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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글이나 영어 자막본을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눈치로 때려잡으면서 보신 영화가 한 둘은 있을겁니다. 저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보니 그런 영화가 몇 되는데요, 작년에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면서 본 영화가 바로 世界第一麥方 (영어제목 27℃- Loaf Rocks) 라는 영화입니다.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고, 한자 제목을 직역하면 세계 최고의 '빵'이라는 의미지요. 대만에서는 빵(Pain)의 음차를 '方'이라는 한자로 표기하고, 麥은 보리라는 의미지만, 밀을 작은보리(小麥)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麥方은 밀가루 빵을 의미합니다. 소맥분이란 말은 우리도 오랫동안 쓰던 말이지요.


이 영화는 실제 대만 최고의 제빵사로 꼽히는 吳寶春(발음 우빠오춘)을 모델로 한 영화인데요,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는 어렵지만 (뭐 알아들은 게 있어야죠?) 제목 때문에 보게 되었고, 언젠가 대만에 가면 이 사람의 빵을 꼭 먹어보아야지 라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막 따윈 없지만, 위의 영화는 유튜브에 누가 풀버전으로 올렸네요. 


원래 우빠오춘 베이커리는 타이뻬이에는 없었고 남쪽 까오슝에 있었습니다. 타이베이에 업무상으로 잠시 다녀오는 것이어서 도저히 까오슝까지는 못가겠구나 라고 실망하고 있었는데, 타이뻬이에도 분점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택시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퇴근 길만 피한다면 타이뻬이에서 택시는 충분히 탈만한 교통수단이지요. 

그리하여 도착한 송산문화창의단지.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 라고 불립니다. 예전에 담배 공장으로 쓰고 있던 부지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곳입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물결 형으로 만들어진... 뭔가 한국으로 따지면 동해안에 있는 콘도나 호텔같은 건물이었습니다. 대만 최고의 서점으로 유명한 誠品書店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합 쇼핑몰로 책 뿐만 아니라 의류, 음식, 생활 예술품을 파는 복합 쇼핑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이 공간의 이름은 서점이 아니라 誠品生活, 영어로는 The Eslite Spectrum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건물은 1937년 부터 운영되던 담배 공장, 그 뒤로 빌딩 숲이 보입니다. 지금 짓고 있는 건물에 가려져 잘 안보이지만 101타워도 저 방향입니다.


옛 담배공장 오른편으로는 대만 타이베이 돔 구장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저 건물도 상당히 정치가와 기업이 결탁한 막장스러운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더군요.  한국이랑 어찌 그리 비슷한지. 궁금하신 분은 [링크]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타이뻬이나 서울이나 이번에 시장이 좀 맘에 드는 사람을 뽑은 듯 해서 다행입니다. 어쨌든 저 돔구장 때문에 송산공원의 남쪽과 서쪽에서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서, 들어오실 분은 동쪽 시청 쪽에서 오시거나, 북쪽을 통해서 오셔야 합니다. 


예쁜 색으로 칠한 차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네요. 커피도 파는 것 같고... 평일 점심이고, 접근성이 나쁜 곳이어서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차량 뒤에 있는 건물은 전시회 장소로 많이 활용하는데, 옛날에는 담배 창고였던 곳이라고 하네요. 

일단, 서점으로 올라가 봅니다. 지하부터 지상 3층을 쇼핑몰로 쓰는데, 평일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청핀서점은 24시간 심야로 하는 지점을 구경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패스하기로 합니다. (다음에 오면 꼭 찬찬이 볼테다... 하는 늘 하는 소리를 곱씹으면서요.)ß


차와 다도구를 파는 공간이 있습니다. 대만 오룡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는 장소였지만, 차는 왕덕전에서 사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도 패스합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온거라, 왕복 시간을 빼면 30분 밖에 시간이 없었거든요. 


뛰듯이 서점과 쇼핑공간을 대충 흩어보고, 지하 2층에 있는 우바오춘 베이커리, 타이뻬이 점으로 내려 왔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보리 맥 麥자를 밀가루 의미로 씁니다. 그래서 저 한자는 우바오춘 아저씨네 빵가게라는 뜻이 되는거죠. 


오전 11시 오픈입니다. 점심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많은 빵이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일단은 둘러보고 무얼 살지 결정하기로 합니다. 혼자서 먹는 거라 아쉽게도 위는 한정이 되어 있어서 다양하게 먹기 어렵습니다.

우바오춘 베이커리에는 우바오춘에게 불멸(?)의 명성을 가져다 준 빵이 둘 있습니다. 먼저 사진에 보시는 Taiwan Litchi Rose Champion Bread 입니다. 2010년 Bakery Master에서 그에게 '제빵 부문'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 준 빵입니다. 이 빵집에서 가장 유명한 빵이기도 하지요. 사진 만으로는 크기가 잘 가늠이 안될 수도 있는데요, 상당히 크고 무게가 나갑니다. 대략 900그램이라고 하는데 크기 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 빵 하나에 350 대만달러, 환율에 따라 13,000원 정도합니다. 뭐 대략 4명이 먹을 수 있는 정도니 그렇게 비싼 건 아니려나요. 

우바오춘이 제빵사로 대단한 점은, 자신의 빵을 '타이완'을 대표하는 빵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여러 제빵사들이 일본이나 파리의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서, 그는 타이완의 독특한 빵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의 영어 설명에는 이 빵을 European 스타일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건 이 빵이 유럽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식사용으로 달지 않은 빵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식사용 빵이 바로, 그가 베이커리 마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의 빵에는 타이완의 맛을 내기 위해 토속재료를 철저히 연구한 흔적이 많은데, 이 빵에서도 그렇습니다. 빵의 표면에 보이는 문양이 바로 타이완산 리이찌인데, 장미와 리이찌로 술을 담그고 이를 반죽에 섞어서 15시간 정도 숙성시킨 후 구워낸 빵입니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 빵이지요. 

맛은 어떨까요? 모릅니다. 잉? 의아해 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전 저빵을 사지 않고, 이 집을 대표하는 두 개 빵중에 다른 빵을 샀거든요. 

두번 째 빵입니다. Taiwan Longan with Red Wine Bread. 역시 900그램에 달하는 상당히 무겁고 큰 빵입니다. 저는 이 빵을 샀습니다. 이 빵을 고른 이유는, 슬프게도 두 번 방문하지 못했지만 이 때만 해도한 번 더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를 말씀드리면, 이 빵이 우바오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빵이었기 때문에, 꼭 이빵을 먼저 맛보고 싶었습니다. 


2007년, 우바오춘은 경력 22년의 젊고 실력있는 제빵사로, 가오슝의 모사띠나(帕莎蒂娜)라는 제과점의 총 제빵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우바오춘(吳寶春), 원쓰청(文世成), 차오쯔슝(曹志雄) 세 명의 제빵사는 대만 대표로 뽑혀, 당시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 대회에서 당연히 우승할거라 예상되던 일본팀을 꺾고 그야말로 대만 제빵 업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2008년 Coupe Louise Lesaffre에서, 우바오춘은 당당히 식사빵 (European Bread)부문에서 준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바로, 우바오춘을 처음으로 대만 대표 제빵사로 만들어주었던 빵이 바로 이 "레드와인에 절인 타이완 롱간 빵"인 겁니다. 가격은 NT$350, 위의 빵과 동일합니다. 특색있는 맛을 내기 위해서, 6일간 훈연한 롱간 열매와 말린 롱간 열매, 캘리포니아 호두, 프랑스산 레드 와인등을 섞어서 만드는데요, 도대체 어떤 맛인 걸까요? 


모처럼 왔는 데 큰 빵 하나만 살 수 없죠. 다른 빵도 좀 둘러봅니다. 역시 이 집에서 유명한 빵 중 하나인 망고 베이글.


초콜렛 제품도 있네요. 어떤 제빵사든 초컬렛 제품은 무조건 하나 맛을 봐야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하나 고릅니다.


이빵은 뭐였더라?


레시피를 CD로도 만들어서 팝니다.


동양 어딜가나 일본식 기본 팥빵, 크림빵은 인기가 있고 저도 팥빵, 크림빵 하나씩 골랐습니다. 크기는 무척 작더군요. 


키쉬네요. 에그 타르트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역시 자신있게 추천하는 품목인 것 같은데 제가 별로 좋아하질 않는 빵입니다.


다양한 잼도 팔고 있습니다.


북해도의 유제품도 팔고 있습니다.


호오. 펑리수도 팔고 있군요. 치아더에서 사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도 한 박스를 사기에는 가격이 좀 부담이 됩니다. 치아더 보다 비싸기도 하고.


박스를 사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낱개로도 팔아서 두 개만 집어왔습니다.

이 계절에 계절 감 없이 스톨렌을 팔고 있더군요. 도대체 뭐지? 손에 빵을 들고 계산을 하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돌아가야 하는데 10분 정도 시간이 있는 듯 해서 송산문화창의 단지를 뛰어서 구경하기로 합니다. 


급히 뛰어다니면서 찍느라 촛점이.. 스누피 65년전을 하고 있네요. 흑... 가보고 싶지만.


쓸모없는 공장을 부수지 않고, 멋진 예술적 공간으로 바꾸다니.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생각나는군요. 거기 갔던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쯤 쓸 수 있을지.


반대편이 바로 Taiwan 디자인 박물관인대, 뭔가 드래곤볼 Z관련 전시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드래곤볼 특별전!이라니. 


들어가는 입구. 들어갈까 말까 30초 쯤 망설이다 다음에 다시와야지. 주문을 외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안은 이런 느낌. 박물관 보다는 호러물에 더 적합한.


주변 풍경은 이렇습니다. 

앞에 이런 식으로 물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칙칙한 건물을 전혀 달라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외관은 크게 바꾼 게 없지만 '물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달라보이더군요. 


입구가 하나가 아니었군요. 이쪽이 정문 같습니다.


뒤쪽의 돔구장이 완성되면 주변이 더욱 붐빌 듯 하군요. 돔구장 뿐만 아니라 복합 쇼핑단지가 함께 들어올 거기 때문에.


건물 내부는 대충 이렇습니다. 일부러 들어간 게 아니고,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물을 통과해야 하는구조. 건물에 따라 전시공간이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정원 조경도 잘 되어 있어서 좀 더 둘러보고 싶지만,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군요.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처음 택시를 탄 곳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중에 찍은 사진. 

아듀. 2~3일 내로 다시 올게. 라고 그때는 생각하고 회사로 다시 택시를 타고 갔지만, 사람의 운명은 예측 불허. 그리하여 그 생은 의미를 가지는 거지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빵. 불행히도 사무실에 빵칼 따윈 없어서 손으로 잡아 뜯어 먹었기 때문에, 단면은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찍어두긴 했는데 너무 게걸스레 먹은 흔적이^^ 보여서) 맛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훌륭합니다. 빵을 먹고 감격한 적이 몇 번 없었는데, 더구나 식사빵이라면 프랑스에서도 한 번 뿐이었는데 이 빵도 저를 감격시켰습니다. 한 입을 먹고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빵도 있구나 하고 바로 흥분이 되더군요. 얼마나 고생해서 반죽하고 발효과정을 관리했는지가,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만들었을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집중해서 먹느라, 저 빵을 앉은 자리에서 반을 먹어치웠고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우바오춘은 어떻게 이런 빵을 만들어 낸 걸까요? 그가 한창 제빵사의 길에 들어섰던 때는 대만 제빵계에 폭탄이 터졌던 때였습니다. 1987년 SOGO 백화점을 통해 일본 베이커리가 진출했던 거죠. 그리고 대만의 젊은 제빵사는 고민에 빠집니다. 

"일본 빵은 왜 그렇게 맛이 좋을까?" 

우바오춘은 일본 빵집에서 연수를 시작했고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방법으로 빵을 만들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저 '감으로' 하던 대만 제빵 업계와는 달리 일본 제빵 업계는 이미 완벽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온도, 습도, 기계의 성능 및 상태까지도 고려해서 빵을 만들고 있었던 거지요.

"모든 일에 섬세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태도를 배우려고 했다."

우바오춘은 이후 빵을 제대로 반죽하는 과정만 몇 년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요행이 없다. 무대 위에서 보여줄 1분을 위해서는 10년의 공을 들여야 한다."

어렸던 우바오춘이 일본 빵에 충격을 받고, 20년 간 우바오춘은 꾸준히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가오슝에서 그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고 마침내 2007년 아시아 대회에 대만 대표로 선발되기에 이릅니다. 우바오춘은 대회용으로 이 빵을 고안했고, 대회에서 쓸 반죽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반죽에 양손에 힘을 고르게 가하고, 멈추는 순간없이 유려한 손놀림으로 반죽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습했고 (양손의 힘이 달라지거나, 중간에 흐름이 조금이라도 흩어지면 기포가 생겨서 빵이 엉망이 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이 빵의 반죽을 하는데 45초가 걸렸지만 2007년 대회 시작 전에는 9초 만에 반죽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 우바오춘의 관한 내용의 많은 부분은 이 글을 참고로 했습니다]


언제 다시 대만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빵은 꼭 다시 먹어볼 예정입니다. 대만에 가서 무엇을 꼭 먹어볼래 다섯 개를 꼽는다면, 이 빵은 그안에 꼭 들어갑니다. 정말 훌륭한 빵이었습니다.


대만에 온 기념으로 옛날 생각이 나서 팥빵, 크림빵 하나를 사 먹어 보았습니다. 팥빵은 너무 작아서 오는 길 택시에서 한입에 해치웠기 때문에 사진 조차 없지만, 팥 빵도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크림빵은... 


크림빵을 쪼갰는데,  크림양이 좀 더 풍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크림이 정말 깔끔하군요. 진한 카스타드는 아니지만 깔끔한 맛입니다. 바닐라 빈이 안들어간 커스타드도 커스타드 크림인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역시 제대로 된 재료로 만들면 우유와 계란, 설탕만으로 이런 수준의 크림이 만들어지는군요. 이 크림이 최상급이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궁극의 커스타드 크림은 미국에서 먹어본 적이 있어서..)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크림빵을 사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 정도 기본이 된 크림빵이 있다면 다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텁텁함이 없고 제대로 만들었어요. 


팥빵이나 크림빵 이외에도 단 맛 나는 빵은 어떻게 만드시는지 (이 집은 케이크가 없습니다.) 궁금해서 골라 보았는데, 역시 신은 한 사람에게 식사빵과 단맛 나는 빵 두 가지 재주를 모두 주시지는 않는 듯 합니다. 이건 그다지 이 집에서 꼭 먹을 필요가 없네요. 한국에서도 식사빵은 잘 만드는 데 단맛 나는 빵은 구태여 먹지 않아도 되는 그런 빵집이 두 엇 생각나는군요.


뺑 오 쇼콜라. 이 집에서는 이 것보다 더 좋은 빵이 많이 있으니 구태여 이 빵을 다시 고르지는 않을 듯 합니다. 제빵사든 파티시에든 초콜렛 제품이 있으면 꼭 맛본다는 게 원칙이어서 골라본 건데, 이 집에서는 이런 빵 보다는 식사용 빵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고민하다 사지 않은 망고 베이글 같은 거요.


촛점이 펑리수에 맞지 않고, 껍질에 맞았군요. 우바오춘의 펑리수입니다. 펑리수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파인애플과 계란 노른자죠. 노른자를 오리알 노른자를 쓰느냐, 닭의 것을 쓰느냐. 파인애플을 계량종을 쓰느냐, 토종을 쓰느냐? 등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고, 씹히는 질감도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면 치아더(Chia Te)는 달콤함을 추구한 맛이어서 당도가 높은 개량종 파인애플을 사용하고, 써니힐(Sunny Hill)은 토종 펑리수를 써서 새콤함과 씹는 맛을 강조합니다. 보통은 개량종의 단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치아더 스타일의 펑리수가 좀 더 인기가 있습니다. 


우바오춘은 자신의 펑리수가 50년대 맛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 이름 (Wu Shian)을 붙였구요, 옛날 맛을 내기 위해 Sunny Hill과 마찬가지로 개영(開英)이라는 토종 파인애플을 사용하고 노른자도 옛날 식으로 계란 노른자를 쓰지 않고 보다 고급인 오리알 노른자를 쓴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우바오춘의 빵 중 유일하게 실망씩이나 한 게 이 펑리수입니다. 낱개로도 팔기 때문에 달랑 두 개만 사서 먹어보았는데, 새콤하거나 섬유질이 강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 것도 아니고.. 미묘한 맛이더군요. 먹으면서 너무 달지 않은 걸 원하는 어른을 위한 입맛인가? 50년대는 설탕이 귀했으니 이런 맛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거든요. 요즘 단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이 미묘한 맛을 잡아내려면, 이 펑리수가 익숙해 질 때까지 먹어봐야 할 것 같네요. 


오리알 노른자를 썼다고 하더라도, 크기가 너무 작아서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토리코라는 펑리수 집에서는 鹹鴨蛋黃(소금으로 간한 오리알 노른자)을 써서, 파인애플 단맛이 혀에 더 분명하게 느껴지게 만든다고 광고하던데, 우바오춘의 펑리수에는 그런 대비도 별로 없어보입니다. 다음에 먹어보면 또 다르게 느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집에서 굳이 펑리수를 살 필요는 없어보이네요. 


달랑 한 번 가보고, 놀란 게 전부여서 전체적인 인상은 뭐라 할 수 없지만, 대만에 다시 가게 되면 우바오춘 베이커리와 송산문화창의단지는 꼭 다시 가볼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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