환 촉진하여 심혈관계 질환 및 뇌졸증 예방

Rg1: 혈액순환 촉진 및 고지혈증 예방, 면역기능 촉진, 단백질 합성 촉진(특히 간세포 증식 통하여 간장 보호), 피로회복작용 및 항스트레스 작용 등등

그리고 이거 이외에도 중요한 사포닌 들이 있습니다.

Rb2: 진통작용, 당뇨예방, 스트레스해소, 면역 활성화, 노화방지, 암세포 성장 억제, 간장보호

Rh1: 암세포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작용으로 유명 

Rh2: (산삼/홍삼에만 존재): 암세포 증식 억제를 통한 강한 항암작용

Rg3: (산삼/홍삼에만 존재): 치매 예방 및 항암작용

대충 이정도입니다. 그냥 만병통치약-_-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거의 편강탕-_-수준입니다. 자. 너무 깊이 빠져들지말고 다시 위의 정관장 성분표로 돌아오지요. 즉 진세노사이드 Rg1+Rb1 4.5mg/g이라는 의미는 항암/항산화,간해독 등등을 하는 무지 좋은 사포닌 성분인 Rg1, Rb1 두 성분의 합계가 홍삼정 1g당 평균 4.5mg, 즉 0.0045g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기죠. 40가지나 되는 사포닌 가운데 왜 Rg1, Rb1 두개만을 골라 홍삼 성분으로 쓰는 걸까요? 이미 기억에서 사라지셨겠지만, '인삼사포닌느님'은 다시 프로토파낙사디올(PPD)계, 프로토파낙사트리올(PPT)계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죠? 올레아닌계라는 다른 계도 있  뭐 예. Rb1은 앞의 PPD계의 대표선수고, Rg1은 PPT계의 대표선수입니다. 사포닌을 하나하나 다 성분분석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렇게 대표선수만 표기하는 거죠. 두 사포닌의 합은 '인삼사포닌느님'의 거의 40%를 차지합니다. 대표선수라 할만하죠?

* 인삼사포닌 종류 구성비(%)

진세노사이드 Rb1 - 22.9%

진세노사이드 Rg1 - 18.6%

진세노사이드 Re   - 14.8%

진세노사이드 Rb2  - 10.9% ... 등등등

참고로, 이 표기방법은 2010년 1월 1일 식약청에서 고시한 표기 방법에 따라 이렇게 쓰게 된 겁니다. 그 전에는 사포닌 함량 (또는 홍삼성분) 70mg/g이상 이런식으로 표기했었죠. 어느 쪽으로 하던, 일반 소비자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말들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사포닌함량, 홍삼성분 식으로 씌여 있는 상품이라면, 

1) 2010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묵은 제품' 이거나

2) 식약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식품제조 허가를 받은 제품입니다. (그보다 못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2012년 7월, 식약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표시법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링크참조] 현재 Rb1, Rg1이외에 Rg3(S)라는 다른 사포닌의 합으로 표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왜 이렇게 변경하려 할까요? 일단 Rg3가 홍삼에만 존재하는 사포닌이어서 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어느 대기업에서 힘을 좀 썼을 수도 있겠죠. 모 재벌기업 인삼 제품의 마케팅 포인트가 바로 '홍삼에만 있는 사포닌 Rg3 성분 함량이 높다.' [관련링크] 이거든요. 하지만 역시 건실한 대한민국 국민다운 생각으로 식약청 분들이 널리 소비자를 복되게 하려는 고뇌의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려면 이제 홍삼농축액의 성분은 완벽하게 알게 되었느냐? 후후후 호갱님. 회사를 물로 봅니까?  정관장은 2012년 1월, 위에 우리가 열심히 공부했던 '홍삼정' 제품말고 가격을 좀 올린 '홍삼정 PLUS'라는 제품을 새롭게 출시합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홍삼정' 제품의 생산을 줄여버리죠. [관련기사] 작년 1월에는 "홍삼정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라고 했지만, 지금 정관장 홈페이지에는 '홍삼정 PLUS'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홍삼정 PLUS의 성분표를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홍삼정 PLUS의 성분표입니다. 좀 헛갈리게 되어 있죠? 하나만 봐도 헷갈리는 Rg1, Rb1이 두 군데나 표기되어 있습니다. 위에는 13.5mg이라고 되어 있고 아래는 4.5mg/g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정관장 및 다른 회사들은 Rg1+Rb1이 1g 당 얼마로 되어 있어야 하는지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항이지만, 위 성분 표기에는 소비자가 약간의 산수를 생활화하여 두뇌발달에 매진할 수 있게 하기위한 회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1일 섭취량 3g'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겁니다. 1일 섭취량 3g에는 분명히 4.5mg/g * 3g = 13.5mg이 들어있겠죠. 즉, 정관장 PLUS 내에 Rg1, Rb1 성분은 기존 정관장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4.5mg이 들어있습니다. 

자! 이제 홍삼정 표기의 '한줄'이 가까스로 해석되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저 4.5mg/g이 많이 들은거야? 적게 들은거야?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겠죠.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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