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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숙사 생활 6년하면서 식판으로 밥을 먹어보았기에 (군대밥보다는 질이 월등히 좋았다고 생각됨) 음식에 대한 적응은 잘 하는 편이다. 때문에 난생처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있지만, 한국음식이 너무그리워해서 homesick에 걸리는 그런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스틴에서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은? 바로 MBA 동기들이 초대해 줬을 때 제수씨나 형수님들이 해주는 음식들이다. 정성 및 맛에서 모든 식당을 앞도한다. 한국 식당들은 꽤나 영업도 잘되고 돈도 벌고 있지만, 내가 한국 음식에 homesick도 없는 터에,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코엑스몰에 가서 5000원내고 먹던 조미료투성이 음식을 여기서 굳이 비싼 돈 내고 먹기는 억울하지 않은가?

게다가 값마저 꽤 비싸다. 때문에 나는 모임에서 갈 때 이외에는 한국 음식점을 가기가 더 꺼려진다. 모임에서 함께 가는 거야 어쩔 수 없으나 집에서 내가 해먹는 밥이 더 낳은 바에야 (맛은 몰라도 조미료는 안들어 갔고, 더 좋은 쌀을 썼으니..)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내가 Austin 최고 음식점으로 꼽는 Dinho라는 가격대 성능비 나쁘지 않은 Chinese Restaurant에 가서 그냥 면 종류 먹어주는 게 내겐 최고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한국에서 먹던 맛이 그리워지는 게 사람의 본성이랄까? 가끔은 나도 짜장면이 먹고 싶고, 그럴 때는 짜파게티를 끌여먹는다. 가격 저렴하고 맛도 이곳의 중국집 맛보다 좋다고 보니 때문이다.

정착 초기에는 몇몇 한국형 중국집 (한국 메뉴가 있는 중국집)에 들려서 맛을 보았으나, 학교 근처의 Y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어보고는... 그 맛에 6000원을 내고 나오면서 웬지 억울하고 서러웠다.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진게지..."

그 이후로는 오스틴에서 제대로 된 한국 음식, 한국식 중국음식은 포기하고 살았다. 짜장면을 먹고싶을 때는 가격대 성능비 우수한 짜파게티를 먹으면 되었으니까. 사실 Dinho가 꿔바로우만 좀 잘했서도 (짜장면은 당연히 하지 않음) 탕수육 대용으로 최고였을텐데... 볶음요리는 잘하나 튀김 공력은 좀 딸리는 듯 하다.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던 탕수육은 공장식 탕수육이 아니라, 옛날식 탕수육이다. 예를 들자면 압구정 목란이나 (최근 압구정은 닫고 광화문 분점이 본점이 되었음) 희현역의 야래향 탕수육이다. 옛날 탕수육이 뭔지 알고픈 분들은 윤서인-건다운님의 '얌얌이의 푸드득'을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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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 야래향의 탕수육. 이 정도는 되어야 탕수육이라 할 수 있다... 라고 하기엔 당시 이 집이 대한민국 최고의 탕수육을 낸다는 평이 있었기에 너무 광오한 말이군.

보시는 바와 같이 바삭바삭 튀겨져 있다. 만든어 놓은 걸 튀겨 내온 게 아니라 튀기기 전에 갓 만든것이기 때문이다. 소스를 섞어버리면 낭패. 저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찍어먹는 게 좋다. 먹고나서 "내가 지금까지 먹어온 탕수육은 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짜파게티의 오묘한 세계-_-에 발을 담그고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고 있던 중, 얼마전 나름대로 괜찮게 한국식 탕수육, 짜장면을 하는 집이 있다 해서 차를 몰아 H 중국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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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가 한국말이다. 사천식 탕수육이 있는걸보니... 진짜 동네 중국집같다. 아마 케찹으로 소스를 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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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안 분위기는 이렇다. 일단 여행을 갔을 때 맛있는 중국집을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중국인이 바글바글하면서 중국말로 떠들고 있으면 그건 제대로 된 집이다. 여기처럼 백인들이 몇몇 모여서 밥 먹고 있고, 중국 사람들이 없으면 그건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집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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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킨 사천 탕수육, 한국 동네 중국집 수준보다 괜찮다. 일단 절대로 공장 제품일리가 없으니 (미국에 탕수육 공장이 있을리가^^) 여기서 한 게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스는 케찹-_- 제대로 였다. 덴장!!! 특이한 점은 버찌가 들어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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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를 켜버리는 바람에 엉망이 된 짜장면 사진. 면이 워낙 약해서 제맛이 나지는 않았다. 역시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려면 LA에 가야하는건가? 소스도 워낙 약했다. 한국 동네 중국집 소스가 더 괜찮았던 듯. 결정적으로 양만 푸짐했고 제대로 볶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 부근의 Y와 비교하자면, 이쪽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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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일로 밥은 듬뿍 가져다 준다. 손님마다 대부분 남기는데 저걸 우리가 안먹고 나면 과연 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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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오랜만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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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했던 굴짬뽕. 기대 이하, 일단 이 동네는 제대로 된 면이 없는지 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국물은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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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심으로 부근 인도식당에서 먹었던.. 이름을 까먹은 디저트. 단맛나는 아이스크림 베이스에 저 젤라틴느낌이 드는 면은 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디저트.

결론을 내리면 역시 나는 오스틴에서는 짜파게티나 끓여먹으며 살련다. 저 가격에 저맛을 맛보러 가는건 아무래도 내 기준에서는 억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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