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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퇴근길에 강남역에서 압구정역까지 걷습니다. 그러고보니 예전 삼성동에서 일할 때는 삼성동에서 압구정역까지 걸어서 퇴근한 적이 많았었죠. 제가 어지간히 걷는 걸 좋아해서요. 그런데도 살이 안빠지는 이유는 걷는 중에 이런저런 군것질을 하기 때문인데, 오늘은 강남 - 가로수길로 가는 길에 논현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픈한지 2주 좀 지난 정도인가 되는 새끈한 피자집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Bistro Piuzza




가게 외관 사진은 없지만, 실내 모습은 대략 이렇습니다. 뭔가 국적 불명의 이름이네요. 이름에 대해서 특별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피쩨리아가 아니라 비스트로라는 이름을 썼다는 건 피자 이외에도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듯 합니다. (라지만 메뉴에는 라자냐, 파니니, 피자 정도가 고작이고 그 흔한 파스타도 없어요.) 그럼 피쩨리아 & 뜨라또리아 정도를 붙이거나 그냥 피쩨리아라고 해도 될텐데. 뭐 이름에 관해서는 굳이 주인분들에게 묻지는 않았습니다. 맛만 있으면야 그만이죠.



피자를 굽는 화덕이 있습니다. 거기다 별도로 피자만 구우시는 분이 따로 있고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벽돌화로 안쪽을 보니, 가스도 아니고 무려 장작으로 굽고 계십니다. 피자를 안 주문할 수 없죠. 



시킬 수 있는 피자는 모두 다섯 종류인데, 어랏! 조각피자가 있네요. 혼자와서 맥주 드실 분에게는 최고의 메뉴로군요. 그런데 가격이 제법 저렴합니다. 포르치니 버섯에 모짜렐라, 푸로볼로네 치즈를 쓴 조각 피자 하나에 3,500원이라고요? 강남 논현동에서 (가게가 좀 외진데 있기는 했어요.) 아니, 그 전에 제대로 장작구이하는 피자집에서 조각 피자를 판다고요? 그런 끝내주게 멋진 일이 어디있습니까? 혹시 메뉴만 있는 거고 주문이 안되나 싶어서 종류별로 시켜도 되냐고 수줍게 여쭤보는데 '됩니다.' 라고 하시네요. 지금은 마르게리따만 없고 나머지는 다 조각 피자로 시킬 수 있다고 해서 차마 "그럼 마르게리따만 새로 구워 주세요.' 소리는 못하고 나머지 네 종류를 주문했습니다. 5종류 다해도, 16,000원이에요. 가격 설정을 잘 못 하셨는지 피자 한판 시키는 것 보다 더 쌉니다. (나중에 보니, 피자의 1/8 정도 크기를 조각으로 파시는 듯 해요. 1/8 가격보다 조금 비싸게 설정하신 건데, 뭐 저야 좋지요)




나무 판에 이렇게 서빙됩니다. 처음 부터 새로 구운것보다야 맛이 떨어지겠지만 잘라 둔 것은 한 번 데워서 주시는 모양입니다. 설마 화덕에서 다시 구워주시는 건 아니겠고.. 전자렌지는 없는 거 같던데 어떻게 데웠는지는 안물어봐서 모르겠습니다. (전자렌지가 있는데 제가 못봤을 수도)




제일 앞에 있는 피자가 '지리산'이라는 의미의 몬떼지리. 메뉴에는 지리산 돼지로 만든 하몽이라고 되어 있는데, 프로슈토네요. 서버 분도 정정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아니고, 유사한 그라나 파다노 치즈입니다. 토마토 베이스 치즈에 루꼴라가 제법 뿌려져 있습니다. 크기도 제법 되는데, 3,500원 경쟁력 있는 가격이죠. 맛도 있습니다.




보스코 피자. 강추피자입니다. 한국에서 버섯 들어간 피자 중에는 가장 맘에 들었네요. 버섯향이 강한데 어떤 오일로 향을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녀석은 조만간 가서 다시 먹어봐야겠습니다.




두 번째 있는 피자가 안젤라. 곰취, 레드어니언 등등이 들어간 피자였는데 순서가 앞에 보스코를 먹고 먹었더니 버섯과 오일향에 발려버렸네요. 별 맛을 느끼지 못했어요. 마찬가지로 저기 끝이 뽀뽈라레인데, 저녀석 부터 먹었다면 몰라도... 앞의 몬떼지리, 보스코가 맛이 강해서 스모킹한 흑돼지.. 어쩌고 들어갔다는데 별 느낌이 없었네요. 

"음 뭔가 고기가 씹히네."

정도.. 다음에 다시 먹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모두 맛이 약했던 게 아니고 하나하나가 3,000원/3,500원이라기엔 믿기 힘든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줬습니다. (조만간 가격 올릴 거 같아 걱정됨)




커트러리도 깔끔하네요. 어디 제품이려나요. 




피자 도우도 깔끔합니다. 단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반죽도 깔끔하고 씹는 맛도 있습니다. 오일에 져서 흐물한 타입도 아니구요. 뉴욕이나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와 비교해 보면 좋겠지만... 도우를 비교할 정도로 세세히 기억은 안나서요. (추가: 다시 먹어보니 도우는 썩 맘에 들지 않네요. 토핑이 더 강한 집인 듯)




하지만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이집의 티라미스. 모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디 사와서 파는 게 아닙니다. 직접 만들었네요. 너무 인심좋게 뿌린 코코아 파우더가 지나치기는 하고 취향에 따라 에스프레소가 더 촉촉한 쪽을 좋아하시거나, 마스카포네 치즈가 더 진한 걸 원하는 분도 계시겠지만(=나), 4,500원이라는 가격을 따지면 (베이커리도 아니고 레스토랑 디저트로) 제법 좋은 사이즈와 크기입니다. 


조각 피자만 시켜봤지만, 정말 맘에 든 집입니다. 퇴근 길에 들릴만한 괜찮은 집이 생겼는데, 가급적이면 가격을 올리지 말고 계속 유지되길 빌고 싶지만 힘들겠지요. 뭐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조각으로 먹을 수 있는 이 수준의 피자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가급적 조각 메뉴만 유지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라쟈냐, 파니니도 괜찮아 보이던데 가격을 올리기 (그럴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음)전에 자주 가야겠네요. 설마 올려도 그라노 수준으로 올리진 않으시겠죠. 


꼭 전화해보고 방문하시길. 모임으로 식당을 하루 통째로 빌리는 분들이 많아서 영업을 안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 11/03 추가) 라쟈냐는 제 취향이 아니네요. 무슨 시칠리아 할머니 라자냐 어쩌고를 먹었는데 별 특징이 없네요. 피자만 이용하기로...

* 11/03 추가) 3,500원 조각피자가 이마트나 코스트코에 비하면 비싼거 아니냐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예. 비쌉니다. 하지만 저런 가게에서 이마트나 코스트코와 같은 가격으로 팔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댓글
  • 프로필사진 BlogIcon 서울한량 질문이 있는데, 저걸 종류별로 한조각씩 시키는 일은 뭔가 -_-;; 제 딴엔 꼭 해보고 싶으면서도 파렴치한 느낌이거든요 ㅎㅎ 조각을 시키면 한판을 구우신다음 1/n 로 잘라주시는 방식인가요 (?) 물론 왠만해선 피자 종류마다 조각피자가 따로따로 구비되어 있을것 같습니다만 ㅎㅎ 2015.11.04 22:50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파렴치할 것 까지야^^ 방문하시는 시간에 따라 조각으로 시킬 수 있고/없는 피자가 있습니다. 당연히 미리 구워진 걸 오븐에 구워주는 방식이라, 처음부터 제대로 구워준 것 보다는 맛이 못하겠죠. 저는 혼자간것이고, 여러 종류를 맛보고 싶어 조각피자를 시켰지만 여럿이서 방문할 때는 그냥 하나 온 사이즈로 시키는게 좋을 듯 합니다. 2015.11.04 23:13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서울한량 이 글 때문에 야밤에 피자가 먹고 싶네요 흑흑.. 2015.11.04 23:58 신고
  • 프로필사진 김준민 12월에 방문했는데 아직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2015.12.10 09:10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가격은 안올리실 것 같네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2015.12.15 11:38 신고
  • 프로필사진 김준민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양도 두 배입니다.
    이제 1/8조각이 아니라 1/4조각으로 서빙됩니다. 아쉽긴 하지만 응원할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피자 종류가 늘었습니다. 전 여전히 버섯이 좋더군요.
    2016.02.17 17:30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음... 이번 여행에서 워낙 좋은 피자를 많이 먹어서 당분간 피자는 생각나지 않겠지만.. 가보고 싶군요. 저도 버섯파입니다.^^ 2016.02.17 21:33 신고
  • 프로필사진 김준민 이 게시물에 찾아오는 마지막 댓글이 될 것 같네요. 16년 3월 20일부로 문을 닫으셨습니다.
    다른 곳에 새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시는데, 언제 오픈하실지는 모르겠네요.
    2016.03.21 17:23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허걱. 오늘 모임하려 했는데...
    그간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3.21 18:06 신고
  • 프로필사진 김준민 몹시 피자가 먹고싶은 날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 페이지에 들어오게 되어버렸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요즘 몸의양식^^을 자주 올리지 않으셔서, 정말로 궁금합니다.
    피우자 하셨던 분은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매장을 새로 오픈하시면 예약북에 있던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주신다고 하셨는데, 070으로 보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식이 없으시네요. 혹시 소식 알고계시면 블로그에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쉽게도 피우자만한 피자집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태원에 디트로이트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모터시티"라는 집이 최근에 생겼는데, 제 입에는 그럴싸했습니다. 시카고 스타일의 높은 피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 조각씩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건대입구에 300도라는 피자집이 있다는데, 1미터짜리 피자를 판다고 해서 정말 하나도 기대가 안 됩니다. 이런 무기대를 안고 방문하면 의외로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운 날씨에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16.08.12 16:10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다른 블로그를 보면, 가게에서 일하던 분중 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텝 일부와 셰프 한분이 한남동에 오만지아라는 새 레스토랑을 차린 듯 합니다.

    가격은 한남동이니만큼... 많이 강하다고 하네요. 아직 안가봐서 어떤 집인지 모르겠습니다.

    건대입구는 가기 쉽지 않지만 이태원 모터시티는 언제 함 들러보겠습니다. ^^ 정보 감사드립니다.
    2016.08.14 17: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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