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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플라자의 외관은 멋집니다. '기괴하다.'라는 느낌도 있을 수 있지만 돈을 만이 들인만큼,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위대한 건축, 특히 도심에 위치한 건축은 단지 그 건물만 우뚝 서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건물과 주변지역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의미를 획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 건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고민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유명한 건축가라고 달랑 맡긴다고 그 건축이 위대해지지는 않습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지하철 역에서 들어오면 볼 수 있는 화면입니다. DDP는 최근 대형 건물의 트렌드의 하나인 '열린 건축'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내가 아닌 광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입구는 한 곳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열린건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합니다. 접근 경로에 따라 이용자에게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건물의 구조상, 메인 입장통로는 제가 들어온 지하철과 연결통로가 아니라 지상과 DDP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입니다. 이 다리에는 여러개의 LED 스크린이 있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가 들어온 (아마도 대부분 시민들이 들어올) 지하철 통로에는 아무런 가이드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나오는 영상들은, 가이드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감이 있더군요. 그냥 이렇게 만들어두면 멋질 줄 아나봅니다.


실제로 로비 역할을 하는, '어울림 광장'입니다. 제대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일단 어디를 가야할지 헤매게 됩니다. 이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줄 안내소를 찾기도 어려운데다, 이름도 희안하게 지어놨습니다.

DDP의 지도입니다. 제일 왼쪽아래가 위 사진에 보이는 어울림 광장이고, '미래로'라는 이름이 붙은 다리가 서문, 즉 메인 출입구로부터 이어져 있습니다. 건물에는 A, M, D라고 되어 있는데, 

A: 알림터, 그런데 영어로는 Art Hall, 

M: 배움터, 영어로는 Museum,

D: 살림터, 영어로는 Design Lab


그야말로 영어따로, 한글따로입니다. 저런 커다란 큰 건물에 살림터라고 붙어 있으면 이용자들이 '아아. 순한글 이름이야, 아름다워.' 라고 해줄 것 같은 착각이 아니면 도저히 지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영어로 된 이름은 외국인들이 쉽게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있게 해놓고, 우리말 이름은 저말 성의없이 지어두었습니다. 저런 큰 건물에 살림터라고 이름붙여두면 어떤 건물 같습니까? (운영자들이 오세훈 전 시장때 임명된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왜 저렇게 이름을 붙였는지 바로 이해가 되기는 했습니다.)


5,000억이나 들인 만큼 외관은 우주선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게 정말 독특합니다. 저런식의 거대한 곡면 캔틸레버는 아마도 국내 건축에서는 처음 시도된 게 아닌가 합니다. 하긴 국민의 세금아니라 자기돈이면 누가 이런 건물을 짓겠습니까? 

안내판은 한참을 들어가 이런 벽쪽에 붙어 있습니다. 행사안내 달랑 하나, 장소는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장소는 여름에는 거대한 캔틸레나가 만들어주는 그늘 때문에 야외 공연장으로 인기가 있을 듯. 


저 물음표가, 메인 안내 데스크였나... 그렇습니다. 건물이 비정형이라 '안내판'도 범인이 한번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도록 비정형화 되어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로비역할을 하는 광장을 전체적인 신비주의로 채워두고 싶은 듯 합니다. 


이날 온 사람들의 상당수는 서울 패션위크를 보기 위해 온 패션관련 학생들, 사람들, 모델들이었습니다. 나름 몇몇은 다채로운 복장을 입은 분들이 계셨던...


위 지도에서, 지하철쪽 입구의 반대쪽, "팔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공간입니다. 그냥 사방팔방으로 뚤려있다는 의미일듯. 이쪽은 사람이 비교적 한산합니다. 실내가 아닌 야외를 활용해야 하는 비정형 건축의 경우, 모든 지역에 균일하게 사람이 몰리도록 동선을 조절하거나 콘텐츠를 배치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런 고려는 전혀 없는 듯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터널같은 느낌입니다. 하여간 건물의 독특함은 정말 대단합니다.

어울림광장에서 건물 뒤로 돌아오는 길, 열린마당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동대문 운동장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1966년 설치되었다는 야간 조명탑이 남아있고, 그 아래 두 개의 전시장이 있습니다. 


건물을 한바퀴 빙 둘러 다시 동대문 시장 건너편으로 와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저 캔틸레버를 만드느라, 실무담당자들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을 듯. 


이쪽에서도 어울림 광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긴거리를 내려가는 동안, 바닥에 뭐라고 적힌 것 이외에는 정보를 습득할 길이라곤 없어서 참 난감하네요.


볼만한 것은 외관 뿐인가요? 그건 부정하기 힘듭니다.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부끄러운 흔적입니다. 동대문 운동장 축구장 부지였던 곳인데, 새로 개발하기 위해 옛 운동장을 허무니, 건물지 유적 10개소, 무기고로 추정되는 건물 및 군사시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하도감의 터라고 하니,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겠지만 개발제일주의 입장에서는 이런 비싼 땅에 유물이 나오면 처치 곤란이었지요. 그래서 쉬쉬하면서 건물지와 우물, 집수시설은 건물 뒷편의 야외 전시장으로 이전하고, 일부 흔적만을 남겨두었습니다. 위치가 캔틸레버 바로 아래인데, 참으로 부조화의 극치라 할 수 있는 광경입니다. 디자인 플라자라! 도대체 어느 디자인이 역사를 무시하고 홀로 존재할 수 있는지....


캔틸레버 아래 유적지!


서울패션위크에 온 사람들. 모델들인지 사진촬영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M2 건물입니다. 외국인에게는 뮤지엄, 우리는 배움터라고 알려주는.


참 독특한 건물입니다.


홈페이지 설명을 읽어보니, 이 유적지 너머 사람이 몰려있는 부근이 예전 내야 부근인 듯 하네요.


금속으로 이런 곡면을 만들기 위해 공돌이들을 그건 니가 알아서 하라고 45,133장의 외장패널을 정성스럽게 이어붙였다고 합니다. 


건물 사이의 연결통로는 동굴스럽습니다.

실제 동굴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계단입니다.


서울성곽의 일부가 축구 운동장 밑에 남아있어, 억지로나마 복원시켰습니다. 1925년 일제가 경성운동장을 지을 때 이런 성곽등은 다 유실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운동장 밑에 묻혀있었습니다. 저 끝에 보이는 문이 물을 빼기위한 이간수문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DDP, 종잡기 어려운 건물입니다. 땅값까지 1조나 쏟아부은 건물인데, 잘되기를 바라지만 오늘 잠깐 둘러본 결과로는...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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