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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이 바빠서 블로그질 할 틈이 나지 않는군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융프라요흐로 올라가는 기차길입니다.


알프스의 봄(5월)은 그야말로 눈과 녹색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낮은 지역에서는 언덕배기를 봄꽃과 푸른 풀들이 물들이고 있고, 저 멀리 높은 산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습니다. 그야말로 절경! 어디를 봐도 달력의 그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헛말이 아닙니다.
 

구름이 가리지 않은 깨끗한 아이거 봉우리, 이렇게 맑은 하늘에서 아이거를 볼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 허리에 구름과 녹색, 그리고 그 위에 바위와 흰 눈의 조화가 아름답네요. 기차타고 가면서 오랜만에 동물원에 간 꼬마아이처럼 들떠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탄생을 내지르며 셔터질 삼매경에 빠집니다.


관광지이다 보니, 버스들도 많이 왔지요? 우리들도, 오늘 저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도 모두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맑은 날씨라니.


기차 길 옆, 오두막에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키보다 약간 높은 울타리로 멋대로 도망가지 못하게 해두었네요. 하긴 알프스에서 도망가면 어디가서 찾을까요?^^

아래 선로를 보면, 일반 열차와 달리 두 줄이 아닌 세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톱니바퀴를 위한 한 줄이 더 들어가지요. 급 경사를 오르기 위해 백년도 전에 스위스 사람들이 생각한 장치입니다. 저런 기차는 홍콩에서도 볼 수 있지요. (스위스제 기차가 납품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스위스 기술을 쓰지 않고 엘레베이터와 비슷하게 쇠줄로 잡아당기는 후니쿨라를 개발했지만, 승차감이나 모든 면에서는 스위스 톱니쪽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구름이 완전히 걷힌 맑은 하늘, 햇빛이 장난 아니게 번져오는군요.


기차는 아이거를 옆으로 끼고 움직입니다. 저 아이거의 풍경만 바라봐도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강렬한 햇빛 사이로 보이는 작은 오솔길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 처럼 보이는군요.


산 허리에 걸쳐져 있는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기차 길 옆으로 조금 떨어져서는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실제로 융프라요흐에서 걸어서 내려오거나 걸어 올라가는 사람도 무척 많다고 합니다. 스위스는 하이킹 코스도 무척 잘 정비되어 있거든요. 한국도 올레길/바우길처럼 전국에 걸쳐서 하이킹 코스를 개발하고 있는 추세인데, 좀 더 하이킹이 대중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봄에 나물을 뜯어오지 못하도록 법규는 개정해야 하겠지만요.)


넓은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인가요? 색깔이 좀 갈색이네요. 사슴인가요?


올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활엽수들이 사라지고, 빽빽한 침엽수로 이루어진 숲이 기차를 맞이합니다. 식생이 변화하는 고도라는 뜻이지요.


브랜드에그(?)역입니다. 역 이름을 딴 레스토랑도 있네요.


브랜드에그(?)역을 지나면 재미있는 식생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왼쪽은 이렇게 침엽수가!


오른쪽은 활엽수가 있습니다.^^ 봄꽃들도 지천으로 피어있네요. 기차길 한 줄 차이로 식생이 이렇게 갈리다니.


노란색과 녹색이 섞인 기차는 쉬지 않고 알프스를 올라갑니다. 바로 옆으로 하이킹 코스가 함께 따라오는군요. 다음번에 갔을때는 저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보고 싶습니다.


앞이 확 트이는군요. 이 높이가 산 허리에 걸쳐진 구름 영역입니다. 어제 왔었더라면 기차는 지금 구름을 통과하고 있겠지만 맑은 날이라 구름은 간데없고 깨끗한 하늘과 강렬한 햇빛 뿐이군요.


그리고 거대한 아이거 북벽이 다가옵니다. 정말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벽이 천미터 쯤 막아서고 있군요. 저길 올라가는 건 예로부터 하이클라이머들의 로망이었다죠? 저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지만요.


지구 온난화의 영향입니다. 눈이 녹아서 흐르고 있지요? 보시면 침엽수 숲 옆으로 군데 군데 키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이 곳이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곳이었다고 합니다만... 십여 년 전부터 여름에는 눈이 녹게 되어서, 풀들과 작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군요. 원래 5월이면 이 곳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풀밭에서 녹아가는 눈을 보며 지구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낄 뿐이지요.


그래서 침엽수 위의 지역에 활엽수가 자라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아이거 북벽입니다. 바로 밑에서 찍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번 역 이름은 Slazegg인가요? 참고로 구글 어스에 가면 이 지역에서 하이킹을 하며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옆에 구글 어스를 띄워놓고 있습니다. 꼭 설치해서 보시길.


이제 융프라요흐와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이 눈들도 만년설이어야 하는데, 여름에는 완전히 녹아버릴 것 같군요. 십년 쯤 후에 오면 여기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강렬한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는 아이거 봉우리!


갑자기 산 속에 커다란 건물이 보입니다. 호텔인데요.


중간 기착지인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역입니다. 이 동네 역은 전부다 egg네요. 계란은 아닐테고 무슨 뜻의 접미사일까요? 여기서 빨간색 기차를 갈아타고 본격적으로 융프라요흐로 오르게 됩니다. 뒤에 보이는 산이 바로 유럽의 정상이라는 융프라요흐! 클라이밍으로는 평생 절대로! 올라가보지 못했을겁니다. 산 속을 기차로 뚫고 올라가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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