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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과자중 초 대박 아이템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었습니다. 감자칩류를 좋아하지 않아서 유명하든 말든 먹을 일은 없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매스컴이고 SNS고 하도 떠들어대니 호기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사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인드로 두어달 느긋하게 기다려보면 사람들 관심도 줄어들고 물건도 풀리겠지... 생각했는데, 안풀리더군요. 농심에서 만든 수미칩인가 하는 유사품(?)은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허니버터칩만은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걸 한 번 만들어보자. 라고요.


솜씨가 없는 제가 그럭저럭 먹을만한 걸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야 하는 법. 굳은 결심을 하고 마트에 갔는데, 아뿔싸 시작부터 난관에 빠졌습니다. 감자를 품종에 따라 살 수 있는 마트가 있을리 없다는거죠. 감자칩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쓰는 감자품종은 미국 아이다호 감자 (버뱅크 품종)입니다. 수분이 적고 길쭉하죠. 맥도널드 감자튀김에 쓰이는 감자가 바로 이 놈입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판매하는 품종은 대부분 수미(슈피리어)죠. 수분이 높아 튀김요리에는 부적절 합니다. 사러 돌아다니기도 귀찮아서, 제주도산 '대지마'라는 품종을 쓰기로 합니다. 뭐 이것도 수분이 많은 품종이니,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셈입니다. 참고로 재배가 적어 구하기는 힘들지만, 튀김요리에 적합한 국내 재배 감자 품종은 대서, 가황, 남작, 세풍 등이 있습니다.


막상 조리를 하려고 하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튀김으로 할 것이냐? 구이로 할 것이냐? 맛은 당연히 튀김이 좋겠지만 설겆이 하기가 넘 귀찮습니다. 기름도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어쩐지 아깝구요. 거기에 튀김을 만들려면 물에 30분~1시간 감자를 담궈서 전분을 빼주어야 바삭한 칩이 됩니다. 주말에 감자를 물에 담그고 한 없이 책이나 보고 있기에는 그래요, 귀찮아요. 그래서 그릴에서 그냥 구워버리기로 합니다. 허니버터칩 만들어보기가 '허니버터 슬라이스 감자구이' 만들어보기로 변질되는 순간입니다. 


어차피 칩이 아닌거 귀찮으니 감자두께도 두껍게 해줍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익으면 (탄거 아냐?) 버터로 볶아줍니다. 

굉장히 성의가 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감자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작은 했지만 이상하게 흥이 안나던걸요. 그래서 프라이팬에서 제대로 볶지않고, 작은 냄비에 감자와 버터를 몽땅 넣고 그냥 찌듯이 볶습니다. 버터는 어이 저리 많이 넣은 건지. 거기다 이미 감자가 한 번 탔는지라 실패하기 두려워 약한 불로 해줬더니 감자가 버터를 잔뜩 먹고 눅눅해지기만 합니다. 감자구이도 아니고 꼴이 가관이 되어 갑니다. 


어차피 실패한 거, 소금을 약간 뿌리려다 블루치즈를 올려줍니다. 요즘 모든 해먹는 음식에 빠지지 않는 블루치즈. 식성이 너무 서구화 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원래 만들려던 허니버터칩이 허니버터감자구이로 변한 것도 모자라서, "허니버터블루치즈 약간 타버린 감자 슬라이스 구이"로 진화-_-하였습니다. 


만들어놓고 보니 생김새가 맛을 보기 싫지만, 그래도 만든 건데 맛은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개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네요. 하긴 감자/버터/블루치즈 조합이 맛이 없을리가 없고, 딱 술안주 거리네요. 물론 전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요. 반쯤 먹어버리다 생각해 냈습니다. 

"아. 꿀을 뿌려 먹어야지."

그래서 남은 것에 꿀을 뿌려 보았습니다. 버터를 너무 넣고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서, 게다가 감자에 수분이 너무 많아서 바삭하긴 커녕 포슬한 감자구이, 조금 타버린. 거기에 어떤 꿀이 어울릴까 한참 고민하다 오렌지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오렌지 꽃꿀, 미국 내 오렌지의 최대 재배지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꿀입니다. 상큼하고 진한 단맛, 개인적 소견으로 감자튀김에 꿀을 뿌려먹는다면 이 하나를 주저없이 선택하겠습니다. 절대로 집에 꿀이 이거 하나 밖에 없어서는 아닙니다.


그래서 맛을 봤는데... 음. 익숙하지 않은 맛이군요. 

꿀이 적어서 그런가? 꿀을 더 퍼부어봅니다. 결과는? 나름 먹을만 하지만 두 번 먹을 맛은 못된다. 입니다. 뭐 감자도 태우고 전분도 제거하지 않아서 포슬해져서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감자를 붙잡고 두 번 실험해 볼 정도로 좋아하진 않으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마도 다시는 이렇게 감자를 태워먹을 일이 없을 듯 하네요. 이상 허니버터칩을 만들어보려다 "허니버터블루치즈 약간 타버린 감자 슬라이스 구이"를 만들어버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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