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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남들보다 뒤늦게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막판에 발레 공연 - 강수진과 친구들(사실은 강수진과 동생들이 더 적절한 제목이었지만^^) - 을 감상하기도 했고, 하여간 하루에 점심/저녁마다 다른 약속을 만들어야 할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좁디좁은 나의 인간관계가 의외로 넓은 데 놀라버렸다. 시간이 모자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CEO처럼 조식 모임을 하기도 했으니...

그리하여 어쨌든, 7월 31일 드디어 대망의 유학길에 오른 나. 세계 어디가서도 잘 살 수 있을 자신이 있지만 좀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걱정되는 건 아니고 한국의 부모님이 외로우실까 하여. 역시 여유만 된다면 자식은 많이 있는 게 이럴 때는 좋지 않을까?

나는 순수 된장이다. 어학연수 가본 일도 없고, 해외 경험은 홍콩 여행 (2박 3일) 한차례, 동남아 장기 출장 한차례 뿐이다. 그런 나에게 6년간 저금해온 예금을 탈탈 털어서 오른 이 MBA 유학은 인생에 있어 너무도 중대한 도전이다. 투자 수익이 나쁘다면 나에게는 너무 악몽같은 일이겠지만, 그런 일들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오늘은 그저 내 유학생활의 첫 출발인 서울 - 텍사스 오스틴까지의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것 저것 올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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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일, 공항에서 아버지와 내 사진. 괜찮다고 해도 아버지는 굳이 배웅을 나와주셨다. 가족이 총 출동하지 않았지만 든든하다. 아버지가 친히 챙겨주신 돈 중에 100달러 짜리는 계속 쓰지 않고 부적처럼 가지고 있을 예정이다. 특별히 미신을 믿는 건 아니고 내 몸, 물건 어디 하나 부모님 손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지만 나 역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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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ing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없어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지 못했는데 두고 두고 후회가 되었다. 미국쪽에 도착해서 보니, 싱가폴, 인천 공항처럼 쇼핑에 dedicated한 공항이 드물었다. 면세로 몇가지 제품을 구입하지 못해서 심기가 몹시 안 좋다. 사진에 등장하는 처자는 인도 풍으로 아유라베다인지 명상인지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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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기내식이었다. 대한항공이었지? 비록 내가 럭셔리하게 미국으로 직항이 아니고 항공료좀 아낄려고 나리타 - LA - 오스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끊었다고 하더라도 니들이 그 돈 받아먹고 손님에게 이럴 수야 있는가? 불의검의 한 귀절이 귓가를 어른 거린다.

"주먹 조금 세다고 네들 밤이 편하더냐? 우리는 개 돼지도 이리 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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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한 냄세가 나서 도저히 먹기 힘들었던 돼지고기 볶음(냉동이라 추정됨)에 반찬은 달랑 단무지가 전부요. 디저트로 파인애플이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거였다. 카메라 출동에 고발된 학교 급식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밥은 용기를 급히 데워오느라 바짝 말라서 태반을 남겨야했다. 대한항공 주식이 있다면 바로 팔아버릴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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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먹이고 TV로 뭐 틀어주면 그게 즐거운 비행이 될 거 같냐? 차라리 니들이 치울 각오하고 기내에서 샌드위치라도 가져와 먹게하면 (대신 항공요금에서 음식 부분은 빼고)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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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을 넘어가는 (사실은 이미 태평양이었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구름. 전반적으로 구름이 가득하여 바다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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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중에 기체가 좀 흔들린다 싶더니 나리타에 착륙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공항이 온통 젖어있는 느낌. 멀리 보이는 풍경은 우리 나라와 다를 것이 없다. 잘 정돈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건 인천 공항도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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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시설은 언제나 북적대는구나. 내 경우는, America Air. 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일본 국내로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짐 검사만 받고 2 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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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2터미널로 가는 길, 여기서 버스를 기다린다. 쇼핑하기에는 1터미널이 좋다고 하는데 2터미널에서도 쇼핑 시설이 있다고 하고, 여기서 헤매다 시간을 못맞추면 큰일이다 싶어 무조건 2터미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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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터미널로 가는 길은 다른 공항처럼 전동식 열차가 아닌 버스였다. 조금은 불편한 편. 그러고보면 터미널간 이동이 가장 편리했던 것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였고 인천공항은 면세점 위주로 설계되어 고객들의 편의는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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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터미널에서 나를 반겨준 아가씨. 비록 포스터지만 "Welcome to Japan"이라 하는 것 같다. 오. 고마워요. 선물로 'earth and water'를 가져가고 싶군요. SanDisk는 대만제 브랜드인데 메모리만 만들다가 ipod와 맞짱을 뜰 목적으로 만든 mp3 플레이어로 점점 대중적인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 조심하세요. 엔지니어 야근비만 삥땅치며 이득을 얻으려다가는 언젠가는 따라 잡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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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는 아마 일본 기분을 조금이나마 내보려고 전시한 것이겠지. 아키하바라 라는 이름의 면세점의 한 숍. 전자제품과 다양한 다른 제품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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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광객도 가장 북적거린다. 찍고나서 지금 보니 처자분의 다리가 참 이쁘시군요. 여기서 브라운 면도기를 쇼핑했는데, 한국과 가격이 비슷비슷해서 (그리 싸진 않았다.) 실망스러웠다. 좀 더 쌀줄 알았다구. 하긴 브라운은 독일 브랜드니 한국/일본 별 차이가 날리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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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야후 카페. 역시 일본은 Google보다는 Yahoo인가? 이메일이라도 확인할까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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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네미를 연상시킨^^ 키티 과자. (결혼 한 기억은 진실로 없는데 이상하게 나를 아빠라 부르는 딸만 넷이 되어 버렸다. - 살사 클럽을 빼고 발레계 쪽만-_-;;) 시식 코너 같은 게 있음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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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과자. 귀여운 모양의 일본 과자는 기념품의 한가지인지 공항내 한 편의점처럼 생긴 store에서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산처럼 쌓아두고 팔아댔다. 이건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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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함을 못이기고 간식거리로 하나 사버렸다. 동경 산도~^^ 사진을 보면 맛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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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안의 상자는 뭔가 좀 빈약하다. 예전에 'Try' 이전 백양 브랜드일때 속옷을 넣는 그 종이박스다. 난데 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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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도 과자에 안에 건포도가 좀 있다는 거 빼면 정말 별볼일 없다. 흑.. 이걸 거의 8000원이나 주고 샀단 말이냐? 기내식도 그렇고 미국가서 좋은 거 먹을 생각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하늘님의 계시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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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마시고 싶어서 일부러 큰 통의 녹차를 사서 함께 벌컥벌컥 마셔주었다. 녹차맛도 그저 그런... 일본이라고 다 맛있는 게 아니구나. (그 동안 맛집 게시판에서 극찬을 너무 많이 봐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지만 생각해보니 공항 터미널에서 진미를 찾으려한 내가 어리석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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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건 면도기 밖에 없지만, 면세점을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너무 아슬아슬해져서 boarding하러 가기로 맘 먹었다. 터미널 내부에서도 게이트간 거리가 먼 경우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그러고보니 자기부상열차를 타본것도 생전 첨이구나. 사실, 자기부상열차인지 그냥 전기열차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바퀴도 없고, 흔들리는 느낌도 없으니 멋대로 그리 믿어주기로 한다. (검색을 해봐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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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열차가 달려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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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륵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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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과자에서 거하게 실망을 한 이유였지만, 기내식도 대충먹었고 America Airline에서 Economy class에 뭔가 거하게 한상차려줄 이유도 없으니, 일본에 온 기념으로 무언가 먹고 가기로 한다. 우동, 라면, 돈까스 뭘 먹어줄까 하다가... 결정한 것은 오무라이스. 잔돈이 딱 950엔이 있었는데 950엔 이었기 때문이다. 네기 덥밥이 훨씬 탐이 나긴 했지만 그건 1000엔이 넘는 고가품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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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쁘게 나오진 않았고, 이미 많은 실망을 한뒤라 기대치를 낮춰 잡고 있었다. "그래. 이런 터미널 음식이 뭔 맛이 있겠어?" 게다가 아르바이트 생들이 만드는 듯한 분위기여서. 그런데....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오무라이스 수준이 워낙 낮은 탓도 있겠지만 계란 지단의 맛이 정말 좋다. 특히나 접시 가장자리의 크림 상태의 계란 지단을 먹어보면 노른자 맛이 뭉클뭉클 나는 것이 그야말로 식욕을 당긴다. 공항의 오므라이스가 이 수준이면 시내의 제대로인 집들의 맛은 대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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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볶아진 상태는 실하지 않지만, 위쪽과 달리 아래쪽 지단은 살짝 코팅이 되어 있어서 밥이 계란과 석여 지나치게 촉촉해지는 걸 막아준다. 소스의 단맛도 적당하고 정신없이 퍼먹었다.

오므라이스와 더불어 라면까지 먹고 싶은 맘이 생겨버렸지만, 그럴 배가 더 이상없고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나준다. 아까산 녹차를 원샸하고 다시 일본에 돌아올 걸 기약하니... 창밖으로 내 인생 최장의 장거리 비행을 할 보잉 777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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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미국으로 가는구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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