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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나 이탈리아를 여행해 보면, 어쩐지 우리네 음식이랑 정서가 잘 맞는 다는 걸 느낍니다. 글쎄요? 이탈리아도, 스페인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포루투칼이 있어서 좀 애매하지만) 지형이 우리네와 비슷하달까요? 그래서 저는 프랑스 별셋 레스토랑보다 스페인의 타파스 바가 훨씬 더 정겹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스페인어로 타파스는 덮개를 뜻한다고 합니다.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술잔에 얇게 썬 빵이나 고기를 덮어서 먼지나 벌레로부터 달콤한 포도주(쉐리)를 보호했고, 이게 유래가 되었다고 해요. (from The joy of cooking) 하지만 이것 역시 민간 설화이고 누가 처음 타파스를 팔기 시작했는지 유래는 알 수 없지요. 어쨌든, 타파스는 지금도 진화해가고 있는 스페인 요리의 첨병이라고 할까요? 마차 일본의 라멘처럼요.


여기저기 곳곳에 많은 타파스 바가 있답니다. 람블라스 거리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타파스는 허름한 가게부터 레스토랑까지 다 팝니다만, 맥주나 가벼운 음료와 한잔하며 먹는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을 여행해 본 제 친구는 맥주 안주로 타파스만큼 매력적인건 없다고 하더군요. 보시는 바와 같이 바의 유리위에 갓만든 타파스를 가득 올려놓고 주문이 있으면 덜어주는 시스템이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야외든, 실내든 가리지 않고 타파스는 인기지요.


이렇게 좀 가벼워 보이는 가게에서도 팔고...


조금 전통있어 보이는 터번스타일의 가게에서도 타파스는 인기 메뉴죠. 역시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가게들입니다. 


터번(Tavern)이란 뭐랄까? 허가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영업하는 음식점인데 (옛날 이야기죠^^ 이 가게는 허가를 받았을 겁니다.^^), 주로 가족이 경영하며, 술,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기사식당처럼 우체국의 가족들이 주로 터번을 경영하며 말을 타고 우편물을 전하는 직원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제공했다고 하네요. 당연히 동네 사람들도 가서 먹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역에서 가족들이 경영하며 가족의 맛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어 졌고, 상당히 편안하고 토속적인 느낌이 나는 식당을 가르키게 되었죠.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인 그레머시 태번은 터번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테이블 세팅이란 책에 보면 나와 있는 이야기죠.)


유명한 쉐프인 Martin Berasatigui가 운영하는 걸로 알려진 Loidi입니다. 외관이 멋지지요? 이런 데서도 타파를 팝니다. 

Martin Berasatigui는 쉐프의 이름이자,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대서양연안 스페인 북서부 San Sebastian 주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옛날 화가들의 모자로 유명한 바스크 지방인데, 역시 바스크 전통의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내 놓는다고 해요. 안달루시아, 까딸루냐... 각 지방마다 미슐랭에서 새로 각광받는 레스토랑이 즐비한 걸 보면 스페인은 정말 대단한 미식의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요리도 어서 그렇게 인정 받았으면 해요. 강원도 토속요리, 제주도 토속요리, 전라도 토속요리에 기반한 유명한 레스토랑이 등장했으면 합니다. 뭐 꼭 미슐랭 가이드 별셋을 받아야 식문화가 발전한 건 아니지만, 그런 노력없이는 세계에 우리 식문화를 진출시키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히 사실이니까요.


원래는 Cal Pep이라는 타파스로 첫손 꼽히는 레스토랑에 갈 예정이었으나, 지도를 잃어버린 관계로 제가 택한 곳은 이곳입니다. Catalana라는 타파스 바에요. 


바와 식탁에서 손님들이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저녁 때도 해가 늦게 지지요. 9시나 되야 어두워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내부 전경은 이와 같습니다.


타파스들이 쌓여있네요. 타파스는 차가운 것/ 따뜻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차가운 것들은 미리 만들어 쌓아두고, 모자라면 조금씩 더 만드는 형태이고, 따뜻한 것은 재료만 놔두고 주문할 경우에 요리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따뜻한 녀석이 좀 더 비싸죠. 


지중해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할 엔쵸비와 올리브. 올리브가 너무 맛있어서 스페인 여행 내내 올리브를 사서 씹어먹고 다녔답니다. 


그 옆에 있는 건 뭔지 기억이 안나고, 왼쪽에는 스페인 사람도 즐기는 죽합(맛조개)가 잔뜩 쌓여있네요.


먼저 올리브를 시키고!!!


유럽 레스토랑에서는 자릿세 개념으로 음료와 빵을 필수로 시켜야 합니다. 타파스바는 빵은 필요 없기 때문에 음료를 주문합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스트라이프와 친해질 수 밖에요. (제일 싸거든요.)


맛깔진 올리브. 밥 반찬으로도 좋을 듯. 츄릅.


조개관자 삶은 것에 토마토를 꽂아둔 놈도 있고, 옆에는 치즈를 이용해서 만든 타파도 있습니다. 국수가 올려놓는 고명과 면의 변화에 따라 천변만화 한다면 타파스도 마찬가지에요. 창의력을 발휘하기 정말 좋은 요리죠.


뭐가 제일 먹음질 할까요? 해산물 관계된 것도 많고... 


하몽이 빠질 수 없죠. 어디서 주문하건 가장 비싼 축에 드는 타파입니다. 


유럽에 왔으면 치즈는 즐겨 먹어 봐야죠. 하지만 블루치즈까지 섞인 이놈은 좀.. 으음..


아까 그 조개관자 타파.


무언가 채소의 껍질(로 기억되는데) 안에 다진 참칫살을 넣은 먹기 무난한 타파.


고민 끝에 죽합도 주문. 가장 비쌌습니다. 


애들이 좋아할 만한 참치 타파. 


연어도 빼놓을 수 없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스페인에서 연어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했네요. 뭐 한국보단 싸니까요.


살짝 삶은 뒤 소스를 뿌려주는 죽합 요리. 맛이 좋긴 한데...


이것들이 해감을 제대로 안해서 반은 모래가 씹혀 버렸습니다. 내 돈~ 그런데 스페인어가 겂나서 말 한마디 못한. 하지만 뒤에 안 사실인데 모두 영어를 한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 질 지경이에요. 지갑은 안 즐겁지만^^


별로 먹어보고 싶지 않은 것도 있구!


뭔가 고로케 스러운 것도 있군요.


여기까지 와서 엔쵸비를 안시킬 순 없죠. 올리브와 토마토와 엔쵸비. 모두 스페인이 자랑하는 요리 재료랍니다. 아. 잠깐. 저거 엔쵸비가 아니고 사르딘이던가? 헷갈리네요.


최강의 맥주 안주로 이름높은 오징어 튀김. 튀김 솜씨는 그리 좋지 않지만 싸니까요. 어쨌든. 


앞에 꼬마아가씨들도 신이나서 수다를 떨며 먹고 있네요. 



하지만 남부 안달루시아가 아닌 바르셀로나에서 타파를 먹으면 각오를 하셔야 하는게,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이런 나름 고급스런 타파스바에선 더 하죠. 팁까지 30유로, 당시 환율로 5.4만원을 주고 나왔습니다. 주당들에게 좋은 점은 와인을 시켜도 가격 차이가 그리 나지 않죠. 워낙 저렴한 테이블 와인이 많아서요. 
하지만 음식은 괜찮았습니다. 모래가 씹히던 운없는 죽합은 빼고요. 다음 번에 언제 바르셀로나에 다시 갈 때, 들려서 멋진 타파들을 더 맛보고 싶네요. 이제 밤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분수쇼를 보러 가겠지만 전 그런 것보다 음악을 즐기러 갈 계획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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