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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럽고 어여쁜 한복, 특히나 오늘 날 입을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된 한복을 참 좋아라 합니다. (생활한복이라고 파는 거 말구요!) 전통이니 뭐니해도 문화는 고정된 틀에 가두어 버리면 죽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롭게 해석한 한복에 관한 이야기에는 늘 관심을 가졌었지요. 그래서 이번 '피어 오르다'라는 전시회 소식을 트위터에서 알게 된 후 아니 가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작년, 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한복으로 재해석한 그림을 그렸던 흑요석님의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한복이라니 말이에요. 


전시회 설명은 이 그림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흑요석님이 일러스트를 그린 '포목점 은여우 연애기담'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거기 나오는 일러스트와, '온지음 옷공방'에서 제작한 한복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위 포스터에 나와있는 그림같은 옷을 전시한다는 말이지요. 멋스럽지요? 사실 처음 포스터를 보고는 

"이거, 어느 영화 포스터에 나온 드레스 아닌가? 한복 맞아?"

라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얼핏 눈에 띄는 귀주머니를 제외하고는 한복스러운 면이 없어 보였거든요. 모자는 19세기 서양에서 흔히 하고 다니던 Straw Bonnet에 가깝고, 거기에 양산까지 하고 있으니 얼핏 봐서는 개화기에 포목점을 운영하는 아가씨라기보다는 유럽 귀족 집안에 가정교사로 채용된 아가씨로 보이는 게 자연스럽지요.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저 드레스가 서양식 드레스는 결코 아니랍니다. 


좀 들여다 볼까요? 커튼을 잘라 만든 듯한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어릴 때 우리집 커튼이 저 무늬와 똑같았어요) 드레스 무늬는 제외하고, 먼저 저고리를 보면 확실히 한복의 새로운 해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는 조선 초기의 복식이고, 착 달라붙는 듯한 스타일은 조선 후기로 가면 보이는 양식이지요. 팔에 배래는 조선후기 완만한 선이 아니라 조선 초기의 직배래보다 더 딱붙게 맞추어 전체 몸선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저도 이런 선이 훨씬 맘에 드네요. 발랄해 보이고 요즘 정장으로 입어도 될 법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저고리의 포인트는, 섶, 옷고름, 소매부리, 그리고 귀주머니의 윗단까지 레이스로 장식한 부분이 아닐까해요. 그래서 커튼무늬(연거푸 죄송)입니다만, 한층 더 세련되어 보이지요. 몇폭일지 모를 화려한 치마도 선이 참 독특한데요, 주인공이 상당히 갸날픈 스타일이라 그리 보이지 않지만, 엉덩이 뒤에 살짝 과장되게 풍성한 선이 돋보입니다. 조선 초기의 양식을 빌려왔다고 하네요. 


전시회는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렸습니다. 2014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건물로 실제로 가보면 양식과 한식의 조화가 멋스러운 건물입니다. 터를 팔 때 문화재 터(유구)가 나왔지만 문화재청의 도움(?)으로 보존 가치가 없다고 승인받아 갈아 엎어버린 걸로도 말이 좀 많았던 그 빌딩입니다. 문화재 터를 갈아 엎으면서 들어선 단체인 아름지기의 목적이 우리 전통 문화의 보존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죠. 

 

전시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서 진행되었는데요, 한복이 전시되었던 1층 전시실은 사진 촬영 금지여서 사진이 없습니다. 위 사진에서 한복입은 두 분이 계시는 곳이 1층 전시실 뒷문이지요. 한복을 입으면 공짜인 행사라 몇몇 여성분들은 한복을 입고 오셨더군요. 보기 좋던걸요. 오른 쪽에 보이는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위 사진 찍은 자리에서 바로 뒤를 돌아보면 나즈막한 담장 건너편이 바로 대림 미술관입니다. 사실 이날 통의동 방문의 1차 목적은 대림 미술관이었는데, 주말이었던지라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하려면 땡볕에서 30분을 줄 서 있어야 해서 들어가기를 포기했답니다. 


2층으로 올라가보면, 한옥과 양옥과 어울려있는 독특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핏 막혀있지만 실제로 보면 여기저기 틈새가 보여 압박감이 들지 않는 묘한 분위기의 공간입니다. 


안마당 한쪽에는 작은 연못과 화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사각형 못과 그 안에 섬을 둔 창경궁 부용지를 축소해 둔 것 처럼 보이더군요. 


마당 오른쪽 끝에서는 엽서와 도록을 팔고 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도록을 파는 공간 뒤의 미닫이 문이 닫혀 있었다는 거에요. 저 미닫이 문을 오픈하면 2층에서 경복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이거든요. 또 오른쪽 벽에 보면 역시 미닫이 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을 밀면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납니다. 그쪽은 보통 사무실로 쓰인다고 하니, 전시회로 외부인이 들어올 때나 주말에는 닫아두는 듯 하네요. 

2층 한쪽 면을 차지한 한옥입니다. 아름지기 사옥 자체가 웅장한 건물은 아니고, 거기에 2층 한쪽 벽면에 지은 한옥이기 때문에 다섯칸 남짓한 아담한 건물입니다만,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오늘 1층에서 전시했던 일러스트를 엽서로 만들어 팔고 있더군요. 이 일러스트에 나온 한복들을 실제로 만들어서 전시해 두었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촬영금지여서 직접 가보시던가 엽서를 보고 어떤 옷이었는지를 상상하셔야 할 듯 합니다. 여기 저기 검색을 잘 해보시면 흑요석님이 마지막 한복을 입은 사진도 나옵니다. [링크]


참 독특한 공간이지요? 여기에 차일을 치고, 정원에서 파티가 열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가운데 있는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 왼쪽 벽의 외장재는 향나무의 일종인 북미산 적삼목을 사용했습니다. 이 구조가 옆의 한옥과 잘 어울리지요?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쪽은 하나의 작은방과 큰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작은 방의 모습입니다. 어린 소녀가 입은 전통 한복과 일러서트 두 점. 벽에는 저고리가 곱게 접어져 전시되고 있네요. 


전시 일러스트 하나 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기대하던 공간인 2층 한옥의 방은 이와 같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늘 하늘한 천과, 탁자, 매화, 옷장에 일러스트가 있네요. 여유있는 공간 활용이 멋스럽기도 하지만 많이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아마 온지음 공방측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포목점을 이 곳에 꾸미고 싶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 모양새 있게 들보에 걸쳐둔 천은 그걸 나타내는 걸로 보이구요. 하지만 그러려면, 


은여우 포목점의 일러스트인데, 이런 식으로 여길 꾸며주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물론 비용이 좀 많이 들었겠지요. 예. 뭐 문제는 돈이죠. 언제나. 조 말론 향수 런칭쇼에서 여길 정말 화려하게 꾸며둔 걸 보고 이 전시회에서는 이 공간을 어떻게 꾸몄을까 상당히 기대하고 갔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움에 세로 사진으로 천정까지 한장 더 찍어 봅니다.


좀 더 가까이서 한 장 더 찍었습니다. 


갑자기 낮잠이 자고 싶은 일러스트 한 점.


댓돌에 놓여있던 가죽신 세 켤례를 보는 걸로 전시회 구경을 마쳤습니다. 좌우가 어머니와 딸이 신는 당혜, 가운데가 아들이 신는 남자용 가죽신인 태사혜입니다. 세 켤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이 곱기도 하네요. 


이상, 어설프게나마 보고 온 전시회 감상기를 마칩니다. 이런 식의 한복을 새롭게 하는 걸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정말 즐겁게 봤던 행사입니다만, 이런 행사야 말로 왜 이런 드레스처럼 보이는 옷이 한복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디자인 했는지를 설명해주는 도슨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이 많았네요.  달랑 A4지에 전시회 설명만 달랑 하나 주고 끝이었거든요. 전시도록에는 그런 내용들이 좀 있다고 하던데,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글은 [여기 텀블벅을]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새롭고 멋진 한복을 많이 보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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