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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 구경을 하고 마지막으로하부고 (jabugo)는 좀 돌아보고 가기로 합니다. 사실 워낙 산골이어서 하몽 이외에는 볼만한 것도 없습니다. 이베리코 흑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방문하고 싶었습니다만, 지금처럼 도토리도 안 열리고 덥기만 한 계절에는 방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농장 방문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작은 마을입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한국 명동 정도 넓이겠네요. 구글 지도를 좀 보실까요? 오른 쪽에 있는 가장 주황색 건물 지붕이 바로 Cinco Jotas의 하몽 공장입니다. 그 이외에도 대부분 외곽에 흩어져 있는 건물들은 하몽 공장으로 보시면 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몽 관련한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위 지도에서 HU 8112라고 씌여진 길 입니다. Cinco Jotas 브랜드 하몽을 만들어 내는 Jabugo 상공업(?)의 중심지죠. 오른 편 건물 전체가 Cinco Jotas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더위 때문에, 그리고 일 하고 있을 시간이라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아니 씨에스타라도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군데 군데 자몽을 파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벽에 있는 목동이 골짜기에서 돼지를 쫓고 있는 로고는 지난 번 이야기에서 보셨죠. 그 집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입니다. 꽤 커다란 Cinco Jotas 공장이네요. 한 구석에는 5J 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비야에도 있는 체인점이죠. 


스페인 건설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 이 오지에도 새로운 빌라를 지어 분양할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황이 닥치면서 그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죠.


몇 몇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다 Jamon과 돼지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죠. 점심을 먹지 못했으니 돌아다니다 한 군 데 쯤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맛의 달인에 보면 하부고에 와서 Jose Vincente라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걸로 되어 있는데, 거길 가고 싶었지만 알고보니 그 레스토랑은 Jabugo에 있는 게 아니고 여기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Aracena라는 마을에 위치해있더군요. 그나마 망한 것 같고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자. 마을 안쪽으로 한 번 들어가보려합니다. 마을 중심부에 성당이 있는 전형적인 스페인 농촌 마을입니다.


창문에 꽃을 키우면 그 하나만으로도 건물이 신선해 보이고, 거리가 달라져 보입니다. 어떤 인테리어도 꽃이나 식물을 따라갈 수 없죠.


교회 꼭대기에는 황새? 왜가리인지 모를 조류가 백년은 묵었음직한 둥지를 틀고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수호조 쯤 되는 듯.^^


하부고 마을의 정치적(?) 행정적 중심인 중앙 광장입니다.


꽤 넓습니다만,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 쬐는 자외선으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슬람 양식이 녹아있는 듯한 성당 건물.


무언가 신비해 보이는 십자가. 이렇게 생긴 건 처음 봐서요.


왜가리로 보이는 새가 교회 첨탑을 빙빙 돌며 날고 있습니다. 오래된 교회에 왜가리라.. 분위기가 있더군요.


뭔가 건설중인 듯 합니다.


마을 외곽으로 나갑니다. 야트막한 담으로 둘러쌓인 이베리코 농장이 있습니다.


군데 군데 코르크 나무가 있고, 아직은 돼지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아쉽네요. 
 


출출해 져서 마을로 돌아옵니다. 점심은 당연히 이베리코 돼지를 먹어야죠.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도 해야하기 때문에 Cinco Jotas에서 직영하는 5J에서 먹기로 합니다. 사실, 메뉴는 다 비슷비슷 할테고 이런 시골 마을에 일류 요리사는 찾기 어려울테니까요.


요리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초리소와 콩, 당근과 소스를 끓여서 만든, 해산물만 들어갔다면 뉴올리안즈에서 먹었던 검보 비슷한 느낌의 시골 스프입니다.  


평범한 빵. 하지만 시장한 탓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자튀김과 항정살(세끄레또) 소금 구이. 맛의 달인에서도 궁극의 하몽 요리라고 한 게 이 겁니다만, 저는 어제 먹은 삼겹살에 비하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기야 돼지 항정살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던 일본 사람들과 돈만 좀 내면 가브리살이니, 갈매깃살이니 하는 별미 부위를 구할 수 있는 우리네와는 조금 형편이 다르겠죠.


감자튀김도 바삭하고 세끄레또도 괜찮습니다. 고기가 좋기 때문에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밥을 먹은 다음,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주인에게 부탁합니다. 제가 스페인어도 모르고 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세비야로 돌아갈 차 시간이 촉박한데 택시 운전하는 청년은 한참 있다 나타나서 제 분노를 샀습니다. (그래도 아무 말도 못하고 왔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 멀찍이서 바라본 하부고 입니다. (아니 갈라로짜던가? 헷갈리네요.)


돌아오자마자 숙소의 주인 따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짐을 가지고 마을을 나섭니다. 버스시간에 늦으면 하루를 더 묵어야 하니까요. 지나가다 우연히 지나친, 어제는 미처 보지 못한 마을의 중앙 광장입니다. 유럽은 광장 중심의 문화라 어딜 가더라도 마을 중앙은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뒤에는 교회가 있는 모양이네요. 아니, 남부니까 성당이겠죠?


갈라로짜 마을 중앙 광장에 분수. 소년 둘이서 여자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광경인데 물을 뿌리는 위치는 동.서양이 특별히 다르지 않군요.


갈라로짜 주위의 산. 산 전체가 코르크 나무로 뒤덮여 있습니다. 가을이 와서 도토리가 익어 떨어질 때가 되면, 돼지들을 저런 야산으로 마구 내쫓아내겠죠.

이제 세비야로 돌아갑니다. 1박 2일의 고생했지만, 보람있고 멋진 모험이었습니다. 세비야에 숙소를 잡아두진 않았으니 세비야에서 하룻 밤 더 묵지 않고 밤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갈 예정입니다.

만일, 그럴리야 없겠지만 하부고를 가실 분은 미리 잘 준비하고 계시다가

1) 세비야에서 오전 버스를 타고
2) 하부고 도착해서 Cinco Jotas 공장에 견학 신청
3) 주변에 농장을 소개해 달라고 함 (Cinco Jotas에서 농장 소개를 해주지만, 좀 멀리 있어서 추가 비용을 내야 됨 - 이 경우는 1박 2일 각오를 해야 함)
4) 주변 레스토랑에서 하몽과 돼지고기 요리를 먹음
5) 저녁 버스로 세비야로 돌아옴.

의 코스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다른 분은 저 만큼 고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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