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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 있는 피에르 마르콜리니 샵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히데미 스기노가 1991년 파티셰 월드컵(Coupe du Monde de la Patisserie) 우승자라고 했었죠?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1995년 우승자였습니다. 우승 후, 프랑스 리용에 자신의 첫 가게를 오픈했는데 거기서 운명처럼 멘토로 삼은 파티셰가 당대 최고의 쇼콜라티에로 꼽히던 베르나숑(Bernachon, 베흐나숑 발음에 가깝다고 함)이었습니다. 베르나숑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여러 곳의 산지에서 카카오 빈을 들여와서 쇼콜라를 만드는 오늘날 빈투바(Bean To Bar) 1세대에 해당하는 장인이었죠.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새로운 카카오의 세상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어떻게 쇼콜라에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을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Bean To Bar를 실현하기는 훨씬 더 어려웠겠죠. 정보도 부족하고, 산지의 농민들에게 접근하기도 어려웠을겁니다. 하지만 마르콜리니는 발로나의 카카오 버터를 사서 초콜렛을 만들면 결국 어떻게 만들어도 발로나의 초콜렛이 되어 버리고 만다고 생각했고, 결국 자신이 직접 각지의 카카오 산지를 탐험하고 빈을 거래하기 시작합니다. 


원피스. 1화의 한장면. 


이런 변화는 마르콜리니 혼자 시도한게 아니죠. 커피업계에서 산지에서 커피를 직접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던 것처럼, 빈투바 역시 마르콜리니뿐만 아니라, 1990년 대 유럽과 미국 각지의 쇼콜라띠에들에 의해 시도되었습니다. 아예, 기후가 적합한 지역에 자리잡고 농장과 직접 거래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죠.


대해적 시대 아니, 대 빈투바의 시대를 맞이하였다....라고 하면 좋겠지만, 뭐 현실은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업계에서 나오는 홍보 기사를 너무 믿으시면 안되거든요. 



빈투바를 표방하는 샵이 세계 각지에 480개가 넘는다고 FCCI (Fine Cacao and Chocolate Institute, 링크)는 추정하지만 이 빈투바 샵이 최상위의 원두만 사용할 능력이 될까요? 우선 초콜렛 시장 중에 빈투바 급의 비율은 전체 유통되는 카카오 430만톤 (2015년 기준), 중에 고작 0.27%인 12,000톤. 그리고 이 최고급 카카오빈의 주요 구매자는 빈투바 업체들이 아니라 Amedei Tuscany, Valrhona, Domori, Barry 같은 대형 업체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빈투바 샵은, 


1) 위의 대형 유통업체의 초콜릿을 사서 쓰면서, 직접 거래하는 척, 홍보비디오를 많이 찍는다.

2) 품질이 좀 떨어지는 것을 구입해서 쓰면서 최상급 원두만을 거래하는 듯한 이미지 뒤에 숨는다. 

3) 특정 지역의 농장은 직접 거래하고, 그외 지역은 대형 유통업체 초콜릿을 사서 쓴다. 

4) 아예 특정 지역의 농장의 싱글빈만으로 승부한다. 


와 같이 행태를 보입니다. 우선 피에르 마르콜리니부터가 세계 각지 카카오 농장을 다니면서 직접 빈을 거래하고 이런 홍보 비디오도 많이 찍고, 책도 썼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그가 만드는 쇼콜라의 상당 부분은 스위스에 Barry Callebaut로부터 구입합니다. (Forbes, 2005년. 링크) 마다카스카르와 베네수엘라, 에쿠아도르 일부 농장의 경우는 직접 거래하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농장이 유명해지면 바로 대형업체가 찾아와 더 높은 가격을 부르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만드는 걸 그대로 사오는 건 아니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발효나 가공에서 많이 의견을 반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 어쨌든 Bean To Bar의 개념과는 많이 떨어진 행태죠. 


따라서 소비자로서는 오오! 장인의 초콜렛이라고 그 배경 스토리까지 읊어댈 필요는 전혀 없고, 그냥 먹어봐서 맛있으면 '좋구나!' 하면 됩니다. 국제규모급 원료 유통시장은 수작업 기반으로 동작하는 게 아니라 엄연한 비지니스니까요. 참고로 일부 빈투바가 발로나보다 못한 이유는? 그냥 카카오 품질이 거지 같아서 그렇습니다. 수제 어쩌고 하는 소리에 너무 감동해서 품질까지 높이 평가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긴자에 위치한 피에르 마르콜리니 샵 입구입니다. 4층 빌딩 전체를 임대해서 쓰고 있는데 1층은 판매, 2,3층은 먹고 갈 수 있는 카페입니다. 워낙 좁은 빌딩이라 엘레베이터는 없고,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합니다. 


많은 다른 디저트 샵과 마찬가지로, 피에르 마르콜리니도 합작회사 형태로 일본에 진출합니다. 그래서 설립된 회사가 'The Cream of the Crop & Co Company'인데 이 거래는 양쪽 다 윈윈이었죠. 일본인 파트너는 피에르 마리콜리니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식 브랜드 산업에 진출했고,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일본에서 수익을 기반으로 유럽쪽 비지니스를 더 키울 수 있었거든요. 피에르 에르메처럼 일본에서 번 돈으로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키우고 미국으로 확장하는 모델인거죠. 


국도 빨리 고급 디저트 시장이 좀 더 커져야 다양한 제품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 파티셰가 일본, 중국은 진출하면서 한국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다하루 아오키는 대만에는 샵을 열고, 한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피에르 에르메는 진출했다가 철수했고, 위고의 경우는 품질관리도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디저트 업계에서 '코리아 패싱'은 이미 현실입니다. 


밖에서 본 2,3층의 풍경.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뭔가 감옥같은 느낌도 듭니다. 좁아서 그럴지도. 4층도 있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네요. 


샵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득그득 쌓여있는 상품들. 초콜렛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일 듯.


뜬금없지만 이런 고급 매장에서 일을하게 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이 회사의 구직 공고를 보면 점장의 경우 400~550만엔 사이를 받는다고 하네요. GDP가 한국보다 1만달러 정도 높은 일본이기에 서비스 직군도 제법 월급을 받는군요. 하지만 이직률도 높은 듯 하고, 일본이나 한국이나 서비스 업종은 오너샵이 아니라면 평생직장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과자류는 긴자 쪽 디저트 샵에서는 개당 300엔 언저리가 평균가인 듯 합니다. 여기는 세금포함 9개에 3,240엔이니 쪼~~~오끔 더 비싼 편이겠네요. 언제 피낭시에, 마들렌, 다쿠아즈류 쪽도 여러 명점들을 둘러보며 비교 시식해보고 싶군요. 


도쿄 디저트는 '싼건지 비싼건지' 애매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유명한 디저트샵에 가보면 일반적인 케이크류 같은 것은 확실히 한국보다 쌉니다. 도쿄에서 케이크를 먹고 나서 한국에서는 아예 케이크를 못먹고 있으니까요. 가성비폭망 하지만 '일본 디저트 = 한국보다 싸다.'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게, 디저트 시장이 크고, 상품의 다양성이 엄청납니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생각하기도 힘들게 비싼 상품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뉴 오타니 호텔 파티셰리 사츠키의 경우, 엑스트라 수퍼 시리즈라는 케이크를 파는데, 예를 들면 멜론 케이크는 시즈오카 현의 최고급 멜론을 사용했고 '조각케이크' 하나에 세금포함 4만원 정도 합니다. 홀케이크가 아니고 조각이요! 먹으러 가려고 했다 스케줄이 안맞아 먹지 못함

 

피에르 마르콜리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적인 가격의 상품도 있지만 비싼 것들도 있습니다. 위의 다쿠아즈나 쿠키류가 대중적인 상품이고, 쇼콜라 쪽으로 파보면 장난 아니게 비싼 녀석들이 많습니다. 


보기만해도 발렌타인데이에 인기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크리스마스에도, 발렌타인데이에도, 화이트데이에도 잘 팔리는 효자상품이라고 합니다. 


예쁘죠? 봉봉과 섞여서 베네주엘라, 마다카스카르산이라고 표기된 초콜렛도 있습니다. 


먹어보고 싶던 카카오 파운드(?). 


여러가지 초콜릿들이 있는데 이런 초콜렛 상품들은 특별히 원료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효자 상품이죠. 피에르 마르콜리니에서 꼭 먹어야 하는 쇼콜라는 이런 게 아니라, 제 의견으로는, 바로 이 두 제품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피에르 마르콜리니 쇼콜라의 정수입니다. 왼쪽이 Palets fins. 판형 쇼콜라의 정점, 끝판왕이라는 의미죠. 얇은 초콜렛이라는 의미랍니다. 유럽 온라인 샵에서는 9 유로 (1300원 기준, 12000원 정도)에 팔고 있는데 아시아 쪽으로 오면 그 두배로 가격이 뜁니다. 역시 독점유통은 나쁘다는. 


오른쪽은 SAVEURS DU MONDE. 역시 이름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맛, 풍미의 종말, 정점. 역시 쇼콜라 끝판왕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히데미 스기노도 그렇고 마르콜리니도 이름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이 만만치 않네요. 파티셰 월드컵에서 우승한 사람들은 다 저런가봅니다. 다양한 산지의 카카오로 만든 초콜렛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 않죠? 유럽가격보다야 비싸지만 그래도 9개에 2,528엔이면 괜찮은 가격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아래 희미하지만 설명문을 읽어보세요. 개당 두께가 4mm 입니다. 일반적인 생 초콜렛이나 봉봉으로 파는 것의 1/3이 조금 넘을락 말락한 두께, 무게입니다. 즉 비슷한 무게단위로 비교하면, 저 쇼콜라 시리즈는 6~7만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둘 중 뭘 구매할까 하다 저는 왼쪽, Palets fins를 구매했습니다. 


구매했으니 먹으러 카페로 올라가야죠. 계단은 좁지만 아주 가파른 정도는 아닙니다. 


3층으로 올라가니 맘에 드는 창가자리를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화하기도 편하고 주변에 다른 테이블이 없어 짐 놔두기도 편한 자리죠.  


옮겨간 자리에서 바라본 3층 카페안. 좁습니다. 의자도 뭔가 작고 


헤이즐넛 에끌레어


원래 목표로 잡고온 케이크가 따로 있었는데 sold-out 되었다고 해서, 마지막 남아있는 에끌레어 두 개를 모두 쓸어담았습니다. 이때가 오후 4시쯤이었으니 이거라도 남아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일입니다. 


에끌레어 쇼콜라. 


목표로 했던 케이크를 못고른 실망감 때문이었을지... 에끌레어는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물론 맛있는 에끌레어긴 한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디저트 품목은 아니거든요. 남은게 이거밖에 없으니 구매했을 뿐입니다. 


차와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커피와 차를 세트로 주문할 수 있더라구요. 싸지는 않습니다. 세트 당 15,000원 ~ 16,000원. 


그런데 정말 주문 확인할 때 '홋또 고히?'라고 확인하더군요. hot coffee를 저렇게 발음할 줄이야! 젊은 사람들 중에는 영어 잘하는 사람도 많으니 옛날처럼 발음에 익숙하지 않아 이상하게 발음한다기보다, 커피를 받아들인 역사가 오래되어 일종의 관용어가 되버린 듯 싶습니다. 


일본홍차, 특히나 디저트 전문점에서 먹는 홍차는 계속 저를 실망시키더군요. 요시나가 후미의 '앤티크(서양골동과자점)'에서 홍차가 떫은 맛이 하나도 안난다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일본 업체들은 '떫은 맛을 다 뺀것'을 홍차맛의 표준처럼 여기나 봅니다. 밀크티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알겠네요. 일본 술의 경우는 '깨끗한 맛' 강하지 않은 맛을 표준으로 하는 것과 비슷한 걸까요? 술을 마시지 않으니 그건 알 도리가 없고. 


적어도 저는 케이크나 쇼콜라와 함께 홍차를 먹을 때는 어느 정도 탄닌 성분이 있는 걸 좋아합니다. 자신의 케이크와 어울리는 진하기와 탄닌을 맞춰 주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제가 맛본 일본의 홍차들은 그냥 첫물을 길게 잡아서 탄닌 성분을 최대한 우려낸 후 버리고, 두번째 차를 내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차가 뭐가 매력이 있어서 먹겠어요? 


그리하여 구매한 끝판왕(Fins) 초콜렛. 아주 얇은 초콜렛.



솔직히 설명을 제대로 읽고 산게 아니고 박스도 일반 사이즈여서, 이 초콜렛이 이렇게 얇을지(4mm) 이렇게 뚜껑을 열 때까지만해도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4mm인걸까요? 재료를 절약하고 비싸게 팔아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그렇게 진실을 말하면 장사가 안되죠. 일본에서는 이 4mm의 두께를 아래 캡쳐 사진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입으로 먹을 때 아름답게 보이는 두께! 라네요. 닭쳐라


그야말로 창렬의 끝판왕 격이랄까. 두께는 4mm. 그 아래는 초콜렛이 뭉게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플라스틱이지 뭐겠습니까? 순간 욕이 나옵니다. 


하지만, 분노한 저는 맛을 보고나서 순한 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먹어본 쇼콜라 가운데 Top을 다툴만한 맛이었거든요. 맛있으면 다인거죠. 세상은. 얇은 가나슈 안에 다양한 맛이 숨어있는데 하나하나가 개성적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솔직히, 1.2cm 두께로 만들어주고 값을 세배로 해주면 좋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전 어차피 먹을 때 아름답게 보일 필요도 없고, 보일 수도 없으니까요. 


다음 번에는 좀 더 일찍가서 목표로 한 디저트들을 맛보고 싶네요.

댓글
  • 프로필사진 블루스쇼콜라 피에르 마르코리니, Jean Paul Hevin등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아서 비지니스의 기회가 많지가 않고, 로이즈처럼 저렴하게 팔지 않는 이상은 소위 럭셔리 초콜릿의 경우에는 비지니스 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나 초콜릿처럼 5~6천원주고 바 초콜릿을 사먹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1만5천원씩 하는 바 초콜릿이 많이 팔리지도 않고.. 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쉬와 클래식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맛은 제가 먹어본 JEAN PAUL HEVIN, Pierre Marcolini, Masion du Chocolat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더라구요. 한국수제 초콜릿과는 Grade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케익, 피낭시에등 더욱 어마어마한게 있으나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피에르 마르콜리니와 몇년전에 같이 일하면서 직접 공방에서 만들어서 먹어봤었는데... ^^ 그립네요 그맛들이..) 2018.07.24 14:33 신고
  • 프로필사진 누리숲 palets fins의 fins 은 '끝/종말'이 아니라 '얇다' 혹은 '섬세하다'는 형용사입니다...제품의 두께를 봐도 알수있듯이요. saveur du monde 는 상품의 다국적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뿐이구요. 이 모든 이름은 쇼콜라티에로서의 쩌는 자부심보다는, 불어권에서 클리셰처럼 쓰이는 작명법일 뿐이랍니다. 프랑스 흔한 수퍼마켓에 수입식품코너(심지어 고급현도 아님)를 가봐도 saveur du monde라고 적어놓은 거 흔하게 볼수있습니다. 2018.11.05 00:04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eyeofboy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에 추가해 두었어요. 2018.11.05 16: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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