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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하기 짝이 없는 이 동네 빵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Texas의 입맛은 천박 그 자체인데, 먹는 빵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쩌면 그 질 좋은 유제품 가지고도 빵을 그따위로 밖에 못만드는지...

솔직히 Austin 지역 내에서 '케이크'라고 불러 줄 수 있는 걸 아직 먹어본 적이 없다. 빵에 대한 기준은 케이크에 대한 기준에 비하면 한 참 관대한 편이라서, 그런가보다 라고 먹어주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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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괜찮다고 추천을 받고 간 곳이 여기, Central Market 내의 빵집이 었는데....
한눈에 쓱 흩어보니, 어째 제대로 된 기술자도 안 보이고, 장비 상태도 불량하다. 아니,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 빵만 맛있다면야.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해서 찍지는 못했지만, 몇몇 건강 빵을 구매했다. 곡물이 많이 들어가고 당연히 버터와 설탕의 함량은 적다. 하지만, 빵 자체로서 수준은 높지 않다. 최소한 덜익은 부분은 안 보여야 할 것 아니냐-_-;;; 뭐 raw material에 가깝게 먹어야 건강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익히지 않았다면 할 말이 없지만... (소개해준 이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덜 익은 빵을 골라보지 못했다 한다. 그야말로 운이 나빴던 셈.)  

건강 빵은 다음에 시도해 보고 결론을 내려야지 했는데...

차마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건포도 빵은 그야말로 최악이 었다. 설탕이 별로 안들어서 좋구먼 이러면서 껍질을 먹고 안쪽을 먹기 시작했는데 '와작' 소리가 들린다. 뭘꼬 꺼내서 보니.... 세상에, 잼도 버터도 아니고 설탕 덩어리를 메이플 시럽에 절여서 빵 안에 집어 넣었다.

이런 미개한 것들 같으니!!!!!

빵은 그렇다고 하자! 공장빵도 먹을만 할 정도로 익숙해 졌고, 하지만 케이크는 도대체 뭐냐!!! 쓰레기가 따로 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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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마켓에서 직접 굽는다는 케이크다. 피칸 파이 / 크림 슈, 피칸 파이는 아래 사진에서 다시 말하기로 하고, 크림 슈는 파는 사람에게 그대로 집어 던지고 싶었다. 2회 먹어봤는데 처음에는 그나마 설탕이 짙은 카스타드였으나, 두번째는 카스타드 함량 마저 줄어들고, 거기에 이상하고 느끼한 맛의 버터 크림과 2중층으로 구성해 놔서... 정말 토할뻔 했다. 더구나 껍질은 딱딱하기 이를 데 없다. 갓 구운 빵의 낭만을 손님에게 대접할 생각이야 아예 없는 시골에서 펄펄 뛰는 슈크림을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포기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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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뷰릴레 처럼 보이시죠?
오스틴에서 2회 먹어보았는데, 하나는 여기 Central Market 또 하나는 four season이라는 그나마 고급호텔에서였다. 크림 뷰릴레처럼 보이고 이름도 그러한데... 설탕물이 줄줄 흐른다. 알고보니, 위에 설탕을 뿌리고 직화로 구운 게 아니라, 진한 설탕물을 뿌려 놓았다. 아주 두텁게. 저번에는 호텔 파티셰가 (four season에서 첫번째로 먹었음) 새로운 시도를 한 줄 알았더니, 이 동네 스타일이더만-_-;;

뭐 Texas 사람들에게는 설탕은 고향의 맛이고, 먹으면 라따뚜이처럼 어머니의 향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 고추장,된장을 먹고 악조건에서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려 노력하던 저에게는 고생스러운 맛이로군요. 한입 먹어보고 건강과 입맛을 생각해서 버려주기로 했다. 너를 만든 자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지독한 반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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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이 좋다고 권해준 치즈 케이크와 서양배 파이.

제가 잘 못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케이크가 뭔지도 모르고 설탕 덩어리만 먹고 자란 점원에게 권해달라고 했던 제가 죽일 놈이지요. 치즈 케이크는 역시 느끼한 버터 설탕 치즈 덩어리였으며, 타르트 형식으로 구워진 서양배는, 타르트의 기본과는 전혀 동떨어진 처리를 했는지, 30년간 회계 업종에 근무하다 은퇴하시고 2달간 빵 학원에서 배워서 이번에 가리봉동 외곽에 빵집 '김씨네'를 차리신 김부장님께서 구우셨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타르트는 위에 올려진 서양배 (그나마도 엉망으로 조렸지만)만 빼먹는게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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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칸 파이는 나름 괜찮다. 이 동네에서 꽤 발달한 음식이어서 껍질 빼고 피칸만 빼먹으면 좀 먹을만하다. 껍질도 약간 설탕의 비율만 낯주고, 반죽도 좀 부드럽게 해주고, 리큐르를 약간 적셔서 바닥을 부드럽고, 격조있게 해주고... 그만두자.

도대체 왜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빵 /  케이크를 이따위로 밖에 못만드는 걸까?

위의 궁금증은 Mexican 빵 회사, Bimbo의 Case를 분석하면서 해결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겠지만, 이 케이스에서 제시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몇몇 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빵에 대해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빵 시장은 industrial bread (한마디로 공장 빵), artisan bread (개인 빵집에서 만들어 내는 빵) 두 가지 시장으로 나뉘는 데, 유럽 문화의 영향이 강한 남미 지역은 90%가 artisan bread인 반면, 미국은 60% 가까운 빵 시장을 indsutrial bread가 장악하고 있었다. 빵에 대한 기준 자체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구운지 5분이 지나면 빵으로 쳐주지도 않았던 때도 있었건만 (시건방이 하늘을 찌를 때다-_-) San francisco나 New York같은 대도시면 다양한 option이 있어도 Austin같은 인구 6~70만의 소도시에 솜씨좋은 파티세가 온다는 건 다 늙어서 이 지역에서 은퇴해 여생을 보내려고 했던 빵의 명인이, 이 동네 빵의 맛을 보고 기겁을 해서 눈물을 흘리며 내가 이곳에 올바른 문화를 전파해야겠다.... 고 빵집을 차리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째 할 수 있나? 2년은 참고 지내야지-_-
밥과 빵을 비슷한 농도로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래 저래 괴로운 지역이다.
댓글
  • 프로필사진 BlogIcon 우엉 헛헛..... 공부 접고 빵 명인이 되어서 미국을 접수하는게 낫겠는걸요 -_- 2007.10.18 10:57 신고
  • 프로필사진 kitty - 아빠 ! MBA가 아니라 빵 연구하러 가신 분 같아요. 빵에 대한 분석이 너무나 날카롭고 치밀하네요. 음. 특히 가리봉동 김부장님의 저 눈물나는 비유란 ㅠㅠ 2007.10.23 22:09 신고
  • 프로필사진 kitty - 저번 일욜 저녁에 친구가 애기 낳아서 병원 다녀왔는데요. 그 친구가 내가 단 거 넘 좋아한다고 그러믄 뼈에 많이 안 좋다고 단 거 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눈물나지만 케잌을 끊어보려고요. 흑흑 2007.10.23 22:11 신고
  • 프로필사진 BBoo 어머.. 마돈나와 믹재거가 즐겨먹던
    버터크림 아트 꽃장식 컵케익집...

    알려주면 화... 내겠ㅈㅣ..;;;
    2007.10.24 19:25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우엉) 한국 식당 제대로 된 거 차리고 3년만 고생하면, 여기서 본전 뽑겠다는 생각 자주한다.-_-; 빵은.. 여기 시민들이 빵을 이해할 거 같지가 않구나. 설탕 덩어리만 주면 좋아하는 데-_-;
    딸네미) 수술(?) 잘 하렴. 나도 단 거 넘 좋아하는 데... 음.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아가씨는 하루라도 단것을 먹지 않으면 말라 죽어버린 단 말이에요.'란 귀절이 있던데?
    부냥세) 동생이 아니라 웬수여. 웬수! 기필코 San Francisco나 New York, 그것도 안되면 Toyko에서라도 job을 잡고야 말리라! Paris는 좀 꿈이고-_-;
    2007.10.25 08:18 신고
  • 프로필사진 랄랄라 ㅋㅋ 녀석.. 2007.11.10 07:55 신고
  • 프로필사진 슬비 ㅎㅎ 한국에서 맛있는 빵집 찾아다니던 너와..
    그곳에서 맛없는 빵을 못마땅한 얼굴로 씹고 있는 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암튼.. 머든지 잘 먹고 건강해라. ^^
    2007.11.23 14:53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08.01.15 22:27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감사합니다. 한식당은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그대로인거 같군요.^^ 2008.01.16 12: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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