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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말씀드렸듯, 제가 가는 곳은 하부고 (Jabugo)가 아니라 갈라로짜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하부고에서 하루를 묵어야 하는 처지여서, 호텔을 찾을 수 없는 하부고로 바로 가기 보다는 갈라로짜로 가서 숙소를 잡고 움직이자는 심산이었죠. 다음 이야기에 나오게 되지만, 이게 오히려 대단한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비야 버스 터미널입니다. 내부에 무료 무선인터넷이 있으니 가시는 분은 부디 잊지말고 요긴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보세요. 구름한 점 없는 40도의 무더위 폭염이 계속되는 스페인 남부 날씨입니다. 이런 날 짐을 다지고 중무장한채 2~3시간을 돌아다녔으니 그야말로 몸은 천근만근. 그래도 무사히 하부고를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 불안감도 컷지만) 마음은 두근 거렸습니다.


버스에서 본 풍경입니다. Torre de triana, 트리아나 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 건물은 프란시스코 하비에르라는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세비야 안달루시아의 행정건물입니다. 즉, 안달루시아 지역의 지방 정부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으로 치면 도청쯤 될까요? 그렇다 치곤 상당히 특이한 건물인데, 제법 비용이 들었을 것 같네요. 사실 인구 72만의 세비야와 안달루시아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큰 게 아닐까 합니다.

스페인 정부가 지금 빛더미 위에 올라앉았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아마도 지방마다 저런 건물을 마구 지어댔고, (1993년에 지은 것이니 지금 정부로서는 억울하다 할지도...) 각종 토건 사업을 일으킨 게 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퇴근하다 몇 번 본 성남시청이 생각납니다. 한국 지방 정부도 서서히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죠. 끔찍합니다.


도시를 나오자마자,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사는 난민촌이 있습니다. 불법으로 아프리카에서 넘어와 품팔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주변은 고압선! 건강에 좋을리라곤 없는 지역입니다. 빈부격차는 정말 세계적인 문제로군요.
 


멀리 보이는 화려한 행정건물과 슬레이트 판자집이 대조를 이룹니다. 안타까운 풍경이네요. 
 


뭔가 있어보이는 건물. 버스 타고 지나가는 처지라 무슨 건물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세비야 시내를 빠져나오면 주변은 급격히 인구밀도가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산에 하나, 둘 코르크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하몽을 만들기 위한 돼지 농장이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코르크 나무들은 보통은 작은 돌을 쌓아 만든 울타리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돼지는 한 마리도 없네요. 하부고에 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계절에는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직행 버스가 아니라서, 중간 마을에서 쉬어갑니다. 제가 타고갔던 버스에요.^^ 듬직하네요.


주변에는 몇 백년전에 지어진 듯한 요새가 있습니다. 안달루시아 지역도 그라나다 못지않게 이슬람과 카톨릭 교도간의 전쟁이 치열했던 곳이죠. 대부분 건물들은 이슬람이 기반을 닦고, 카톨릭에서 수리한 것들이 많습니다. 저것도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함락하기 쉽지 않은 요새 같이 보입니다.


코르크나무가 하나 둘 늘어가더니, 점차 버스 좌우 길 전부가 코르크 나무로 덮여 버렸습니다. 하부고로 갈 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만, 뭐 그렇다고 산 하나가 다 코르크 나무인 광경은 적어도 버스 타고 가면서는 보기 쉽지 않습니다. 몇 종은 다른 수종이 섞여있더라고요.


갈라로짜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 전형적인 시골마을. 모든 집들은 법으로 정해진 마냥 하얗게 칠해져 있습니다.


가끔은 누렇게 변색된 건물도 있으니 농촌 건물은 하얗게 칠해야 한다는 법은 없나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얀색 건물 투성이입니다. 원래 찾았던 호텔은 Galaroza Sierra hotelgalaroza.com라는 호텔인데, 갈라로짜 마을을 나가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INN이어서 마을을 언제 빠져나가나! 하며 힘들게 가고 있습니다.


쌍동이 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길잃어 버리면 찾기 곤란할 듯. 게다가 더워서 사람은 다 실내에 있습니다.


도로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가운데 비가 흘러가도록 홈이 파여있고 차가 다니는 길은 몽창 우툴두툴한 자갈. 좌우로 보도 블럭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답게 창문마다 발코니가 있네요.


골목을 빠져나와서 원래 찾아놨던 호텔까지 (대략 1.5km 거리) 어떻게 가나 헤매고 있는데 하늘의 도우심인지 많이 보던 마크를 발견합니다. HS 마크. 스페인에서는 Hostal. 호텔을 의미합니다.

심봤다! Sierra는 잊어버리고 그대로 돌진합니다. 여기는 호스탈 Toribio라는 곳인데요 hostaltoribio.com‎ 값은 호스텔 수준이지만, 시설은 호텔 못지 않고 깨끗합니다. 시골의 그저 그런 호텔이 아니라는 이야기.


안에 들어가면, 스페인 건축물 답게 속이 텅 비어있는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주인집 아가씨가 웃으며 맞아줍니다. 얼핏 봐도 무지 고생한 걸 아는 듯. 하기야 이 동네온 동양인은 드물테니까요. 서로 컴퓨터를 키고 무선랜에 접속한 후 구글 통역기를 이용해서 대화를 나눕니다. 덕분에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이 아가씨가 하부고로 가는 택시도 예약해주고, 하몽 공장도 어디를 방문할지 알려주기로 합니다. 오늘은 공장이 문을 닫았으니 내일 가야 한답니다. 뭐 어차피 하루 묵을 예정이었으니까요. 역시 뜻이 있으면 통하는 거군요. 오전 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불안이 다 날아가 버립니다.


방으로 갑니다. 하룻밤에 30유로. 시골이지만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주인의 취향대로 호텔은 무척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고 채광 상태도 좋습니다.


2인용 방입니다.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방도 넓찍하고 좋습니다.


옷장도 따로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방이 고급스러워 보여요. 가정 집을 개조한 것 같습니다.


화장실로 깨끗합니다. 넓찍하고요. 타월도 충분히 있고 깨끗합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샤워할 공간만 있고 욕조가 없다는 것. 욕조가 있으면 여행이고 뭐고 따뜻한 물 펑펑 틀어놓고 몸을 뉘고 싶었는데 말이죠.


베란다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스페인의 시골 호텔에 와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죠.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인심좋은. 아직 Jabugo는 구경도 못하고 좀 떨어져 있는 Galaroza로 왔지만 저에겐 그게 오히려 행운이었습니다. 그 이야긴 바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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