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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대단한 걸 만드는 건 아니고 고기를 구워 먹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정도입니다. 아래는 제가 겨울에 즐겨 만드는 대구 정소(시라코) 파스타를 만들어 먹은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iPhone으로 대충 찍어 화질은 열악하지만 웹에 올리는 용도로는 충분합니다.


먼저 면을 삶기 위해 물을 끓입니다. 모비엘 구리 냄비. 좀 깨끗이 써야하는데, 이놈의 구리라는 녀석들은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씁니다. 


즐겨쓰는 이탈리아 파스타 Rustichella D'abruzzo 면.

유학시절 처음 파스타를 끓여먹는데 사용한 면인데 여러 건면을 삶아봤지만 이 면보다 좋은 면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비싸지만, 직구 덕분에 요즘은 괜찮은 가격으로 먹고 있습니다. 옆의 소금은 히말라야 암염인데, 파스타를 삶을 때는 물에 소금을 팍팍 넣어줘야 합니다만, 히말라야 암염을 국수 삶는 데 쓸만큼 부자는 아니니 도로 집어넣기로 합니다. 


아래 영상은 어느 분이 친절하게 자막을 달아두신 제이미 올리버의 파스타 삶는 법. 소금을 팍팍 넣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뭐 과학적으로는 면을 만들 때 넣는 소금 농도 (2.5%~3.5%)보다 더 많이 넣어줘야한다고 합니다만, 그냥 대충 넣어주면 됩니다. 



파스타를 삶은 동안 소스를 만들도록 합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리데로, 오늘 소스의 재료는 대구 시라코(수컷 정소)

겨울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매 주말 이걸 꼭 해먹고 있습니다. 술로 가볍게 쪄서 냄새를 없애주는 게 좋습니다만, 아뿔싸 집에 싸구려 청주나 화이트와인이 없으니 씻었다치고 먹기로 합니다. 


먼저 냄비에 버터를 듬뿍~. 무염/가염 어느걸 써도 좋지만 저는 치즈도 따로 넣을 예정이기 때문에 에쉬레 무염 버터를 쓰기로 합니다. 


버터를 녹이는 동안, 블루치즈를 갈아서 뿌려줍니다. 

블루치즈도 맛이 진하고, 약한 놈이 있는데 약한 녀석은 조금 많이, 강한 녀석은 적게 뿌려줍니다. 너무 많이 뿌려주면 블루치즈 풍미가 너무 강해서 시라코의 느낌이 살지 않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몇 그램이나. 제가 그런걸 알리가 없지요. 전문 요리사도 아닌데. 그냥 적당히 입니다.


녹은 버터위에 치즈를 얇게 갈아서 녹여주고 

대구 시라코를 철퍼덕 넣어줍니다. 

시라코를 그냥 버터에 익혀도 맛있지만, 소스를 만들거니까 나무 주걱 같은 걸로 으스러뜨려서 치즈와 섞이도록 해줍니다. 원래라면 믹서에 갈아주는 게 좋은데 귀찮으니 이런 방법을 씁니다. 믹서로 갈아줄 경우에는 설겆이 거리가 늘어나고 보기에는 좀 좋지만 맛은 큰 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충분히 으깨줬으면 이제 약한 불로 익힙니다.


자. 소스가 되는 동안 고명을 만들기로 합니다. 제 고명은 언제나 말린 건어물. 올해 쓰고 있는 건 솔치입니다. 

청어 치어인데요 철에 따라 크기가 다른 놈이 잡히지만, 멸치와 비슷한 사이즈일 때가 가장 맛이 괜찮고 씹기 편합니다. 


으깬 마늘을 듬뿍 올린 마늘 올리브유로 살짝 볶아줍니다. 느끼한 소스를 먹다 솔치를 한마리씩 씹으면 좋은 악센트가 되어 전체 파스타 맛이 상당히 다채로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소스가 다 된 모양이네요. 생크림을 넣는 분도 계시겠지만, 모처럼 맛있는 대구 시라코의 맛을 망치는 일입니다. 사실은 여기서 수분을 더 졸여주는 게 좋겠습니다만, 약속이 있으니 빨리 먹고 나가기로 합니다. 


좀 볼품 없지만 이게 완성품입니다.

전 이쁘게 담는 능력은 거의 없으니 그냥 이해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 파스타는 김치와 함께 하는 법. 면은 심이 씹히는 상태보다 흔히 알덴테 어쩌고 하는 상태보다 더 삶은 단계지만, 시라코 소스에는 푹 삶은 면이 어울려서... 라기보다는 소스준비하고 솔치를 볶느라 타이밍을 잘못 맞췄습니다. 



일본식 파스타로 명란 파스타가 있지만 저는 알보다는 생선 이리로 만든 파스타를 더 좋아합니다. 대구 시라코보다 더 좋은 맛을 내는 생선은 청어 정소지요. 작아서 한 번에 여러마리를 써야하는 게 문제인데 올해는 청어가 솔치로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지 좋은 놈들이 잘 없네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들어 드셔 보시길. 맛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전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요. 




댓글
  • 프로필사진 BlogIcon 서울한량 ㅎㅎ 저는 파스타를 보면서 늘 한국의 비빔밥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가지 원하는 것을 넣고 한데 섞어먹는다는 기치가 비슷하지요. 무튼간 시라코와 블루치즈와, 솔치라니... 상상도 가지 않는 조합이지만 또 궁금하네요. 보통 정소라고 하는건, 아주 크리미한 질감이면서 '담백' 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짭조름한데다 풍미강한 블루치즈가 들어가고, 고소하고 기름기 적당할 솔치가 들어갔다니.... 그쵸... 굳이 생크림을 넣는건 모처럼의 이 한그릇을 모독(?) 하는 일이 될것 같습니다. 크림 파스타처럼 먹게되지 않을까 싶은데 자꾸 상상해보게 되는 맛입니다. 사실, 맨 처음 구리 냄비에서 홀까닥 반했습니다. 표면의 다채로운 빛깔이 클림트를 떠오르게 하네요 :) 잘 드시는것 같아 부럽사와요~~ 2015.01.25 00: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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