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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혹은 알람브라)의 전체적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른쪽의 43~49가 헤네랄리페. 그리고 가장 왼쪽의 41~53번이 요새인 알카자바. 24번이 이 아름다운 유적을 망치고 있는 저급한 건물인 카를로스 궁전. 10~21번까지가 아름다움으로 널리 찬양받는 건물 세공의 극치인 나자리에스 궁전(Palacio Nazaries)이지요.

헤네랄리페에서 나와 알카자바 성곽쪽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실제로는 헤네랄리페와 본궁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있고, 그 사이는 통행을 금지해 놨기 때문에 실제 이동 경로는 헤네랄리페 입구인 42번까지 나와서 33번 (물의 탑)을 지나 계곡 옆으로 난 성벽 위 길을 따라 이동하면 됩니다. 물론 넓고 큰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몇몇 탑을 지나는 계곡의 가장자리길을 택한건 멀찍이서 헤네랄리페를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군데군데 부서졌지만, 당시 이슬람문명의 (무어왕국의) 성 축조술은 감탄스럽죠. 이 지방에는 거대한 돌이 없는지 성벽으로서는 작은 바위와 흙, 그리고 벽돌로 성벽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에 쌓았을 거라고는 믿기 어려운 '선의 강렬함'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원으로 되어야 할 곳은 원으로, 벽은 거의 수직을 이루고 있습니다. 재료를 생각하면 이런 오랜 세월동안 균형감있게 유지되고 있는 게 놀랍네요. 석벽으로 만든, 즉 4각형 두꺼운 돌로 만든 성벽보다 이런 방식은 훨씬 무너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벽 아래에는 두터운 해자가 나 있는데, 알람브라가 자리잡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풍부한 수량을 고려하면 저 넓은 해자에 물이 흐르게 하고 싸움을 했겠죠. 그 넓은 폭을 보니, 공격하는 측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합니다.


헤네랄리페와 마주하는 계곡의 성벽은 2단으로 되어 있고 몹시 두텁습니다. 게다가 성벽밖은 절벽이어서 공격하기 몹시 까다로왔겠죠. 총이 발명된 뒤에는 문제가 달라졌겠지만 창과 칼과 같은 고전적인 무기라면 이런 단단한 성을 어떻게 빼앗을지 생각하니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속된 말로 '견적이 안나오는'거죠. 

성벽 군데군데 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감시용 탑이기도 할 것이고 전쟁 중에는 저 위에서 화살을 쏘아대지 않았을까 합니다. 위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탑 마다 제법 낭만적인 이름이 붙어있는데, 사진에서 보는 탑의 이름은 공주의 탑 (혹은 왕녀의 탑). 공주가 저 탑안에 갇혀 지내기라도 했던 걸까요?


다음으로 마주치는 것이 Torre de la cautiva, 죄수의 탑입니다. 지하 감옥이라도 있는 것인지... 하지만 탑 가운데 나 있는 저 창문은 감옥에는 어쩐지 어울려 보이네요. 탑 귀퉁이에 허락된 단 하나의 조그만 자유같은 느낌.


탑은 몇 개 더 있었지만, 미처 찍지 못했고요.. 어쨌든 걷다보니 길은 어느새 작은 정원으로 이어집니다. 


이곳 정원은 헤네랄리페와는 달리 조금 덜 정돈된 느낌. 오른쪽 위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헤네랄리페의 그 하얀 궁전.


성벽을 따라 약간 높은 곳이 있긴 한데, 설마 저것도 탑일까요? 계곡 건너편 헤네랄리페는 멀리서 바라보아도 단정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 나무들 각 세운거봐요. 마침 새가 한 마리 날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낭만적으로 보이는군요. 헤네랄리페에 갇혀서 새와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깨우친다는 어느 왕자의 믿거나 말거나 전설에 어딘지 어울리는 모습이죠.


성벽이 끝나고 제법 넓은 정원과 만났습니다. 갑자기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들리네요. 지도에도 이 지역은 이름이 나와있지 않은데, 빠르탈 궁전에 딸린 정원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한참 지도를 찾아보았지만, 이름을 찾을 수 없던 건물입니다. 지어진 양식으로 보아서는 스페인에게 점령 당한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아마 스페인 사람들이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교도와 야만의 땅을 정벌하고 성당이라도 지은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독특한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지저분한 연못을 바라보고 있군요. 연못 안에는 잉어라도 살고 있는 듯 물고기가 지나다닙니다. 

그늘과 물 줄기의 조화가 시원합니다. 내가 왕이었어도 이런 지독한 더위(여릉엔 거의 40도, 산위라 조금 시원함)에는 푸른 나무와 물이 있는 정원을 갖추라고 명했을 듯 싶습니다.  

연못을 지나 내려가면 나지막한 공터가 나옵니다. 이 부근이 빠르딸 궁전, 알함브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라고 합니다. 

빠르딸 궁전으로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바로 이 구도에서 찍은 사진일텐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환상적인 광경은 아닙니다. (사진의 조작술?) 원래라면 저 연못에 물이 넘실넘실 차올라 있어야하고, 푸른 하늘을 반사하여 푸르게 빛나야 하지만.... 뭐 변명은 그만두고 예. 제가 사진을 이쁘게 못찍었습니다.ㅠㅠ 연못 건너편에 있는 건물은 '귀부인의 탑'이라고 불리우며 이 곳이 빠르딸 궁전의 핵심입니다. 

빠르딸 궁전에서 바라본 헤네랄리페와... 


내려다보면 알바이신 지구의 하얀 건물들이 보이는군요.


빠르딸 궁전. 사진찍는 데 여념이 없는 관광객(나도 포함됨^^)


천정의 무늬도 독특합니다. 산수나 수학교과서 같은 느낌. 팔각형, 육각형 구멍들... 저렇게 구멍을 뚫어서 뭘 표현하려 했던걸까요? 밤하늘? 그렇게 치기엔 너무 좌우 대칭이고... 


빠르딸 궁전의 내부. 여기도 역시 정교한 조각으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쌀이나 작은 돌에 글씨를 새기는 공예가 인도와 아라비아에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런 공예솜씨가 이런 세밀한 조각을 벽에 하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종교적이유로 사람이나 짐승을 조각하지 못하는 데신 정교한 글자나 상징을 새기는 데 집착하게 되고, 그 기술이 극도로 발달된 게 아닐까요? 


개보수된 부분은 장식이 다 지워지긴 했어도, 여전히 저 벽과 창의 정교한 무늬는 아름답습니다.. 


알바이신 지구. 하늘에 촞점을 맞췄더니 땅은 좀 어둡게 나와버렸네요.-_-

궁전의 벽은 모두 흙벽돌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하고, 대략 1400년에 지어졌으니 600년 정도된 건물들인 셈인데,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워싱턴 어빙이라는 작가가 이 궁전을 유명하게 만든 후, 대대적인 개보수가 이루어져서지요. 


빠르딸 궁전의 앞 마당으로 돌아옵니다. 옛날 왕조시대에 여기서는 뭘 했을까요? 왕들이 가볍게 말을 타거나 병사들이 훈련하는 곳이었을까요?


빠르딸 궁전을 뒤로하고, 알카자바 요새로 향합니다. 사실 이 곳을 헤매고 다닐 때는 여기가 빠르딸 궁전인지도 몰랐었죠. 마음 속은 빨리 나자리에스!로 가야지... 뭐 이런 상태였으니까. 다음 번에 방문했을 때는 물이 넘실대는 그런 광경을 기대해 봅니다. 그럼 조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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