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또한 해외 옥션에서 발견한 상품으로, 열심히 입찰했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포기한 사정호다. 기념으로 글로 남겨둔다. 사실, 앞 글에서 언급한 수평호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이 사정호는 돈이 없어서 입찰 못받은게 참으로 억울했다. 멋들어진 사정호나 이형호, 혹은 군덕호는 자사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싫어하는 사람 없지 않은가? 


저관은 청말시대 유행하던 그대로, 오언 시구를 각을 해두었다. 그리고 역시 맹신이다. 


寸心千古秀 孟臣


대충 해석하면 마음 혹은 절의가 (寸心) 역사에 빼어나게 남을 것이다, 영원할 것이다. (千古秀) 정도?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고 어디서 유래한 시구인지도 모르겠다만 송나라 때 시인 소강절(邵康節)의 시 한 구절인 일거이삼리(一去二三里) 구절과 함께 당시 자사호에 많이 새겨두던 시라 한다. "寸心千古"까지만 나오면 당나라 대시인 두보의 시, 우제(偶題)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따온 걸로 해석할 수 있다는데, 한자 공부라곤 해본적이 없으니 확신을 가질 수 없다. 


文章千古事, 得失寸心知 (문장은 천고에 남을지 아닌 것은 자신의 마음이로세)


두보가 쓴 이 구절은 시를 쓰면서 이 시의 수준이 역사에 전할 만한 것인지 스스로 (양심이) 알 수 있다는 의미로, 한구절 한구절에 혼을 담아 시를 지을 것을 다짐하는 글이라하는데... 뭔 차를 마시면서 이리 비장한 글귀를 봐야겠나? 차맛이 나겠나? 차 마실 시간에 공부하란 소린가?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니료: 조장산 홍니. 현대로 따지면 주니인데 청수니와 마찬가지로 주니도 현대에 와서 새로 붙여진 니료 이름이며, 민국시절까지는 불그스름하면 전부 홍니라고 했다고 한다. 대홍포 주니로 만들었다고 유명한 유국량(俞国良)의 사방전로호도 조장산의 대홍니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듯, 홍니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듯 싶다. 조장산인지 황룡산인지야 내 지식으로 뭐라 할 수 있는게 아니니 넘어가자. 


[참고자료: 청대 사가 많은 주니호, 상당히 거칠게 정련된 니료를 썼다]


굽기: 잘 구워졌다. 색감이 주니 계열이라기에는 청수니에 가깝지만, 니료 특성에 따른 게 아닐까 좋게 생각해 버리자. 


공예: 전수공이다. 뚜껑과 호 몸체에 전수공 수축선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전체의 비율이라든지 손잡이 모양도 너무 마음에 든다. 그 동안 본 사정호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만든시기: 내 수준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역시 오늘날에도 수많은 가짜 호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옥션에서 이 호의 가격이 한 없이 높이 올라간 이유 중 하나는 바닥에 '각'한 시구 때문이다. 시구 자체가 대단한게 아니라 시구를 '각'한 수준이 대단하다는 의미다. 80년대 이후에도 저렇게 맹신 + 시구를 새긴 자사호들이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자사호 공인들이 허접한 솜씨로 대충 새겼을 뿐 전문적으로 각을 한 작가가 새긴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 호는 각선생이 제대로 각을 새긴 드문 호다. 마무리한 '맹신' 글자를 보면 필체또한 훌륭하다. 필체까지 훌륭하고 각도 좋으니 가격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올라가더라. 흑.... 각한 수준과 니료를 보면 진짜 청나라 말기에 만든 걸로 믿고 싶은 호다. 


용도: 청차에 어울리겠지만 사가 많은 주니호는 만능일꾼으로 홍차도 잘 우린다고 한다. 뭐 그런 호가 내게 없으니 들은 바를 써둘 수 밖에 없다. 


감상: 참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고 이런 기회를 두 번 얻기란 어려우리라. 뭐 하지만 어떤가? 내가 이런 호로 차를 마셔야 할만큼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유명 수집가가 될 것도 아니잖은가? 그냥 화학물질이 없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주니호로 일단 만족해 본다. 그래도 아쉽구려. 


덧) 자세히보니, 손잡이 형태나 몸의 곡선이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그래... 그렇다. (못먹는 감이니 흠집이나 구구하게 잡아보세)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