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묵은 이야기입니다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오르세 전시회를 보고 기대보다 많이 빈약함에 실망해서, 옛사진을 뒤적거려보았습니다. 파리에서 체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단연 가장 인상깊은 곳이 오르세였지요. 파리의 무수한 달다구리들보다도 더. 레오폴드 세라드 셍고르 인도교(Passerelle Léopold-Sédar-Senghor)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의 모습입니다. 유람선이 한가로이 지나가네요. 센강을 직접 보기 전에는 우리나라 한강 정도 되는 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강에 비하면 좀 아담한 강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들어가기 전에 정문 옆에 있던 코뿔소에 눈길이 갑니다. 알프레드 자크마르(Alfred Jacquemart)의 코뿔소입니다. 우툴두툴한 피부까지 세밀히 표현한 게 눈길이 가네요. 미술관..
걷고 걸어서 (사실 그렇게 멀지 않지만) 세비야 대학을 지나, 스페인 광장이 있는 마리아 루이자 공원 (Maria Luisa Park )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의 강렬한 햇볕을 맞으며 스페인 광장으로 가는 길.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커다란 나무를 보게 됩니다. 문뜩 떠오르는 생각은 "바오밥 나무인가?" 상상하던 바오밥과 너무 비슷하게 싱겼죠? 길가까지 그늘이 되어 버릴 정도로 큽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살면 그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해요. 군데 군데 오래된 식물처럼 백년은 가뿐히 넘었을 큰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광장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마리아 루이자 공원은 1928년 이베리코-아메리칸 전시회라는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세워진..
대성당을 대충 구경하고, 스페인 광장으로 갑니다. 우리에게는 아래의 광고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대성당에서 스페인 광장까지는 충분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만.... 그 타는 듯한 스페인의 태양도 함께 느끼면서 말이죠. 물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시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충 지도는 이렇습니다. 저는 구글 지도가 잡아준 최 단축로가 아니라 (저건 자동차 길) 황급탑 - 세비야 대학을 거쳐서 갔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스페인 광장으로 가려고 최단 거리 방향으로 길을 잡았는데,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없이 안내 지도에만 의존해야 했던터라.. 단밖에 길을 일어버립니다.-_-;; 여긴 어디지? 스페인에서 골목길을 헤매면서 길 찾는 건 거의 불가능 하죠. 건물도 다 이건물이 저 건물 같고, 그라나다에서 충분히 경..
대성당까지 와서 주변만 돌아다니자니 어쩐지 맥이 빠지네요. 성당 옆에 걸어다니는 관광객을 보시면, 얼마나 하나하나가 웅장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성당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세비야에 자리잡고 있던 모스크가 넓은 부지에 자리잡았던 탓도 있지만, 신세계로부터의 약탈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죠. 끊임없이 가져오는 황금의 힘으로 커진 성당이니, 면죄부로 만들어진 성 베드로 성당과 함께 어쩌면 하나님의 뜻에 가장 반하는 건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문화재같은 데, 유럽에서 이런 식으로 철망을 쳐서 보호하는 케이스는 드물게 보내요. 황금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유실을 염려할 때는 그랬던 것 같은데 이건 그냥 돌탑인데요. 뭔가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건가요? 솔직히 아름다운 탑이긴 합니다만...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세비야역에서 일단 짐을 호스텔에 풀어놓습니다. 5월 휴가철 전이라 그런지, 세비야가 소도시라 그런지 예약 없이도 자리가 있더군요. Calle Compania에 있는 Oasis Backpacker Youth Hostal. 라운지에는 여행정보를 찾으려는 여행자들로 넘칩니다. 내부는 이렇게 스페인 건물답게 중정이 있습니다. 환기도 채광도 좋지요. 그러고보니 제가 다니던 대학원 건물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었는데... 스페인 식이었던 걸까요? 그게 왜 이제야 생각이 난ㄱ건지. 짐을 내러놓고 유명하다는 세비야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큰 실수를 하고 맙니다. 하부고를 여행할 정보를 모을 생각에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을 먼저 다녀오다보니, 대성당을 구경할 시간이 별로 없더군요-_-;;; 결국, "성 베드..
이 여행을 다녀온 게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_-;;; 이제 기억되 희미해지고, 전부다 예전 정보가 되어 버렸네요. 정보로써 의미도 많이 없을테니... 추억만 기억하기 위해 최대한 간단간단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그라나다에서 아침에 기차를 타고 세비야로 이동합니다. 그라나다가 상당히 알려진 관광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작기 때문에 (더구나 아직 본격적 휴가철이 아니어서) 표는 예매하지 않고도 쉽게 구했습니다만... 이렇게 스페인에서 표가 없으면 말고! 식으로 다니다 프랑스에서 낭패를 보게 됩니다. 미리미리 2주치를 예약해 놓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듯. 세계 최대 올리브 산지라는 말을 듣는 스페인 남부 답게 (안달루시아 지역이던가?) 지나가는 양쪽 건조한 지역에 모두 올리브 ..
알바이신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또는 알람브라의 일몰은 동해안 일몰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알람브라는 알바이신에서 동쪽에 있기에 일몰과는 좀 거리가 멀지요. 그래서 동해안에서 일출을 찾지 않고 일몰을 찾는 것과 똑같은 꼴입니다. 하지만 속초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울산바위 일몰이 나쁠리는 없지 않은가요? 어제 밤기차로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축제 때문에 달라진 버스 코스 때문에 Mochi 게스트하우스를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몸 상태는 천근만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니콜라스 교회에서 보는 알함브라 일몰을 보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8시던가? 9시던가? 알다시피 유럽 여름의 해는 무척 늦게 집니다. 알함브라를 보고와 힘든 척 하며 걸어갑니다...
Azafran은 사프란 향료의 스페인 말입니다. 레스토랑의 정식 이름은 Ruta del Azafran, 샤프란 향료의 무역로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냥 Azafran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이 가게를 찾았던 건 Trip Advisor에서 였습니다. Google Map 서비스와 연동되는 여행 사이트인데, 그 사이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더군요. 그 링크는 여기에. 평점으로 따지면 San Nicolas가 1위고, Ruta Del Azafran이 2위지만, 리뷰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 식당을 선택했습니다. (8년이나 지난 지금 둘 다 망한 듯 싶네요. 세월의 무상함이란) 뭐, 작은 소도시 그라나다(Granada)에 미슐랭 가이드에 실린 레스토랑은 아예 없을 ..
드디어 알함브라 궁전의 마지막이네요. 린다라하 중앙정원입니다. 기묘하게 가꿔진 측백나무와 다른 어떤 나무들이 묘한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하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나무의 배치가 무슨 진 안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 안에 분수가 있어 시원함을 더해주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화려하긴 한데 정원이고 뭐고 상당히 좁네요. 중국같으면 아마 어디 지방 호족의 정원 (물론 세공 측면에서는 비교도 안되지만)의 규모가 아닐까 합니다. 알함브라는 수리 중이기 때문에, 어떤 곳은 보고 어떤 곳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간은 워싱턴 어빙의 방이라든가 몇몇 왕들의 공간은 공개가 되지 않았죠. 당시 방문때는 몰랐는데 알히메세스의 방이 공개가 되지 않고,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길로 관람객들..
나자리에스 궁전은 단언컨대 인간이 세운 건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의 하나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디자이너들의 건축물과 역사적 유물을 보았지만, 건축물을 보고 예술품이라고 생각한 건 나자리에스 궁전이 맹세코 처음이었습니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은 '비싼 건물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긴 했어도 건물 자체에 감탄하지는 않았는데 나자리에스 궁전을 둘러보면서는 '이건 사야해' 예술품이야!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인도의 타지마할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까요? 건물 안에 작은 소우주를 구현해 두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수백장의 사진이 하드 속에 들어있습니다만, 나자리에스 궁전, 특히나 이번 글에 올릴 두 방에 대해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려웠습니..
대사의 방에서 조금 더 나자리에스로 들어가면 바로 '사자의 정원'에 들어서게 됩니다. 정무를 보는 외궁과는 달리 이 곳은 왕의 사생활로 가득찬 내궁 지역입니다. 그리고 그 옛날에는 '하렘'이 있었던 곳입니다. 하렘이라... 어떤 곳일까요? 이런 곳일까요? 아니면 이런 곳? (피카소의 그림임) 좀 더 피카소스럽게 이런 곳? 좀 더 현대적 이미지로 이런 것일 수도 있죠. 성인 잡지사라는 합법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위장한채 하렘을 운영하고 있는 휴 헤프너씨입니다. 뭐 예전에는 내시와 후궁, 그리고 왕만 오고가는 곳이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 그 곳의 중심이 바로 사자의 정원입니다. 하렘의 정원 주제에 너무 거창한 이름이 딸린 건 정원 한 가운데 분수에 다음과 같이 열 두 마리의 사자들의 석상..
대사의 방은 무어왕국의 왕들이 각국의 사절들을 영접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이 지역을 지배했던 무어왕국이란 게 뭔지 함 역사를 알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다 검색하면 나오니 불필요한 내용 빼고 간단히 하면. 무어 왕국은? Moor인들이 세운 왕국입니다........ 저 한테 뭘 기대하셨나요. 전 역사학자 아닙니다.-_-;;;; 참고로 무어인들은 스페인으로 넘어오기 전에, 아프리카 북쪽에 살던 이슬람교를 믿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Moor는 '검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인종상 흑인이었다는 이야기겠죠. 어쨌든 스페인 남부에 세워졌던 무어왕국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아니라 도시마다 독립적인 세력을 형성한 도시국가의 형태로 성장하게 됩니다. 모두 23개의 도시들이 저마다 ..
아리야네스 중정은 나자리에스 궁전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입니다. 중간에 커다란 연못이 있다보니 (아랍 특유의 직사각형 못)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아리야네스야 말로, 나자리에스 궁전의 가장 대표적인 아름다움인, 입체적 천정 조각이 제대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 사진과 같은 광경이 눈에 띄죠. 먼저 하단에 칠에 눈이 가기 시작하다, 천정을 보면 '으오와'하는 의미없는 의성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천정에 완전히 하나의 소우주를 구성해 놓았습니다. 칠은 많이 벗겨졋지만 저 세밀한 조각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입이 벌어지는군요. 놀라움... 도대체 왜 저런 짓을 했을까요? 세밀하고 정교하긴 하지만 뭔가 의미있는 행위같지는 않고, 저것보다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은 ..
나자리에스 궁전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먼저 입구인 마추카 중정(Patio de Machuca) * 사절들이 술탄이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메수아르의 방(Mexuar) * 실내 정원인, 아리야네스 중정 (Patio de los Arrayanes) * 그리고, 술탄과 외국 사절들이 만나던 접견실, 대사의 방 (Salon de Embajodores) 여기까지가 업무구역이고, 이제 술탄의 가족들, 첩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 가장 유명한 사자의 정원(Patio de los Leones) * 가장 화려한 두 자매의 홀(Sala de las Dos Hermanas)과 아벤세라헤스의 방(Sala de los Abencerrajes), * 그리고 왕의 침실(Sala de los Reyes)이 있는데 지..
알람브라에는 보기 싫은 흉물같은 건물들이 몇 남아있습니다. 산타 마리아 교구의 교회와 카를로스 5세의 궁전이 대표적이지요. 알카자바를 구경하고 나자리에스로 들어가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보기 싫어도 보이더군요. 워낙 거대한 건물이라... 후문쪽 문입니다. 굳게 잠겨있네요. 입장은 정문으로만 가능합니다. 여늬 서양건물 들과 다르게 벽에다 홈을 파두었군요. 혹시 나자리에스 궁전의 아름다운 조각들을 조금이나마 흉내내고 싶어 그랬을까요? 무의미한 발버둥이었지요. 당시 아랍세계의 최고 장인들을 혹사시켜 만든 아름다운 궁전과, 근처 백성들을 혹사시켜 만든 (혹사시켜 만들었다는데 차이는 없지만^^) 수준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대충 모양은 이렇습니다. 사자 모양의 청동 고리가 균일한 간격으로 박혀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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