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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나다와 세비야 (Sevilla) 이야기를 먼저 해야하지만, 그랬다간 이 부분을 언제 쓰게 될지 몰라서 먼저 쓰기로 합니다.

하부고를 방문하기로 했던 건 90%는 맛의 달인 때문이었을 겁니다. 맛의 달인 83권에 보면 하부고를 방문해서 하몽 이베리코를 만드는 돼지고기의 항정살(상강육이라고 되어 있지요.)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하몽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주면 틀림없이 먹지만^^) 그 하몽을 만드는 최고의 돼지고기는 궁금하더군요.


맛의 달인. 위의 배경 그림은 김태희가 나온 광고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입니다.

뭘 타고 갈 것인가?

그래서 세비야를 온 김에 하부고에 가려고 결심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악전고투'했다고 해야하나요? 일단 자료가 없었습니다. 국내 어디에서도 하부고를 다녀온 사람이 공개적으로 글 쓴 것을 보지 못했고, 영어권에서도 자료가 빈약했습니다. 교통편도 호텔정보도 얻을 수 없어서 어떻게가야 할지 막막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비야에서는 어느 정도 정보를 모을 수 있었고, 세비야에서 하부고에 가는 방법 3가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정보입니다.

1) 렌트카 이용 (비싸고 길도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야 해서 다들 권하지 않더군요.)

2) 기차 (세비야에서 하부고까지 직행은 없고 우엘바에 가면 하루에 3회 기차가 오고갑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하부고에는 기차역이 없고 그 주변의 도시인 El Repilado에 Jabugo-Galaroza 역이 있습니다. 거기서 다시 마을의 콜택시를 불러서 한참 달려야 합니다. 구글지도로 찾아보니 거리는 대략 5.7km로 나오네요. 아래 위성 사진을 참고하세요. 그야말로 녹색 산만 있는 황무지입니다. 가장 왼쪽이 El Repilado. 거기서 뻗어나오는 파란선의 종점이 하부고(Jabugo)입니다.


renfe.com에서 검색해도 이 라인의 시간표는 나오지 않습니다. (jabugo-Galaroza역 자체를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역이 없는 건 아닙니다. http://www.getspain-spain.com/renfe_map_andalucia.html 페이지에 가보면 안달루시아 Renfe의 기차 경로에는 분명히 이 역이 있습니다. 우엘바(Huelva)에서 자프라(Zafra) 사이를 운행하는 기차로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하루에 3회 운행합니다. 하지만 세비야에서 우엘바로 다시 가야하기 때문에 이 방법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공짜기 때문에 우엘바 구경도 해볼까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세비야 역에서 구한 기차 시간표입니다. 하루 3회 기차가 다닙니다. 여름과 겨울에는 시간표가 달라지니 주의하시길. 겨울에는 운행을 중단한 예도 있습니다.


3) 가장 쉽고 제가 택한 방법은 버스를 타는 겁니다. 세비야 터미널에서 하루 2회 하부고에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대략 109km 정도 되는데 산길이고 구불구불해서 시간은  걸립니다. 중간중간에 정차역도 있기 때문에 2시간이 좀 넘어 걸리더군요.

교통수단을 찾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뭘 얼만큼 보고 돌아와야 할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일단 버스를 타고 갔으니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고 하면, (세비야로 돌아오는 버스도 하루 2회있습니다. 막차가 저녁 6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전 버스를 타고 가면 오후에 세빌랴로 돌아오는 버스를 탈 때까지 대략 6시간의 여유인데, 그 동안 공장 견학과 농장 견학을 다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무 농장이나, 공장에 들어가서 견학하고 싶소! 할 수 밖에 없는데 거절 당할 수도 있고 그걸 6시간 내에 마칠 수 있을지 모르는 게 문제지요. 참고할 여행 스케줄이 없는게 이렇게 힘들다니! 새삼 여행가이드북을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 감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부고에서 호텔을 하나 찍어놓고 만일에 대비할 생각을 했는데, 하부고 주변에는 호텔이 전혀 없었습니다.-_-;;; 지금도 구글지도에서 Jabugo hostal (hotel의 스페인어)로 검색하면 아무것도 뜨지 않습니다. 그럴 밖에... 정말 스페인에서는 오지중의 오지거든요. 여행하러 여기 가는 사람은 당연히 없고, 하몽 때문에 가는 사람은 이 동네 관계자 집이나 회사에서 묵을테니 말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hotel로 검색하면 Finca La Silladilla라는 민박집이 뜹니다. 경치도 괜찮은 데 집을 통째로 빌리는 방식이라 돈이 좀 드는 모양이에요. http://www.secretplaces.com/sp/1/hotels/Finca_La_Silladilla.asp

어쨌든 당시에는 겨우겨우 검색해서 찾은 곳이 Jabugo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Galaroza에 Hotel이 있다는 정보 였습니다. (검색은 Hostal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Galaroza로 가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 정보를 수집해서 참 대견해 했는데 실제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여행자수표 때문에 곤욕을 치루다.
스페인 시골 여행에서 신용카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금박치기인 경우가 많지요. 따라서 Jabugo를 가기 전날 아침 든든히 여행자수표를 현금을 바꾸어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유스호스텔을 나서자마자 큰 곤경을 당하게 됩니다. 현금을 찾으려고 하니 은행이 시스템 다운으로-_-;; 오늘은 현금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거에요. 아악!!! 돈도 없이 신용카드만 믿고 무식하게 떠날수도 없으니, 은행관계자에게 부탁해서 돈을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추천받고 세빌랴 시내를 헤매었으나, 1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길을 잘 몰라서-_-) 은행에서는 말입니다.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더 이상 그 업무를 하지 않아요.라고 하더군요. 날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돈 바꾸고 바로 버스타려고 여행 캐리어에 배낭을 맨 그 자태로-_- 스페인의 올록볼록 엠보싱한 보도 블록을 한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다 보면, 인간의 인내심이 참으로 빈약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리뛰고 저리 뛰어서 돈을 바꾼 시간은 무려 오후 1시. 오전 버스는 이미 떠나고 이제 오후 버스가 남아있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세비야에서 하루 더 머물기도 그렇고, 하부고로 가면 숙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시골에 빈방이 없을리 없지만 주인이 여행갔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돈 바꾸면서 하도 황당한 경험을 했더니.

그래도 역시 친절한 스페인 경찰
저를 살려준 건 무선 인터넷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경찰이었죠. 일단 세비야 터미널로 간 저는, 터미널에 무료 무선 인터넷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그야말로 구명줄이었던 거죠. 경찰관을 하나 잡아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스페인 경찰. 버스 터미널에는 조그만 경찰 사무실이 하나씩 있고 2~3명이 상주합니다]


"나 하몽 너무 좋아해서 하부고 가고 싶은데, 거기 호텔이 없단다."
"그래? 너 진짜 좋아하나보다. 그런데 내 알기로도 거기 호텔 없다."
"옆 마을인 Galaroza에 보니까 호텔이 있던데 너 여기 전화해서 빈 방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니?"
"물론이다. 잠깐 이리 와봐라!"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저와, 영어를 전혀 모르는 그녀와의 대화는 구글 번역기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구글에게 잠시 감사를! 이 번역기는 하부고에 가서도 유용하게 써먹었답니다.


사무실로 데려가서 전화를 해보고 (스페인 사람 친절해요.) 알려주더군요. 빈방 많으니 안심하고 오랍니다. 그만 기운이 빠져서... 터미널에서 버스 출발할 때 까지 주저 앉아 있었고 마침내 버스를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하... 출발까지 힘들었네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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