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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차에서 하룻밤을 푹 자고 바르셀로나 프란챠 (Estacio de Fransa) 역에 도착합니다. 바르셀로나에는 두 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국내선은 산츠(Estacio barcelona-Sants), 국제선은 프란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시면 간단해요. 사실, 침대차 도난에 대해서 하도 귀따갑게 들어와서 상당히 걱정을 했습니다만 (수면가스를 뿌리고 짐을 모두 가져가는 카더라 통신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기차역과 마찬가지로 둥근 타원형 천장입니다. 빛이 잘 들게 설계한 구조죠. 파리의 오르세 박물관도 기차역을 수리해서 만든 건데, 밝은 채광덕에 그림 감상하기에 그만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차역 내부의 부드러운 빛이 인상적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타고, 예약해 두었던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민박을 갈까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호스텔이 더 맘에 들더군요. 2년간 유학생활 덕분에 영어가지고 고생할 일도 없고 (생활영어 정도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여행하는 기분도 더 나고 훨씬 좋지요.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호스텔이 평이 좋은 곳이 모두 만원이라-- 결국 가장 싼 호텔에 묵었습니다. 꽤 괜찮더군요. 뭐 호텔이니까요.^^


짐을 풀자마자 발걸음을 옮깁니다. 유럽 대도시에 가면 어쨌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편하더군요. 더구나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은 무척 단정합니다. (시설이 좋다는 이야깁니다.) 서울시의 지하철에도 뒤지지 않아요. 색을 잘 다루는 스페인 사람답게 색도 무척 화려하고 직관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건 보라색 라인이고요, 위의 그림에서 흰색/보라색으로 선이 나뉘어 있죠? 보라색 라인이 여기서 서는 지하철이 앞으로 갈 역을 말합니다. 즉, 잘못해서 반대방향으로 갈 염려가 없는 거에요. 중간 중간에 환승역도 보이네요. 지금 있는 이 역이름이 Clot, 그리고 두 역만 가면 Sagrada Familia역입니다.


지하철도 깨끗합니다. 소매치기나 강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돈이 없다는 걸 알았거나 나름 덩치가 있고 험악하게 생겨서(?) 접근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분석해 봅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이 기괴한 건축물이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입니다. 뭐 워낙 잘 알려진 성당이니 설명은 필요 없겠죠?


아주 조금씩 조금씩 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짓는 도중이라 더 분위기가 특별한지도 모르겠어요. 옛날 착공 당시처럼 수작업으로 짓고 있다면 더 멋졌을텐데 그건 아마 인건비가 너무 들것 같네요. 이젠.


솔직히 로마에서 성 베드로 성당을 본 다음 이제 다른 성당은 볼 필요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성당은 특유의 기괴함으로 전혀 다른 멋을 풍깁니다. 왜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이 성당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지 알만합니다.
 


성당이라기보다는 우주인들의 건축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서...


가우디 특유의 벽면입니다. 해조류등이 벽에 붙어있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해요. 아마도 그는 미래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물에 가라앉은 성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럴리가 없잖아!)

1883년 그가 건축감독을 맡았을 때, 가우디의 나이는 고작 31세 였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남들이 회사 들어가서 대리/과장 달 때, 그는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성당을 담당하게 된 셈이지요. 하지만 그는 한국의 정치가들과는 달리 자신의 임기는 커녕 일생동안 이 성당의 완성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건축물을 가지게 된 셈이죠. 그런 상식을 벗어난 느린 속도가 이 건물을 더욱 완벽하게 하고, 유명하게 하는 듯 합니다.


내부는 공사중인 철골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당보다는 무슨 현대 미술 전시관이나 우주선 발사대 같아요. 그래요. 가우디는 우주인이었을 거고 이건 대규모 통신시설일지도 모르죠. (만화를 너무 봤어ㅠㅠ)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 당연히 빛도 아주 강합니다. 저 창들을 그대로 놔둘지 스테인글라스로 뭔가 그림을 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 놔둬도 멋지네요.


천정을 잘 보시면, 전통적인 고딕양식의 아치형이 아닌 빗살형의 기묘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기둥도 전혀 색다른 모습입니다. 가우디는 이런 새로운 양식의 기둥과 천장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무려 10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해요. 단순히 모양만 고쳤을까요? 천장을 보면, 원래 고딕 성당은 대부분 아치형태로 되어 있죠. 이 아치형태는 로마에서 완성된 '완벽'한 형태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는 건축구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로마의 판테옹을 들 수 있죠. 뭐 아치 형태 자체는 에트루리아에서 완성했다고도 하는데 자세한 건 패스할게요. 기억이 잘 안나유--) 대형 건조물을 지을 때 건물 중앙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치형 구조가 필수적이었죠. 로마인이 완성한 이후 2천년 이상, 아치형 구조는 전 세계 건축물에서 모범답안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가우디는 불과 10년만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 거에요. 천재라는 말 이외에 무슨 말로 그를 더 수식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면 다른 건축가는 몹시도 초라해 보입니다.

                                                                                                              마... 맞습니다.

가우디가 창안한 구조는 단순히 멋지기만 한 게 아닙니다. 천장의 압력을 아치와 마찬가지로 분배하는 구조성도 탁월할 뿐만 아니라, 기둥은 빛의 산란을 너무나 잘 이용했어요. 저 수직 기둥은 천장을 받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공간으로 퍼져나가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합니다. 아직 건설중이라 그 느낌이 100% 살아나진 않는다지만, 만약 완공되면 꼭 다시가서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요.  


그로테스크하지만 멋집니다. 기둥들은 마치 가지를 뻗고 자라는 앙상한 나무 같지 않은가요? 가우디는 실제로 그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 기둥을 창안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성당 내부~


다시 한 번 천장을~ 너무 멋지고 아름답네요.


저 나뭇가지와 같은 기둥들이 천장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아아! 잊을 수 없을 거에요.


한쪽 구석에 있는 기묘한 천장 장식과 나선식 계단입니다. 올라가 보고 싶어요. 흠.. 저 위에서 인어공주가 내려와도 어울릴 분위기네요.


다시 관광객들과 성당 내부~


성당 문에는 라틴어로 뭔가가 세겨져 있고 일본어도 보입니다. 일본인들이 꽤나 기부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네요. 이 성당은 어쨌든 기부금으로만 건설되고 있는 성당이니까요.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정의 기둥들과 마치 현대 엘레베이터가 올라가고 있는 듯한 기괴한 모습들을 보세요. 가우디 성당 내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여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각 문마다 뭔가 라틴어라고 짐작되는 문자가 잔뜩 양각되어 있습니다. 커플이 부럽네요. 혼자 여행은 자유롭지만 쓸쓸하기도 해요. 


성당 뒷면의 풍경입니다. 앞이 그로테스크의 극치를 이룬다면 뒷면은 뭔가 무질서한, 그러면서도 대칭구조인 기둥들에 의해 질서를 찾고 있는 석상들의 난립이네요.


기둥뒤에 숨은 목 없는 사람의 석상. 모서리를 칼 처럼 살린 현대조각 같습니다. 뉴욕 MET에서 보았던 브론즈가 생각나네요. (MoMa도, 파리의 오르세도 가지고 있던...)


이제 다음 곳으로 떠나야죠. 좀 여유있게 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없고 가고 싶은 곳은 많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앞면의 그로테스크한 모습보단 뒷면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가우디의 건축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모데르니스모'로 검색해 보세요. 다양한 정보들이 나옵니다.


원래 9유로인가 하는 입장료가 있지만, 이날은 이런 행사를 하느라 위에 올라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무료였습니다.

완공이 늦어지는 이유는 후원자들의 기부금만으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니 그럼 일인당 9 Euro나 하는 입장요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거죠? 매년 2백만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온다고 하던데 엘레베이터 올라가느라 추가요금을 내는 사람들도 고려해서 평균 입장료가 10 Euro라면, 2천만 유로 한국 돈으로 대략 350억원 가량의 입장수입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요? 결국, 저는 바르셀로나 시와 가우디 유족들이 '건설을 최대한 늦추는' 일종의 담합을 하고 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뭐... 하나의 음모론에 불과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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