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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없는 토요일밤,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봅니다. 무료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1층 일부 특별전시관을 제외하고는 상설전시관의 대부분의 유물이 언제가도 거의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방문도 토요일에는 9시까지 한다는 걸 알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립 중앙 박물관 풍경은 언제 봐도 좋네요. 저 커다란 건축물 사이로 보이는 남산타워 불빛이 멋들어진 건축 예술품 같습니다. 원래 뒷편이 확 튀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야구장인지 골프연습장인지가 생겨서 남산과 박물관사이에 조화를 깨트리더군요. 아쉬웠습니다. 


1층 전시실부터 둘러봅니다. 보통 3층부터 보느라... 나중에는 지쳐서 1층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네요. 조선시대 한강의 풍경입니다. 지금도 저런 풍경이 한강변에 남아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5공 이후에 한강은 개발사업으로 결정적으로 망가진터라!

예전 한강의 모습입니다. 50~60년 대 기록 필름이라도 어디 없을지.


1층에는 처음보는 유물이 많더군요.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괜찮은터라 몇몇 특이한 작품은 찍어 보았습니다. 도깨비 모양의 기와 토기. 


특별전으로 비와호 지역의 밀교, 불교 예술 전시회를 하고 있더군요.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준 높은 물병입니다. 


모든 유물을 찍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토요일 밤의 여유를 즐기러 간 것이기에 바삐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3층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보고 가야죠. 그래서 3층으로 올라왔습니다. 도자기류가 있어서 가장 볼 거리가 많은 층이기도 하지요. 


동남아, 인도의 작품도 조금 전시되어 있습니다. 만... 솔직히 전시 방법은 매우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정 전시할 거면 그냥 국가별로 모아 놓지 말고, 인도의 불상양식과 중국의 불상 양식을, 그리고 고려의 양식을 한 동선에서 비교할 수 있게 전시하는 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물론 그러기에는 유물이 너무 부족하긴 하지요. 


중국 쪽 자기를 보러 갔습니다. 눈에 띈 자기가 많더군요. 특히 이 세점은 몹시도 세련되어 현대 작품이라 해도 믿겠더군요. 왼쪽에 있는 병에도 검은 무늬에 반점이 보이는 데 때깔이 곱습니다. 가운데 잔에는 얼룩무늬가 있어서 세련된 다완이더군요. (사진에서는 잘 안보입니다.) 이런 기법을 유적천목이라고 하는데, 송나라에서 10~12세기에 유행했고, 현대에서도 많이 유행하는 기법이라고 하더군요. 오른 쪽에는 흑색으로 기본 유약을 입히고, 산화철로 선을 그렸다고 해서 '흑유철선문주자'라고 하는데 가지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병의 정식 이름은 '흑유장반문편병'이라고 한다네요. 


13~14세기 원나라 시절에 만들어진 옥호춘병. 은은한 푸른 빛이 고려청자 못지 않았고 균형미가 느껴져서 맘에 들었습니다. 


모란 넝쿨무늬 매병. 국립박물관 앱 같은 게 나와서 유물들을 쉽게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일본자기로 가봅니다. 이마리 양식의 자기라고 하는데 1600년 대 이삼평이라고 하는 조선도공의 후예가 만든 양식이라고 합니다. 당시 네덜란드에 이 자기를 이마리 항구를 통해 수출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좀 요란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멋진 기법입니다. 17세기 작품.
 


일본 작가 도미모토 겐키치의 백자. 단정한 색이 일품입니다. 


이토 스이코 작가의 나팔꽃무늬 접시. 


가와무라 세이잔의 닭모양 꽃병. 이건 다 1900년대, 즉 일제시대 및 그 이후인 현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무척 맘에 드는 자기들.


앗. 사진이 옆으로... 고토 세이치라는 작가의 목공예 불상. 단아한 표정과 선이 좋습니다.


이토 신스이의 설중미인이라는 작품. 분위기와 색감이 좋네요.
 

놀러온 가족들, 지루해하는 아이들, 박물관 직원... 8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박물관 전체에 20명도 손님이 없는 것 같더군요. 보통 이런 무료입장은 미어 터지기 마련인데, 유물의 수준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솔직히 전시 방식은 많이 지루하긴 합니다. 특별전 규모도 작고요) 하지만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더군요.

다음 번에도 지루한 토요일 밤에는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들고 놀러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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