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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면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람된 도리! 우에노 도쿄도 미술관에서 열리는 고흐전은 이번 일본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전시입니다. 고흐 싫어하시는 분 있나요? 그림이 비싸니까 좋죠
츠키지에서 긴자선을 타고, 우에노 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번 국립 서양미술관에 왔을 때에 이어 두번째 우에노 역 방문입니다. 건물 위에 팬더 그림이 붙어있죠? 이 동네는 팬더로 먹고 사는지 우에노 동물원에 있는 팬더를 상품화해서 여기저기 팔아먹고 있더라구요. 부근에 다리에 이름을 팬더다리로 지을 정도니까.
동물원 분위기 가득한 이 가게는? 롯데리아 우에노 공원 점입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잘 꾸며 놨군요. 헬조선차별
심지어 매장안에 아이들 놀이방도 이렇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뭐 이건 한국도 하고 있는거려나요? 롯데리아를 가봤어야 알죠.
도쿄도 미술관은 이전에 방문한 국립서양미술관보다 좀 더 공원 안쪽에 있습니다.
뭔가 공원 공터를 활용한 지방 특산물 장터를 하는 모양인데, 미술관 볼 시간도 빠듯해서 그냥 지나쳐야 했네요.
공원 내에도 스타벅스가 위치해있습니다. 파워가 엄청난 브랜드로군요.
날이 더 따뜻해져서 꽃이 피고 새순이 돋으면 참 보기 좋을 듯한 공간입니다.
옛날 공원이라 그런가, 화장실이 구조가 우리나라 옛날과 똑같네요. 한국은 거의 없어졌는데 이곳은 남아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화장실이 앞뒤로 뚫려 있습니다. 맞은 편까지 지나가면서 훤히 보여서 전혀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아요. 들어가서 일을 보려다 기겁해서 다시 나왔습니다. 이 화장실은 그나마 문이 있는데 태반은 문도 없어요. 뭐 이런...
도착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관람을 시작합니다.
도쿄도 미술관은 1926년 석탄무역업을 하는 사업가 사토 케이타로가 기부한 100만엔 (지금으로는 한 100억?)을 기초로 설립된 일본 최초 공립미술관이라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토 케이타로 기념 라운지'가 있어서 관람하다 휴식을 취하거나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1900년대 초기에는 석유보다는 석탄이 더 많이 쓰였으니 일본의 록펠러쯤 되는 사람이었나봅니다.
아쉽게도, 고흐전은 사진이 허용되지 않네요. 좋은 그림이 무척 많았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 우에노 공원에 있는 미술관에서 하는 특별 전시회는 전부 '일본 문화가 유럽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하고 있더군요. 당시 일본의 독특한 우키요에나 장식, 도자기는 유럽에서 고상한 문화예술로 인정 받았고 미술 관련 잡지에 자주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고흐도 일본 그림을 좋아하여, 형인 테오와 함께 400점이 넘는 일본 판화를 수집하고 일부는 모사한 작품들도 남아있습니다. 이 포스터의 그림이 모사작품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네요.
그래서 전시회 자체도 우키요에와 그 영향을 받은 고흐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뭐 고흐 그림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죠. 이름있는 우키요에도 몇점 봤으니 덤이구요.
반 고흐, 일본 게이샤 오이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박물관 소장
위 작품은, 고흐가 "파리 일뤼스트레(Paris Illustré)"의 표지 그림을 모사해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원본과는 다르게 녹색, 노란색 등 고흐다운 색상이 강렬하게 표현한 게 눈에 띕니다. 원본에는 없는 개구리, 학 등을 그렸는데 프랑스어로 학(gure)이나, 개구리는 통속적으로 당시 프랑스에서 매춘부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뭐 굳이 그림을 베끼면 됬지 없는 매춘부 특성까지 추가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오이란이 주역으로 더욱 더 강렬하게 표현되는 맛은 있기는 합니다. 솔직히, 고흐가 일본 미술을 제대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색감이나 인기있는 풍속화를 보고 자기 입맛에 맛게 변형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지만요. 이 그림의 원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여인같죠? 오이란 자체가 일본 유곽의 고급 기생을 의미하는 말이고, 비녀를 많이 끼는 코토지 칸자시(琴柱 簪) 장식에 기모노에 오비를 매지 않아서 갸날픈 어깨를 다 가리지 못하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이란은 영업(?)을 위해 보통과는 많이 다른 기모노를 입었는데, 소매나 치마자락이 굉장히 길었지만 (손님이 주는 선물을 숨기는 용?) 어깨나 가슴은 잘 흘러내리도록(?) 당시로서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고 하네요. 고흐 그림은 여기에 비하면 뭔가 기골 장대한 서양인이 여장한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하룻밤을 보낸 남자를 단칼에 목을 치려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없지만 수십점의 고흐 그림을 감상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미술관 풍경이 참 이쁘네요.
도쿄 서양미술관이 르 코크뷔지에의 설계라면, 도쿄도미술관은 그의 제자인 마에카와 쿠니오가 설계한 건물입니다. 한 공원안에 스승과 제자의 건물이 동시에 있다는 건 일본 건축학계의 강한 인맥을 보여주는 걸까요? 이전에 있던 - 사토 케이타로의 기부를 통해 1926년 만들어진 - 건물을 새로 개축한 리모델링 건물입니다.
구 도쿄도미술관 건물은 대영박물관과 비슷한 커다란 기둥이 서있는 위압적인 건물이라고 한다면, 마에카와 쿠니오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아기자기한 느낌입니다. 아직 대형 유리창만으로 벽을 만들 기술은 없었는지 그 구조는 시도 못했지만 미술관에 채광을 강조하여 (전시실로 통하는 창문은 아니지만) 커다란 유리창을 미술관 여기저기에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조명이 켜지니 뭔가 분위기가 있어 보여요.
벽의 색과 커다란 창으로 마치 색색의 조명을 달아둔 듯한 효과를 줍니다.
녹색벽, 홍색 벽... 그리고 달. 이쁩니다.
예쁜 미술관을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롯퐁기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내일은 집에가야하니 이날 일정을 제법 빡빡하게 짰었거든요. 저녁식사 예약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모리 미술관을 보러 롯퐁기힐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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