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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만화나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이입(empathy)이 잘 되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내가 작품의 누군가라면?" 라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을 좋아하죠. 예를 들어, 해리포터를 읽을 때 해리가 되어서 헤르미온느와 기필코 하고싶다  사귀고 싶다거나, 혹은 내가 볼드모트라면 해리포터를 쳐부수고 완벽한 악의 마법사의 제국을 세우겠다는 상상을 해보셨다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곱게 자란 자식'은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여주인공은 순박한 시골소녀인데다 남주인공 박계춘이 등장하긴 하였으나 아직 보여준게 적죠.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엄청 고생만 하고 있기에 그 처지가 되어보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친일파에 감정이입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주인공인 박계춘입니다. 석양을 배경으로 하고 엄청 폼을 잡고 있지만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습니다. 뭐 혹시 나중에 각시탈처럼 변한다면 또 모르지만...] 


그러면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 작품의 매력은 '그 시절 사람들의 처지에 대한 공감' 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아픔과 무력감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고,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15년간 감금당했을 때, 주인공이 당하는 무력감과 분노에 공감했지만 스스로 그 처지가 되어볼 마음이 없었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독서이론으로 따지면, 등장인물의 심리적 관점에 공감하는 (Perspective taking) 인지적 감정이입(Cognitive Empathy)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그런 공감을 느낄만한 장면은 곳곳에 튀어나옵니다. 너무 스토리상 중요한 장면을 예로 든다면 빅-스포일러가 되어버리니까, 고르고 고른 작은 스포일러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조마조마하면서 보았던 장면입니다. 만약, 당신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농사나 짓던 그런 촌부였다면, 어느날 갑자기 징집이 되어 끌려가다가 다들 달아날 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무서워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발버둥나마 쳐봐야할까요? 집에 가서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항상 벌벌 떨던 '나으리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서 있는데 발이 떨어질까요? 작가의 인터뷰 [http://acomics.co.kr/archives/14055#.U9vEM4CSxX6]를 읽어보면, "의도한 것은 독자로 하여금 조마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스토리상 클라이막스가 아니라 최민식이 유지태에게 애원하는 장면처럼 가슴을 쥐어 뜯으며 볼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단점으로 꼽기는 애매하지만 읽는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는 토속적인 그림체와 스토리, 초반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개입니다. 그림체의 경우, 무료 웹툰의 최대 고객인 어린 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림체가 아닙니다. 다음 웹툰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아서 부정확하지만, 달리는 댓글의 말투로 생각해보면, 적어도 20대 후반의 남/여성 특히나 남성의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토속적 그림체가 보다보면 작품맛을 살려주는 장점이기도 해서 이걸 단점으로 꼽은 건 좀 더 많은 사람이 (특히나 어린 학생들이) 이 작품을 읽어주었으면 싶은 제 바램 때문이겠지요. 


또 하나 단점으로는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봐주었으면 하고 바랄 것 같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잘 먹히기 힘들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웹툰은 일제 강점기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다는 점을 깔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초, 중등 학생에게는 아마도 어려운 이야기일거라 생각됩니다. 작가님이 고생하시겠지만, 특별편에 '안통하는 개그(이 작가분 개그 감각은 전~~혀 기대할만한 것이 못됨)'를 굳이 넣지 마시고 '식민사회'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과 자신이 왜 이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에 대해 솔직하게 썰을 풀어주신다면 그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조금만 더 바란다면, 초반에 일제시대에 대해 배경지식을 좀 더 붙여주셨었다면 좋겠지요. 역사에 대해 길게 썰을 풀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은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지배하기 시작했다."라는 정도로 간단하게 해도 좋습니다. 뭐 만화의 배경은 정말 한줄과 그림 하나로도 충분한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세상은 대 해적 시대를 맞이했다."라거나 "인간은 100년전 갑자기 나타난 거인에게 잡아먹혔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여성분들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특히나 1부 초반에서는 서술자가 어린 시골 여자아이다보니 이야기에 몰입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만화에 대한 주변 지인의 추천, 그것도 여러 명의,이 없었다면 아마 1화~3화를 보고 그대로 접었을 겁니다. 작가님의 생각이 있겠지만 싫증을 잘 내는 저로서는 4화에서 '그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읽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은 읽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을 한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워낙 탄탄한 인기를 가진 작품이라 제 추천은 그저 숫가락을 하나 더 놓는 정도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 일제 강점기의 사람들의 삶,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3화가 좀 지루했지만 참고 7화까지만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이후로는 술술 읽히거든요. 특별편은 정말 안읽어도 무방하구요.^^

곱게자란 자식 웹사이트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wellg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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