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인재가 국립박물관에 들어간 것이더냐?" 전시회를 보고 나서, 신안 유물에 대한 감상보다 궁금한 것은 이 질문이었습니다. 솔찬히 돈이 들었을텐데 도대체 누가 그 많은 예산을 받아내왔고, 누가 이렇게 한국스럽지 않게 짜임새 있게 전시회를 구성했을까요? 2016년 3월 부임한 이영훈 신임 중앙박물관장의 솜씨일까요? 프랑스 장식전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다고 알려진 전 박물관장의 후임으로, 낙하산은 아니라 내부인사 승진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 전시회를 보니, 다행 이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전시회였거든요. 관장으로 임명되고 첫 특별 전시회니 만치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에 좀 무리해서라도 좋은 전시회를 만들었고, 더 많은 유물 (본디 500점 정도의 작은 ..
바빠서 포스팅을 거의 올리지 못하고 있네요. 주말에 인왕산에 간 이야기나 해보겠습니다. 서울의 산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인데, 산이 멋있고, 지키는 군인들이 많아서 안전하고, 시내와 가깝고,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 인사동을 오르는 길은 단순합니다.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 방향으로 나가서, 황학정을 끼고 자동차도로를 따라 쭉 오르다보면 성곽길 옆으로 오르는 입구가 있습니다. 먼저 '범바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인왕산에서 청와대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철조망이나 경비 시설이 곳곳에 있습니다. 조금 올라다가 숨을 고르면서 뒤를 봅니다. 서울 외각 성벽이 뱀처럼 구불구불 따라오는 모습이나 멀리 남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서울 성벽 너머로 보이는 모자바위. 멀리 약간 귀 같은 걸 쫑긋 세우고..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식사먹거리에 이어서, 후식편. 역시 제법 다양합니다. 고구마 맛탕. 허니버티 아몬드와 허니버터칩을 파는군요. 관광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으려나요? 단팥죽과 호박죽을 팔고 있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을 가져와서 죽을 덥히고 있네요. 임실이라는 브랜드 명이 없어서 어디 치즈인지는 모르겠는데, 치즈구이입니다. 떡꼬치인줄 알았어요. 용수염 엿도 있는데 한때 인기를 끌때는 명동에서만 여러 업체(?)가 난립했었죠. 지금은 한물 간 아이템입니다. 고구마도 구워 팝니다. 뽑기. 한개 천원이라. 도우넛도 있습니다. 아마도 팥이 든 찹쌀 도우넛일 듯. 하지만 이런 길거리라면 손님이 오실 때 마다 하나하나 튀기면... 손님이 기다리다 그냥 가버리려나요? 물방울 떡입니다. 한천으로 만들었다는데, 한천은 ..
명동을 지나가다 보면, 제법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물론 땅값이 비싼 명동이니만치 대만, 태국처럼 포장마차를 펴고 직접 국수류까지 조리하는 광경은 볼 수 없지만, 동남아 야시장스러운 분위기가 관심을 끄는 건 사실이지요. 올해 들어 종류가 점차 다양해 지는 것 같기에 어떤 음식을 파는지 일일이 구경해 보았습니다. 그래봐야 30분 정도만 휘휘 둘러보고 사먹지는 않았지만요. 소시지를 직접 구워파는군요. 길 거리 메뉴로는 나쁘지 않은 쟝르죠. 보존이 쉽고, 미리 만들어두어도 다시 살짝 구우면 맛이 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부에 조미료를 듬뿍서서 고기질을 감추는 것도 가능하구요. 제대로 된 이탈리아 소시지를 팔아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백화점 소세지도 그 수준이 아니니 기대하기 어렵겠죠. 녹두전까..
꽃으로 덮인 창덕궁 후원과 애띤 연두빛 풀로 덮인 창덕궁 후원, 물줄기가 시원한 창덕궁 후원을 한꺼번에 본다면 정말 아름다운 봄풍경을 눈에 담아올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올 봄에 그런 풍경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올 초봄의 이상 고온으로 꽃들은 순식간에 피어버리더니, 한순간에 힘이다하듯 져버렸고 비는 그다지 많이 오지 않았지요. 이상적인 기온이 찾아와 연두빛의 잎과 꽃이 함께 자리하고, 비가 제법 와서 옥류천에 넉넉한 수량의 물이 흐르는 시간은 아마 앞으로는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온난화 되어가는 이 세상에서는요. 그렇다 하더라도 봄, 새순이 돋아나고 잎이 아직 진한 여름색을 띠기 전의 왕족들과 측근들만 거닐었다는 금원의 경치는 필히 감상하실만 합니다. 저에게 창덕궁 후원을 언제 보겠느냐고 기회를 준..
여러 겹으로 보이는 문과 창이 건물 저편의 빛을 전달하는 구조. 건넌방과 내루(작은마루)사이를 연결하는 둥근 만월문의 독특함과 그 뒤로 보이는 창호지로 감싼 등, 대청마루까지 이어져 보이는 원근감이 하나로 이어져서 말하기 힘든 균형감과 독특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한 것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어딘지 아실까요? 낙선재 후원인 화계(花階)에서 마당인 장락문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주말에도 회사일을 하는 처지였지만, 이대로 봄날을 보내기 너무 억울하여 어느날 창덕궁에 다녀왔습니다. 이 풍경을 바라본 것만으로 외출한 보람이 있었지요. 낙선재 뒷뜰 정원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사실 그 동안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앞뜰만 개방..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의 외관은 멋집니다. '기괴하다.'라는 느낌도 있을 수 있지만 돈을 만이 들인만큼,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위대한 건축, 특히 도심에 위치한 건축은 단지 그 건물만 우뚝 서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건물과 주변지역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의미를 획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 건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고민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유명한 건축가라고 달랑 맡긴다고 그 건축이 위대해지지는 않습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지하철 역에서 들어오면 볼 수 있는 화면입니다. DDP는 최근 대형 건물의 트렌드의 하나인 '열린 건축'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내가 아닌 광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입구는 한 곳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접..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개관을 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디자인에 대해 지식도, 철학도 없는 건축주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 수 있는 권한을 쥐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동아일보와 건축전문지 월간 SPACE가 공동으로 건축가 1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하여 뽑은 "한국 최악의 현대 건축 20"에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오세훈 전 시장의 작품이 1,4,5위를 차지하여 "과연 오세훈"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14위를 차지한 광화문 광장 역시 오세훈 시장의 작품입니다.) 이런 천박한 건물을 보러가줄 마음은 전혀 없지만, 간송 미술관의 작품들, 특히 한번도 보지 못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시한다기에 미세먼지가 좀 있..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고나서 - 하야트 호텔 - 남산식물원 - 남산타워 - 명동으로 걷는 길은 제가 좋아하는 코스중에 하나입니다. 밤시간에도 사람이 많아서 위험하지 않고, 서울의 밤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지도앱에서는 하얏트에서 남산 식물원을 거쳐, 바로 남산타워로 가는 길이 나와 있지 않은데,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다 아는 길입니다. 그랜드 하야트 호텔에서 나와서 소월로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가면, 남산식물원이 나오는데 남산 식물원 공원 지도에 보면, 남산타워로 가는 길이 나와 있습니다. [위 사진은 다음지도에서 퍼옴] 지도에 맨 위에 있는 하얀색 길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남산타워로 올라가는 버스가 지나다니는 길이고, 야외 식물원의 지도를 잘 보시면, 조그만 실같은 길이 하나 그 길과 ..
1.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편] [2편] 2. NHN 그린팩토리 라이브러리 (준비중) 3. 시애틀 중앙 도서관 The Seattle Central Library (준비중) 이제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서보면, 정면에 중정을 내려다보며 창가자리와 아이패드가 있네요. 아이패드가 여기저기 놓여져 있고, 무선 인터넷도 자유로운 환경입니다. 창가에 가서 중정을 내려다도 보고... 정면을 바라보면 한옥 지붕이 보입니다. 나름 운치있네요. 어쨌든 2층부터는 '디자인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을 증명하는 공간인데요, 현대카드에서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 뉴욕, 런던의 북큐레이터들과 함께 1만여권의 디자인 서적을 선별했다고 하네요. 런던 북큐레이터 Justin McGuirk와 인터뷰입니다. 건축, 디자인 관..
1.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편] [2편] 2. NHN 그린팩토리 라이브러리 (준비중) 3. 시애틀 중앙 도서관 The Seattle Central Library (준비중) 먹는 이야기 말고 도서관이란 곳에 다녀온 이야기를 좀 해볼까합니다. 둘은 한국에 있는 사설 도서관이고, 하나는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설계로 유명한 시애틀 중앙 도서관입니다. 시애틀은 좀 많이 묵은 이야기지만, 워낙 인상깊고 유명한 장소라서 이 기회에 함 끄적여볼까 합니다. 시청에 있는 서울도서관도 포함시키려 했지만,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터라 여기서는 제외합니다. 그럼 먼저 가회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입니다. 도서관 전경입니다. 한옥을 테마로 만든 듯, 상단에는 한옥 형태이지만, 그 외에는 현대적인..
주말에 서울도서관(http://lib.seoul.go.kr/)에 다녀왔습니다. 일제 시대 시청건물 뒤에, 오 전 시장이 기괴한(?) 유리건물을 지어 시청을 옮긴후 남은 건물에 서울도서관을 만든거죠. 박원순 시장님이 만드신건지, 그 전에 계획되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미지상 멋대로 박원순 시장님이 하신걸로 생각해버리기로 합시다. (실제로는 오세훈 시장이 도서관으로 하기로 진행한 게 맞음) 구 시청건물 뒤로, 파도형태를 흉내내서 만들었다는 기괴한 유리건물. 건축가가 기초 개념만 디자인하고 나서 쫓겨나고 건설사들이 작업을 멋대로 진행, 원 아이디어의 맛이 상당히 빠졌다는 기사가 있기는 한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35369.ht..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의 몸은 맨발로 뛰는게 더 건강에 좋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푹신한 신발밑창에 의존할 생각말고 얇은 신발로 뛰어다니도록!" 정도가 될 거다. * 이 책에서는 심지어 Nike가 푹신한 런닝화를 발명한 1970년 이후로, 발 관련된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다 푹신한 쿠션을 이용해서 발뒤꿈치로 뛰는 습관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 현재 마라톤 최고의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나온다. 대부분 아프리카의 헝그리 정신과 고지대 훈련 등을 들곤 하는데, 그보다는 맨발로 어린시절 달려서 만들어진 흉내낼 수 없는 근육의 짜임새와 발의 구조때문에 아프리카 선수들이 잘 달린다고 주장한다. 제목부터 참 매력적인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책인데다, 어려운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천하제일 비색청자'라는 이름으로 고려청자 전시회를 엽니다. 자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반드시! 들려보아야 할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350여 점의 청자, 그 중 국보급만 18점이 모이는 전시회도 쉽지 않은데다 그 중에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10년에 한 번 보기 쉽지 않은 '상감청자운학매병'이 나옵니다. 이런 수준의 청자전시회는 향후 20년 내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구나 일본에서 온 '청자 구룡형 정병'도 일본에 가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지요.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자기이기도 하구요. 국립중앙박물관, 별관(?)에서 전시회가 있습니다. 특별전치고는 비교적 싼 3,000원 입장요금을 받습니다. 입장하면 어딘가에서 써먹은 걸 다시 가져다 놓은 듯한, 비디오 아트가 ..
신세계 청담점에 자극을 받아 3개월 정도 뚝딱뚝딱 거리던 갤러리아 백화점 식품관이 드디어 개점했다기에 다녀와 봤습니다. (뭐... 갤러리아에서 사는 게 없기 때문에 초청장 같은 건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SSG 푸드 마켓이 등장하며 강남/청담의 고객들이 그쪽으로 많이 몰렸기 때문에 갤러리아로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재개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참고로 신세계 청담점 방문기: http://eyeofboy.tistory.com/1074) 사실, 이번 기회에 미국에서 보고 감탄했던 유기농 식품점 홀푸드, 페어웨이, 트레이더 조, Eataly같은 매장이 들어서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뭐 한화가 그렇죠. 여지없이 기대를 배신해주시더군요. 고메 494는 식품재료 판매보다는 음식 판매에 중점을 둔 식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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