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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은 대부분 읽어보는 편이다. 이 사람이 '건축'을 소개하는 글은 전문적이 아니라서 읽기 쉽고, 사람 냄새가 많이 녹아있어 읽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나도 언젠가는 내 집을 짓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책은 언제나 대리만족을 충족시켜 준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는 훗카이도의 빵집 '블랑제리 진'의 건축에 관한 이야기다. 의뢰자인 빵집 주인 진 도노모리와 건축가간의 편지와 건축 스케치, 몇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 제목은 'パン屋の手紙―往復書簡でたどる設計依頼から建物完成まで': 빵집으로 부터 편지 - 설계 의뢰에서 건물 완공까지 편지 교환으로 읽어보는' 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이 글은 두 사람간에 오고간 편지 내용의 모음이 전부다. 그래서 내용이 많지 않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친필로 오고간 편지를 정리한 만큼 두 사람의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읽고 나면 건물을 올리기까지 건축가와 의뢰자간의 생각, 감정이 잘 전달된다.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 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멋대로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거지만 - 일본 자영업자의 숙련도가 참 대단하다는 거다. 이 집 빵은 프랑스에서 제작한 화덕에서 '장작불'로 구워진다. 그 사실만으로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빵의 수준은 그 이상인 듯 하다. 책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이 빵집의 다베로그를 찾아보았는데 발효빵의 단면 사진들을 찾아보니, 빵의 발효 상태가 한국 탑 레벨급으로 좋아 보인다. 한국이 식사빵을 미국 텍사스 수준으로 못만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폴앤폴리나, 뺑드밥빠, 오월의 종 처럼 괜찮은 집이 몇 곳은 있는데, 동경도 아니고 삿포로에서도 차로 두시간쯤 달려야 하는 가게의 빵이 그 레벨이라니. 제과에서 프랑스와 1,2위를 다투는 나라긴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장인들의 층이 두터운거냐! 

참고: http://tabelog.com/kr/hokkaido/A0106/A010603/1004625/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시골에서 이런 빵집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내와 단 둘이 운영하는 모양이라 만드는 빵의 양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가족을 부양하고 건물을 새로 증축하는데 들어간 대출 비용을 갚고도 남을 수입을 얻을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이 빵집이 위치한 곳이 일본에서도 유명한 스키 리조트가 있는 니세코 부근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홍대 정도에 있어야 유지가 될 듯한 빵집이 평창같은 데 있을 수 있다는 현실, 소비 수준이 놀랍기만 하다. 오타루에 있는 디저트 샵들처럼 달콤한 케이크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고 식사빵 위주라니 더더욱 놀랍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이런 책이 기획되고 실제로 팔린다는 점이다. 물론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이 분야에서는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작가이긴 하지만, 한국 같으면 블로그에서나 볼 수 있을 글이 책으로 출판되고 팔린다니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 출판 문화, 음식 문화 책도 좀 다양해 질 때가 오려나? 


타베로그에서 찾아보니 이 책의 소재인 빵집, '블랑제리 진'의 평점은 2015년 7월 20일 현재 3.79다. 

지역이 다르니 의미없는 비교이긴 하지만 점수만으로 따지면 동경으로 옮겨와도 Top 10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고, 이 순위는 케이크 샵들을 포함한 거니 식사빵 전문으로는 일본에서도 거의 탑 레벨이라는 이야기다. 이 책의 내용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설계 비용의 절반을 빵으로 받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그 수준의 빵이면 충분히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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