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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역과 선정릉역 사이, 약간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 애매한 위치에 새로 생긴 디저트 샵입니다. 디저트 가게가 있을 분위기가 아닌데 용감하게 문을 여셨더군요. 요즘 흔히 말하는 뒷골목 창업인데, 그만큼 맛과 분위기에서 자신이 있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방문한 것은 문을 연지 3일 정도 되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호평과 함께 이미 상당히 유명해졌더군요. 퇴근후에 몇 번 가려고 했더니 이미 케이크가 다 팔린 경우가 많더군요.  


가게 내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원목 탁자가 있네요. 


가게 분위기 참 정갈합니다. 최근 강남 쪽에 분위기가 괜찮은 케이크샵이 거의 없는데 이 집은 분위기만 놓고보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듯 하네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갔을 때는 마감시간이라 손님이 없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고, 손님이 많을 때 분위기는 조금 다르겠지요. 


상호가 드러나있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로 결재한 다음 서명하기 편하게 결재판이 약간 기울어져서 진열장 앞머리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주인 분이 참 생각을 많이 하신 듯 하네요. 저렇게 전자서명하는 기기가 배치되어 있으면 손님이 물건을 사고 사인은 저들이 하는 '무례'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생각이겠죠. 개인적으로 금액이 적더라도 멋대로 사인하는 가게는 사장의 사고 방식이 의심스러워서 가기가 꺼려지더군요.


늦게 간 덕에 대부분 케이크는 솔드아웃. 장식이 참 이쁩니다. 


접시 괜찮네요. 케이크 집에서는 접시도 중요하지요. 물론 접시만 이쁜 집도 있습니다만.  쇼케이스가 특이하게 1단만 있는데... 그 이유는,


쇼케이스 안의 케이크는 사실 장식용으로 하나씩만 들어있고, 대부분 작업실에서 보관하다 바로 가져나오기 때문입니다. 늦게 간 저를 위해 추가로 하나를 더 만들어주시네요. 감사하기도 하여라.


남은 케이크를 몽땅 가져오라는 호기도 부려봅니다. (그래봤자 4개였네요.) 이렇게 늘어놓으니 무척 화려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집니다. 이 집 케이크의 장점은 단아하지만(작지만) 디테일이 무척 이쁘다는 점입니다. 디저트 가게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듯 합니다. 


먼저 이 집의 대표메뉴인 스트로베리 치즈 케이크. 이쁘게 잘 만든 케이크 입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이쁘게 뽑은 케이크는 드물게 보내요. 


속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딸기 무스, 아래는 치즈, 가운데는 라즈베리 퓨레입니다. 쓸데없이 과일류가 올라가지 않았고 딸기 무스 + 라즈베리 퓨레 맛이 일체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베리류만 있어서 자칫 가벼울 수 있는 풍미를 치즈케이크가 잡아줍니다. 먹기 편하고 맛이 착착 감기네요. 현 시점에서 강남에서 기억나는 디저트 둘을 꼽으라면 이 딸기 치즈케이크와 레이디 엠의 밀크레이프를 꼽고 싶네요. 


피스타치오, 재미있는 케이크입니다. 한국에서는 파스타치오 스폰지는 처음 먹어보는 듯 한데요 이 놈을 먹고 나서 상당히 혼란에 빠졌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딸기 치즈 케이크와는 달리 도대체 무슨 맛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혼란스러워서요. 상당히 복잡한 맛의 구성인데요 맛의 중심에 피스타치오가 있다고 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바닥에는 아몬드 코코넛이 베이스로 있구, 스타치오 스펀지 케이크가 3개층으로 얇게 나뉘어져 있고 그 사이에 망고와 파인애플 크림, 위에는 보시는 바대로 베리들이 있습니다. 



피스타치오 스폰지 케이크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피스타치오 에센스와 우유만 있으면...) 피스타치오 에센스의 향은 일단 스폰지 케이크로 만들면 다른 퓨레나 크림에 비해 강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이렇게 복잡하게 조합을 하지 않거든요. 보통은 초컬렛 가나슈를 올리고, 위에는 피스타치오 조각을 듬뿍 올려 부족한 피스타치오 느낌을 보충해주는 그런 구조가 많거든요. 즉 피스타치오 스폰지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첨가하는 맛은 가능한 단순하게 하거나, 피스타치오를 덧잎여서 한 번 더 강조하는 식이죠. 그런데 이 케이크는 위에 올려진 베리들과 피스타치오가 매칭이 잘 된다는 생각도 안들고, 열대 과일로 만든 크림류랑 안그래도 얇은 피스타치오 스폰지 맛이 확 섞여 버려서 정말 애매한 느낌의 맛이 납니다. 피스타치오 스폰지 케이크가 너무 얇은 탓고 있고요. 맛은 있는데 정확히 페티시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애매한 맛이라고 할까요? 제 감상은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조합을 즐기는 분도 계실거구요. 저는 베이스로 피스타치오가 좀 더 두껍게 받쳐주고, 특색있는 크림층은 하나 (개인적으로는 망고 쪽), 거기에 위에 피스타치오 조각을 덧뿌리는 쪽이 좀 더 맘에 듭니다. 


다크 초컬렛 돔이라는 초코 무스 케이크입니다. 조명 때문이라기보다는 실력 땜에 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네요. 


조명 때문에 색감이 망했네요. 원래는 훨씬 더 초콜렛스러운 색감입니다. 맨 위에 뜬금없이 블루베리가 있는데, 케이크와 조화는 전혀 아니어서, 차라리 안 주시니만 못한 결과가 되어 아쉽네요. 초코 무스는 생각보다 맛이 흐렸고, 내부의 체리 퓨레에 초컬렛이 밀리는 느낌이라 모양새는 이쁜데 참 판단하기 애매하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급히 만들어주셔서 평소와는 맛이 조금 달랐을 수도 있고요. (이날 케이크가 솔드 아웃되서 파티시에 분이 저를 위해서 급히 하나를 더 만든거라 평소와 좀 달랐을 가능성도 있네요.) 


이 케이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크 초컬렛 돔이라고 되어 있어서 저는 좀 더 진한 맛을 기대했거든요. 체리퓨레도 단 맛이 강하고 초콜렛 맛과 서로 방해하는 듯 존재감만 강해서 이 초컬렛 무스에 맞춰 직접 만드신 건 아니고 그냥 기성품인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분명 초컬렛 무스와 체리 퓨레의 조화를 기대하신 것 같고, 많은 사람이 그 맛에 공감하겠지만 저는 그냥 초컬릿의 Dark한 맛이 치고나가기를 원했거든요. 피에르 에르메가 그랬지요. 

"초컬렛 디저트에 견과류등 부재료는 넣을 수 있지만 마지막엔 진한 초컬릿의 풍미가 입안 가득히 남아야 한다."

이 말에 적극 공감하는 디저트-러버로서 이 무스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참고로 위의 케이크가 피에르 에르메의 타르트 플레니튜드입니다. 초콜렛 풍미가 입안에서 쳐올라오던 잊기 힘든 맛이었죠. 


3,500원이라는 무척 착한 가격의 디저트샵 가격으로는 매우 착한 초코과자. 앞에 있는 과자,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는 서비스고 뒤에 있는게 진짜입니다. 견과류에 초코. 3,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었습니다만 제 취향이 아니라 다음번에 고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쿠키와 초콜렛의 조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와는 달리 이 집은 커피도 유명하다니까, 커피와 쿠키를 즐기는 손님을 위해 마련해 둔 것 같습니다. (매상에 영향을 미칠테니 저 같으면 절대 싼 메뉴를 만들어 놓지 않겠죠.)


서비스로 주신 바나나 케이크와 쿠키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서비스 타이밍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날 제가 음료는 주문안하고 물과 두개의 무스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쿠키를 서비스로 주실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식감이 서로 방해가 되는 맛이어서 차라리 선물이라고 계산할 때 싸주셨으면 정말 마음 씀씀이에, 그리고 전문적인 서빙에 감탄했을 듯 합니다.



한 번 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친절함, 깔끔함이 참 돋보이는 집이었습니다. 딸기 치즈케이크는 다시 먹고 싶은 맛이네요. 이거 하나 만으로도 이 집에 가볼 가치가 있습니다. 강남구청역에서 내리면 가기도 쉬울 것 같고요. 초콜렛 돔 보다 화이트 돔(이날은 떨어짐)을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다만, 이미 인기가 상당한 것 같아서 평일에는 갈 방법이 없고, 주말에도 부지런해야 먹으러 갈 수 있을 듯 한데... 저는 그렇게 디저트를 부지런떨면서 먹고 싶지는 않아서 아마 가지 못할 듯 합니다. 디저트는 여유롭게 나가서 여유롭게 즐겨야 하니까요. 가까이서 있으신 분은 강남쪽에 괜찮은 디저트 샵이 생긴거나 기억했다 방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강남 지역에 또 괜찮은 가게가 하나 더 생긴 듯 해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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