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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3년, 2015년 3번에 걸쳐서 플로리다를 여행했었죠. 2011년 여행은 게으름 탓에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2015년 여행 기록을 마무리한 김에, 몇 군데 기억에 남는 장소만 간략하게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2011년 여행의 경우, 플로리다 첫 방문이고 휴양하러 간 느낌이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중 하나는 역시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있는 달리 뮤지엄이었습니다. 


템파(Tampa)에서 275번 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템파 베이(Tampa Bay)의 입구 쪽에 세인트 피터스버그(St. Petersburg)라는 이름에서만 러시아 느낌이 좀 나는 도시가 있습니다. 플로리다 바닷가 도시들이 흔히 그렇듯 은퇴하고 여유있는 백인들을 위한 도시지요. 


흔히 인구 규모로 도시의 크기를 가늠하지요?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인구는 대략 26만명 정도이고 이걸로만 따지면 한국 제주시랑 엇비슷한 규모에요. 하지만 미국 도시들의 규모를 제대로 판단해 보려면 MSA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 인구를 봐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도시 자체는 작지만 그 주변 도시들을 다 묶어서 하나의 권역으로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에 썼던 어떤 글에서 올랜도라고하면 주변의 소도시들-키시미, 윈터파크 등을 다 하나로 합쳐 올랜도라고 부른다고 했었는데,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변 템파, 클리어워터 등을 전부 묶어서 하나의 권역으로 봅니다. 그 인구는 대략 300만 선이죠.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 정도의 규모로 보면 되겠군요.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가는 길, 플로리다는 텍사스의 황무지와는 달리 나무가 많고 수종이 다양해서 좋습니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죠.


차 안에서 바라본 템파의 풍경입니다. 플로리다 서해안 쪽 최대도시 답게 다운타운 쪽에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템파에서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가는 I-275번을 쭉 타고 달리면,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하워드 프랭크랜드 다리(Howard Frankland Bridge)를 건너게 됩니다. 대략 5마일 정도되는 긴 다리인데요, 좌우로 바다를 보면서 달리는 기분이 아주 멋집니다. 물론, 키웨스트에서 세븐마일 브릿지에서 본 풍경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장소로 도착했는데, 투박한 건물과 주차장만 있고 문이 닫혀 있더군요. 주차장은 바로 바닷가 옆에 있었는데 요트들만 즐비하게 정박해 있었구요. 부랴부랴 구글로 검색해보니 달리 미술관이 새로운 건물로 이전했기에 구글지도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한국 네비와는 달리 미국은 업데이트가 늦어서 이런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구글맵, 애플맵 때문에 다 망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살바도르 달리 뮤지엄((Dali Museum)입니다. 미국 기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많은 박물관의 하나인데요, 레이놀드 모스(Reynolds Morse) 그의 아내 엘레노아 모스(Eleanor Morse) 부부가 수십년간 모은 달리의 작품을 자식들에게 안물려주고 고스란히 기증한 것입니다. 이 부부는 어느 전시회에서 달리의 그림을 보고 팬이 되어, 그후 25년간 조금씩 그의 작품을 사모았습니다. 어느 날, 이런 좋은 작품들을 혼자 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오하이오에 있는 그의 회사 건물 한 구역에서 작품들을 전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림이 점점 늘어나 좀 더 제대로 된 박물관 시설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알게된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지역 유지들이 모스 부부를 설득해서, 이 박물관이 달리와는 별 인연이 없어보이는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만들어지게 되었던 거지요. 건물 정면 벽에는 달리의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박물관 입구부터 여기저기 이상한 바위들로 장식되어 있는데요, 이 바위는 스페인 카다케스(Cadaques, 카다크라고도 발음) 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스페인-프랑스 국경지방 해안가 지역인데 달리가 살던 집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풍광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달리와 이 박물관의 상징적인 연결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아니, 1000점이 넘는 달리 작품을 가지고 있는데 그거보다 더 확실한 연결점이 어디있다고 바윗돌을... 하는 생각이 들긴했습니다만, 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요. 


주차장 참 쓸데없이 넓네요. 올라오는 계단에 저런식으로 덩그러니 바위가 놓여져 있습니다. 참 뜬금없어요.


정원 주변에도 군데군데 쌓아놨구요. 아마도 바윗돌 하나하나를 모양을 생각해서 스페인에서 실어온 것은 아닐테니 건축가도 이 많은 바위 덩어리를 어떻게 배치할지 몹시 당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솔직히 정확한 쓰임새를 못찾고 이런 식으로 쌓아둔게 아닐까 의심이 되기도 해요. 


박물관 입구입니다. 입구옆 바위는 좀 더 생각을 하고 배치해 두었겠죠? 


입구 옆에 기둥처럼 활용되고 있는 가장 큰 바위입니다. 원래 이런 모양인지 조각을 더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입구 옆에는 바위를 이용해서 연못을 만들어 두기도 했습니다.


박물관 내부 구조입니다. 갤러리 내부는 사진을 못찍게 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촬영이 가능합니다. 전체는 3층으로 되어 있고요 1층에는 카페, 기념품 판매 시설, 2층은 사무실 그리고 3층에 달리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있습니다. 저 칭칭 감긴 계단 (와인딩 계단)을 걷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보통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http://thedali.org/virtual-tour/index.html
달리 뮤지움에 가면 360도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구조를 좀 더 알고 싶으면 참고하시길.

360도 사진에서 캡쳐한 갤러리 내부 화면입니다. 





달리 박물관의 콜렉션입니다. 마음에 드는 몇 장만 박물관 홈피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외에도 모두 96장의 캔버스화, 100여개의 수채화, 1300여개의 사진, 스케치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 전시 품목이 바로 200 여개의 오일 페인팅 및 수채화인데요 특히나 달리의 마스터워크 작품 18개 중 7개를 보유하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전 이 설명을 보고 달리 최고 걸작중에 7개를 가지고 있구나 대단하다... 고 생각했는데 마스터워크(masterwork)의 기준이 그림 중에 가로, 세로 길이가 모두 1.5m가 넘는 작품을 말하는 거란걸 알고 실망을 좀 했었죠. 즉 큰 그림을 많이 샀다는 겁니다. 뭐야-_-;;;


이런 큰 그림 중 유명한게 'The Hallucinogenic Toreador (1970년 작)', 'The Discovery of America by Christopher Columbus (1959년 작)' 같은 작품이고요 그 외에도 교과서에 실린 '기억의 지속'이랑은 좀 다르지만 달리 하면 떠오르는 시계가 들어있는 'The Disintegration of Persistence of Memory' 나 'Fried eggs on the plate without the plate' 등은 달리 팬이라면 꼭 한 번 봐두면 좋을 작품들입니다.


3층에서 갤러리를 다 구경하고 나오면 싫어도 거대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템파 베이(Tampa Bay) 풍경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략 10마일 건너편에 육지가 있어 수평선을 볼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은 풍경입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답게 요트 마리너가 바다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바로 뒤에는 스페인에서 너무 많이 보내줘서 처치 곤란이었을 바윗돌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원래 카다케스의 자치 정부에 이 박물관의 주춧돌을 그 지방의 돌로 쓰고 싶다고 하면서 얼마간의 비용을 보내줬더니 저렇게 많이 보내주었다고 해요.


3층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곡선 구조입니다. 3층까지 뻗어올라온 와인딩 계단이 여기서 또아리를 틀면서 천정까지 저런 식으로 쳐올라갑니다. 


이 건축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조입니다. 


계단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가 봅니다. 계단 맞은 편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3층부터 1층까지 내려가면서 각도에 따른 밖의 풍경 변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1층 기념품샵으로 내려오면 가장 먼저 이 자동차가 눈에 띕니다. 달리의 작품 중에 'Rainy Taxi'라는 게 있는데 달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비오는 날, 물이 새는 수타페 택시를 탔을 때의 경험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요. 그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1926년부터 10년간 생산된 롤스 로이스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을 기획한 곳은 템파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라는 곳인데 (Tampa Bay Automobile Museum) 그 박물관의 작품 중 달리와 관계있는 이 자동차만 이곳에 전시하고 있는거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짜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뜯어서 이렇게 만든건 아니고 유사하게 외형만 만들어 놓은 것같습니다. 수십년 된 차라고 보기에는 너무 새것이죠?


1층에서 바라본 와인딩 계단의 흐름


1층 창문가에는 간단히 요기거리를 할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만.. 갤러리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영업시간이 지나버린 듯 하네요.


기념품 샵은 1층 전체를 사용하는 만큼 꽤 넓습니다.

달리의 작품들의 프린트도 팔지만, 달리 작품을 소재로 한 다양한 소품들을 함께 팔고 있어서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팔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달리 작품중에 개미를 소재로 한 것들이 몇 개 있죠. 그걸 본떠서 팔아먹고 있는 듯 합니다.


천장에 걸려있는 기도하는 사마귀, 달리 작품중에 이런 게 있다고 하네요.


독특한 것들은 많았는데 품질이 좋지 않아서 구매하진 않았습니다.


1층 기념품샵 유리창을 통해 본 바다의 모습. 많은 돌을 둘 데가 부족했는지 샵 안에도 하나 놔뒀네요.


살바도르 달리의 지팡이


시계 관련된 기념품이 제법 있네요.


달리의 작품 중에 독특한 입술로 눈길을 끄는 게 몇 있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얼굴이나 그가 디자인한 입술 모양의 소파 같은 것들이지요. 아프로디테의 얼굴에서 코와 입의 모양을 빌려 실제로 향수병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향수 디자인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달리 작품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엑세서리도 팔고 있더군요.


기린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도 몇 있네요. 달리 작품중에 '불타는 기린'이라는 그림이 있긴한데 그 그림과는 좀 상관없이 생겼는데요? 뭐 다른 작품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기념품들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스케치나 그림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기린을 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하나쯤 가지고 싶었던 달리의 인생테마, 시계


미술관 밖으로 나와 정원을 구경합니다. 건너편에 있는 것은 Mahaffey Theater. 클래식부터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바위들을 이유불명으로 -나름대로 이뻐보이게- 쌓아놓은 정원입니다.


상당히 맣죠? 무겁고 큰 바윗돌 배치하느라 애 좀 먹었을 듯 하네요.


사각형 투박한 건물에 그런대로 현대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은 저 거대한 유리구조입니다.



정원에서 보면 이런 구조입니다. 오른쪽 1층-3층부터 연결된 유리가 바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게 해 둔 곳이고, 왼쪽 1-2층만 연결된 유리가 매점과 연결된 유리입니다. 바로 앞의 벤치에 시공의 왜곡으로 비틀어져있고 녹아내리는 듯한 시계가 걸려 있네요. 이 박물관의 기념촬영 포인트랍니다.


유리창은 이런 식으로 건물을 반쯤 휘감은 구조입니다.


박물관 후면입니다. 쩔 수 없이 무질서하게 담벼락처럼 쌓아둔 바윗덩어리와 강화 유리, 건물체는 투박한 콘크리트 덩어리입니다. 허리케인을 견뎌내기 위해 46cm 두께의 콘크리트 외벽을 만들고, 강화유리도 3.8cm나 되는 두꺼운 걸 골라썼다고 하네요. 건설비는 총 36 million 달러가 들었다고 하는데, 대략 400억이 좀 넘는 금액입니다. 이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서 저 정도 규모의 박물관을 지으면서 건설비가 그 정도라니... 좀 의아하네요. 참고로 비슷한 규모로 생각되는 리움의 경우는 1,200억 정도가 들어갔다고 삼성에서 발표했습니다. 땅값이 포함된 금액이라 그럴까요?


기념 촬영 포인트. 사람이 많지 않아서 줄 서고 기다리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부터 의도한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바윗돌에 앉거나 기대서 찍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네요. 하긴 늪이 많은 플로리다에는 저런 바위가 드무니까 이국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바닷가 뷰를 볼 수 있는 의자. 차와 책을 들고 와서 멍때리고 싶군요.


안으로 들어가면 구불구불 달팽이처럼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왜 이런 길을 정원 한구석에 만들어 두었는지 의미를 모르겠네요. 


달리 뮤지엄 항공사진입니다. 왼쪽 아래 보면 나무로 만든 좀 기묘한 정원이 있는데요 위의 사진 입구로 들어가면 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정원 내부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좀 더 자랐겠죠?


정원 담을 넘어 바닷가로 가봅니다. 멀리서 바라본 박물관의 모습. 해가 지려고 하는군요.


주변 풍경을 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잘 기획된 구역입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박물관 공식 소개 비디오입니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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