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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연을 마케팅 잘 해서 팔아먹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골든패스라인이 그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 심리가 그렇습니다. 대학로에 기타를 둘러메고 무료로 웃음을 파는 거리의 예술가들에게는 '자네가 웃겨?'라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수백만원을 들여 갔던 해외여행에서는 '어지간한 수준만 아니면' 평소보다 흥분해서 더욱 더 오버해서 기뻐하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고객을 위해서 뭔가 특별한 볼거리를 만들어 주는 건 그 나라 관광산업 종사자들과 정부 관료의 의무죠. 

스위스는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차길도 '이름을 붙여서' 마케팅을 하는 데 대표적인 기차 구간이 '골든패스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써놓으면 돌아와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면 별로였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 그런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더라도 이 놈의 골든패스라인은 너무 멋진 기차 구간입니다. 사진만 봐도 다시 가고 싶은걸요.

스위스는 이것 말고도 빙하특급이라든지 몽블랑 익스프레스라든지 하는 다른 매혹적인 철도코스를 가지고 있고 버스 및 유람선 코스도 모두 이름을 붙여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코스를 여행한 사람은 언젠가 다른 코스를 여행하고 싶어지지요. 우리네는? 예... 독일/일본제도를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경부선/경춘선이 고작이지요. 뭐 하긴 강이나 물가엔 고층 아파트 턱턱 허가해주면서 이상한 건축물 몇개 만들어 놓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된다고 착각하는 나라에 뭔 그런 마인드가 있겠습니까?
 
다시 골든패스라인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무려 240km나 이어지는 골든패스라인은 세 개의 서로 다른 구간이 섞여 있습니다. 그중 제가 타본 라인은 루체른-인터라켄의 SBB 브뤼니크 노선이지요. 루체른부터 인터라켄까지 구간이에요.


구글맵에서 코스를 잘라왔습니다. A가 출발점인 루체른, B가 중간기착지인 인터라켄 (여기가 골든패스라인의 끝이에요) 그리고 융프라요흐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터라켄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이나 그린델발트로 가야합니다. C가 라우터브루넨이죠. 

지형도까지 나온 사진을 보면 이렇습니다.




기차를 타고 얼마 안 있어 도착하는 루체른 호수 옆에 Hergiswil역. 이 부근의 산들은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이부근의 나무나 산의 정경은 한국이랑 별 다를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스위스 풍으로 지어진 나무로 된 건물들이 더 볼만하죠. 건물 모습만 아니라면 한국 어느 강원도 시골역이라고 우겨도 될 분위기입니다.


기차역 내부를 잠깐 보실까요? 1등석입니다. 우등버스처럼 좌석이 3개.


테이블이 있기에 중간의 좌석은 명당이죠. 극장으로 치면 통로 옆자리!


식당칸입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뭔가 먹는 건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는 일이어서 여행중에 기차에서 뭘 사먹어 본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석입니다. 제 유로패스는 1등석이었지만, 가족들은 2등을 끊었기에 어쩌겠습니까? 제가 2등석에 있어야죠. 그런데 예전같으면 낭만적인 여행수단이었던 유로패스가 버스와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그렇게 좋은 여행수단은 아니더군요. 게다가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유로패스로 끊을 수 있는 좌석을 많이 제한해 두었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표가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성수기가 아닌 5월~6월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골든패스 라인에서는 몇개의 호수를 지나치게 됩니다. 호수마다 물 색깔도 다르고 주변 경관도 다르죠. 양평이나 양주쪽 한강변을 달려 보셨나요? 차를 타고 푸른 물과 녹색 숲 사이를 지나가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기차로도 마찬가지네요. 


인구밀도가 낮고 국민소득이 높은(이게 중요) 나라의 풍경이란 건 볼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빈부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이 깨끗하고 단독주택들이죠. 중산층들이 공동주택에 많이 사는 나라일 수록 볼 게 없기 마련입니다.


알프스가 본격적으로 보이기 전의 보편적 스위스 풍경입니다. 경작지는 평평하고, 갑자기 경사가 급한 언덕이 불쑥 나타나죠. 그리고 그 언덕위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집을 짓고 삽니다.


잔디밭 가운데 소규모 농원이 있네요. 사업용이라치기엔 규모가 너무 작고, 주말농장쯤 될까요? 그래도 담장도 있고 부럽습니다. 저도 이런 주말농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말고 좀 더 나이가 든 다음에.


Alpnach Dorf역. 스위스 풍 집들이 참으로 이국적입니다.


여전히 들판과 산의 만남을 즐기고 갑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달력과 같은 풍경들이 계속 눈을 즐겁게 합니다. 물론 본격적인 알프스에 도착하면 이건 그저 에피타이저 였음을 알게 되지요.


하천이 기차 옆으로 지나가고, 멀기서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스 소는 기름보다는 살코기와 근육이 많다고 해요. 주로 방목을 하니까요.


표지판을 찍지 못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역. 아마도 Sarnen으로 기억됩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건너편에 멋진 담쟁이를 가진 담이 보이네요.


중국풍으로 붉은 대문을 둘렀습니다. 누구네 집일까요?


기차는 끊임없이 달립니다. 빠르지 않지만 새마을 정도의 속도로. 그리고 이제 스위스의 풍경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할 즈음, 골든패스라인은 조금 높이 올라가면서 확 달라진 다음 풍경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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