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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일기

부서가 없어지다....

eyeofboy 2007. 6. 29. 21:12
MBA 출발전, 회사에 사표를 내는 시점에서, 내가 속한 부서에 대 개편이 있었다. 내가 속한 부서가 가지고 있던 'SI'와 '신상품 개발' 두 기능을 분리해서, SI 팀과 R&D팀이라는 다른 두 조직과 통합시킨 것이다.

오랫동안 일해왔던 부서가 없어진 것은 맘이 아프지만, 회사로서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첫째로, 우리 팀의 고유 기능은 사실 어정쩡한 상태였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서비스는 경영진의 기대와는 달리 매출이 급격히 늘거나, 미래의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시간만 계속 흘렀을 뿐이다. 또한, SI 성 업무로 인한 부담과 신상품 개발에 대한 압박으로 팀원들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마침내 칼을 빼든 게 아닐까한다.

둘째로, 신상품 개발은 R&D가 가져가는 것이 보다 성과를 올리기 쉽다고 본다. 우리 조직은 '매출'에 좌우되는 조직이었다. 따라서 임원진은 우리에게 매년 성과를 수치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세상에,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매년 100억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요구사항에 창의력이라고는 없는 중간관리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좀 유망해 보이는 제품을 가진 중소기업에게 개발비도 제대로 안주고 협력 운운하며 개발을 시키고, 나중에 돈 몇푼 쥐어주고 쫓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R&D 부서는 비교적 매출에 압박을 덜 받고 장기간 개발이 가능했던 조직이기에, 매출에 눈치보지 않고 비교적 장기에 걸쳐서 솔루션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라지만 아직 R&D도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사실, 부서 개편은 곧 그만둘 나에게는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이다. 사무실을 옮기느라 쓸데없는 품이 들어갔을 뿐. 하지만, 내가 몇년간 일해왔던 업무와 그 조직에 대해 회사가 실패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내 맘을 씁쓸하게 한다. 이따위 환경에서 제대로 된 솔루션이 태어나는 건 쓰레기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조롱조로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나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자신과 code가 맞는 조직에서만 일 잘하는 사람을 '쉽게'인정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조직에서든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을 선호한다. 아쉽게도 아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MBA를 가는 지금 시점에서 나는 분명히 변해야 할 것이다. 살아 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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