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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복이 없는 동네에서 일하는 것도 모자라서 퇴근길 주변에도 별다른 먹을 게 없는 처지입니다. 덕분에 가끔 저녁을 먹고 싶으려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상당히 많이 돌아가서 무언가를 먹고 집에 가거나 아니면 맛도 없는 걸 먹든가 해야해서요. 집에가서 제가 해먹는 게 최고겠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집에가면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상당히 어려워진지 오래지요. 

누군가 추천해준 강남역의 일본풍 파스타집. 요멘야 고에몬. 일본풍 파스타라길래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그 집의 장점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단 한마디로 말해주더군요.

"싸! 가성비가 높아. 무조건 핼프로 시켜."


그래서 가보았습니다. 강남역 요지에 있어서 찾기는 쉽습니다. 회사 소개를 읽어보니 면은 이탈리아에서 제면한 건면을 사용하는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군요. 가게는 깨끗하고 정갈한 편입니다. 체인 점 특유의 분위기여서 어수선한 느낌은 있지만 일류 레스토랑에 온 게 아니니까요.


인상적인 건 접시들이었습니다. 일본 라멘집에서 흔히 보듯 산처럼 쌓여있는데 접시 하나하나가 깨끗해서 (하나 하나 들쳐본건 아닙니다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접시는 모두 일본 자기의 발상지라는 아리타에서 주문을 한다더군요. 


스파게티를 주로 팔지만, 오퍼레이션은 라면집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점이 재미있네요. 한번에 많은 손님을 대접하는 효율적인 접객을 통해서 코스트를 다운 시키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일본식으로 장국을 가져다 줍니다.


주문은 핼프핼프B, 첫번째 스파게티는 멘타이코 쉬림프. 명란과 버섯, 새우가 들어간 스파게티입니다. 맛은 평범하지만 반절만 주는데도 양이 적지 않더군요. 명란은 일본산을 쓰는 것이겠고, 약간의 가쯔오부시가 올려져 있어 명란과 함께 '일본풍'임을 알려줍니다.  


모짜렐라 가지, 미트소스. 핼프로 시키면 하나는 좀 비싼 파스타와 싼 파스타 조합으로 나오는 모양입니다. 먹기 쉬운 맛입니다. 토마토 소스는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흔히 먹는 그 단맛나는 토마토 소스가 아닐까 합니다. 입에 쩍쩍 붙는 느낌이어서요. 이것도 양이 적지 않습니다. 면발은 모든 스파게티를 동일하게 삶아내는데 먹기 쉽게 푹 익힌 느낌입니다. 두 파스타 모두 양은 합격. 맛은 한 접시에 6,000원 꼴로 생각하면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무우와 당근 피클, 처음 이만큼만 공짜고 추가하려면 1,000원을 내야합니다.


핼프 메뉴에 포함된 디저트, 망고푸딩. 강남역의 디저트, 그것도 세트메뉴에 포함된 디저트 치고는 먹을만해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15,000원짜리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강남역인 점을 감안하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디저트까지 포함된 구성은 훌륭하달 정도였습니다.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가격대 양과 구성을 중시하는 분이면 허접하고 쓸데없이 가격만 비싼 파스타를 드시느니 이 집에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파스타 하나하나가 대단한 맛이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또 가게 될거냐?고 물으면 좀 망설일 것 같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훨씬 더 재미있는 조합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대단한 솜씨가 있는 면이 아니면 파스타를 사먹는 건 가급적 피하고 있거든요.


소화도 시킬 겸 강남역에서 가로수길 까지 걸어갇는데 친구를 만나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 집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나쁘지 않아서 추가로 시켜본 밀크 푸딩입니다.


계란, 우유, 캐러멜 시럽, 바닐라 추출물... 상당히 단 맛. 질감도 균일해서 솜씨는 좋은 건 인정하지만, 사이즈도 작으면서 4천원 가까이 받아먹으면서 저 정도 재료로 만든 걸 먹고 맛있다 칭찬해 줄 정도로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슈도 하나 사서 둘이 나눠 먹었는데 이건 추출물에 양심껏 바닐라 빈은 조금 들어갔습니다만, 우유는 품질의 한계로 어쩔 수 없더라도 계란과 바닐라 빈이 진하게 들어가서 폭발적인 맛을 내줘야 하는데 아쉬운 맛이더군요. 품질 좋은 우유와 계란이 상당히 비싼 한국에서 맛있는 슈크림을 먹기는 아직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느날 저녁 과식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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