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점에 가면 참 묘한 책들이 많습니다. 작년부터는 인문학이 트렌드인 듯 싶은지, 이 책 한권이면 '나 인문학 좀 아네'하고 아는 체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책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혹시 이런 책을 사보시는 분들 계신가요? 재미있으시던가요?  그래도 월 몇만 원씩 꼬박꼬박 책값으로 지출하는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이런 책 안 읽으면 뒤떨어지는 것처럼 현혹시키는 마케팅에 속지 마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칸트같이 교과서에 나오는 사상가나 중국 고전, 미국 아이비리그 교수진이 쓴 책 정도는 읽어줘야 인문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탐구하는 사상, 철학도 인문학이지만, 말 그대로 간의 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도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생각보다 우리네가 살아가는 생활과 취미인 분야도 인문학으로 볼 수 있다는 거지요.


예1) 제가 아는 분은 '식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원래는 유럽 그릇에 빠졌다가 스타우브같은 주물냄비에 빠지더니 이제는 식칼로 관심이 넘어간 모양입니다. 이 분은 기회만 있으면 일본에 가서 청강을 두드려 만듯 횟칼을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오신다고 하시네요. 그렇다고 칼을 수집하는 건 아닙니다. 석유 관련 일을 하고 계시니 업무와도 관련이 없죠. 지금까지 이 취미가 도움이 되었던 건 쌍둥이 칼 대신 Shun을 사고 칼 좋다고 어부인께 칭찬받은 그 하나라고 합니다. 



예2) 자전거를 좋아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자전거를 취미로 벗삼는 분은 많으시죠. 하지만 이 분은 자전거의 역사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고 계십니다. 한국에는 깊이 있는 책이 없어서 해외에 나갈 때 마다, 혹은 Amazon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계십니다. 역시 자전거와 관련된 업무를 하시는 분이 아니고 은행에 계신 분이라, 이 일이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걸 한다고 해서 생각이 깊어지고 판단력이 뛰어나게 될리도 없죠.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한다고 눈총이나 사지 않으면 다행이죠. 그냥 좋고 행복해서 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은 '당장 도움되는 학문'이 아닙니다. 만약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문학을 원하시면 두꺼운 EXCEL 책을 사서 읽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저는 EXCEL처럼 업무에 대해 도움되는 도구들도 폭넓게 연구하면 인문학의 범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출세를 위해서, 아는 체하고 싶어서 하는 학문이 아니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학문입니다. 우리시대 석학들의 글 몇 편 짜깁기 한 걸 읽는다고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해질까요? 그래도 안 읽는 것 보다는 좋다고 하실 분께 질문드리고 싶네요. "학교 때 시험 전 벼락치기한 지식들이 지금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공자가 말했지요.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체 하려고 얻은 지식보다, 즐기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이 삶을 행복하게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문화 인문학'은 바닥이 얕디 얕습니다. 약간이라도 드문 분야를 파볼라치면 관련된 책도 적고, 결국 영어를 공부해서 해외 자료에 의존해야 하지요.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적고, 취미를 깊이 파고 들어서다간 먹고 살기 힘든 한국 사회 탓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좋아하는 걸 하세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분야를 파봅시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나, 혹은 책을 통해서 그 지식을 공유해주세요. 그게 정말 인문학에 빠지는 길입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BlogIcon 즐밥 인문학이라면 어렵게만 생각되기 나름인데 그런 책들이 길잡이거 되어 줄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도움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논어 같은 책을 읽는다면 졸음만 올지도 모르니까요.. 2015.06.15 15:08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