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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여행 (San Francisco Bay Area Trek) (15)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Belinger)
eyeofboy 2008. 3. 26. 12:23
베린저인지 베링어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Belinger winery 역시 와인 만들기보다는 관광 산업에 치중하는지, 지나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뭐 구경하는 입장에서야 좋은 거죠.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인테리어에 상당히 신경을 쓰지 않오면 견적이 나오지 않을 공간입니다. 좀 잘 정비된 와이너리를 보고 '가시가 돋힌' 상태로 말하는 이유는 미리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시음한 와인맛이 정말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셔서 돈 값을 한다고 느낀 게 없으니... 친구가 Faust라는 와인을 추천해 주었는데, $50이 넘는 고가 와인이어서 마셔볼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라면서 브루고뉴에는 $100을 써버리는 나는 .... 위선자일까?--)
와인에 대한 편견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와이너리 투어' 입장권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와이너리 투어시 표 검사--같은 걸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졸졸 따라다녀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어지간한 와인 상식이 있다면, 굳이 들을 필요가 없는 설명이 대부분이어서요.
$10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종의 와인을 Tasting할 수 있는 쿠폰도 주는 데 $5인가에 Tasting 장소에서 따로 구매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아까 보았던 문 안으로 들어 갑니다. 11월 햇살이나 여직 따갑고 눈 부시군요. 하늘은 정말 파랗습니다.
뒤쪽으로 보이는 투박한 돌집이 원래의 와이너리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시멘트 건물과 그 주변은 모두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서 정비된 건물입니다. 테이스팅도 물론 앞쪽 건물에서 이루어집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비지니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발행하는 Robert Mondavi and the wine industry라는 Case ($6.95)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00% 영어라서 힘들수도 있지만,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을 이해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http://harvardbusinessonline.hbsp.harvard.edu/b02/en/common/item_detail.jhtml?id=302102
이 케이스를 참조하면, 와이너리 투어를 시작한 것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Robert Mondavi는 자신의 와인 홍보를 위해서 Winery Tour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를 프로그램화 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 색다른 tour program은 Mondavi를 Premium Wine Brand로 만드는 데 공헌을 했고, Napa나 Sonoma의 많은 Winery들이 덩달아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작함으로써, 이 지역에 막대한 광광 수입과 함께, 이 지역 Wine 가격에 엄청난 premium을 안겨줍니다.
이런 Premium을 거품으로 볼 것인가? 문화 코드로 볼 것인가? 그건 시장과 역사가 결정할 문제고, 현명한 소비자라면 거품이라 생각하면 피하면 그만이고, 문화 코드라고 보시면 자기 재정이 허락하는 데로 즐기면 그만이겠죠. 저는 거품이 상당수 섞여 있다고 봅니다.
투어를 진행해 주실, 아까 표 팔던 로맨스 그레이 아저씨입니다. (이름은 까먹었음) 5분 쯤 후에 시작하니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으라 하시는군요.
기다리는 동안 건물안에 들어가 봅니다. 온갖 기념품과 와인들이 즐비합니다. 물론 와인은 모두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거죠. 요즘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의 또 하나의 마케팅 전략은 'Winery Only Wines'입니다. 즉,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고, 와이너리에 와야 살 수 있는 와인을 판매하는 거죠. Mondavi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Opus One 제외) To Kalon도 이런 범주에 속하는 와인입니다. 베린저에서도 몇 종이 있더군요.
기다림이 지루해져 밖도 둘러봅니다. 잘 정비된 정원같은 느낌 입니다. 근사한 세콰이어 나무도 서 있고, 그 아래 벤치에서 책이나 읽고 싶네요. 한 구석에는 사람보다 더 큰 호박이 전시되 있습니다. 체르노빌 방사능 영향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모형이 아닌 실물이고, 이 와이너리 직원이 집에서 키운 놈이라고 하네요.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뒤에 있던 그 건물입니다. 단단하게 생겼지요?
제법 역사가 있는 (100년쯤 된) 건물이라고 합니다. 베린저가 처음 세워졌을 때 와인을 압착, 숙성 시키던 (그러면서 사람도 거주하고) 그 건물이라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베린저를 처음 세운 베린저 형제의 입간판이 오크 통 앞에 서 있습니다. 음.. 뭐 굳이 저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어두컴컴 합니다.
뒤로는 산을 뚫어만든 석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와인 저장고나 감옥이나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군요.
백여년도 넘은 와인 압착 기계, 수확한 포도로부터 즙을 짜내는 기계입니다. 어떻게 썼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애들은 이런 이야기보다는 어두운 동굴같은 환경에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집 구석에는 예전 (지금도 쓰고 있는) 와인 저장고, 혹은 숙성고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가 생기기 시작한데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역할도 제법 되었다고 합니다. 이 지방은 조금만 파고 들어가도 수천년간 퇴적된 화산재로 이루어진 단단한 암벽들이라 이런 굴을 파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서를 연결하는 철도망이 완공된 이후, 일자리가 없어진 중국 노동자들을 싸게 고용해서 이런 터널같은 저장고를 팔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많은 중국 노동자 (쿠리라고 불렀다던가요?) 들이 죽기도 한 모양이에요. 제대로 보호 시설도 없이 험한 작업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어쨌든 이렇게 파여진 저장고는 말 그대로 무척 튼튼해서 캘리포니아 지진때도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베린저 owner 가문의 개인 와인 저장고라고 합니다. 수십년된 와인들이 차곡 차곡 쌓여 있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영화 '구름 속에서 산책?'인가의 한 장면이 저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네요.
가이드가 "줄리아 로버츠가 그때 여기에 서 있었죠." 라고 말하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그 자리에 서 보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저도 물론이고요.
와이너리의 토템 신앙쯤 될까요? 술의 신을 형상화한 오래된 포도 노목으로 만든 조각으로 독일에서 150년 전쯤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걸 가져다 놓음으로서 좋은 포도가 수확되도록 기원했다고 하네요.
이제 본격적인 시음입니다. 와이너리 다른 곳이 좀 여유로왔다면, 이곳은 꽤나 붐비고 활기차는 군요. 하긴 와이너리 투어를 온 사람들의 목적이 바로 와인을 마셔보는 걸 테니까요.
테이스팅은 준비된 와인 중에서 어느 와인이든 3개를 골라 마실 수 있는 겁니다. 시음 가격은 $5로군요. 관리자들이 계속 잔을 씻어주고 새 잔을 서빙해 주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생각됩니다.
리스트에서 가장 비싼 화이트 1, 레드 2를 시켜서 마셔보았는데, 동행이나 저나 동일한 의견이었습니다. '맛 없어--'
갑자기 합리적으로 생각되었던 $5 가격이 '무지막지한 폭리'로 느껴집니다. 위 사진은 마지막에 마셨던 '서버가 자랑스럽게 추천해준' 와인이었는데 역시나 더군요. 하긴 한국에서도 베린저는 저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와인이었는데 현지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와인맛만을 따지고 본다면 실망스러원 탐방이었지만, 잘 꾸며진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은 역시 즐거운 경험임에 틀림없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짧은 코스를 택해서 간단하게 둘러본 게 좀 아쉽긴 하네요. 베린저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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