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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면 항상 기운이 빠집니다. 조금 더 여행하고 싶지만 뭐 결국은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죠. 일을 못하면 여행도 못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다 떨쳐버리고 훌쩍 세계일주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전 못하거든요.
로스엔젤레스 공항. 항상 교통량이 많은 곳입니다.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참 많이 막히네요.
공항에 진입해서 저런 식으로 한바퀴를 돌아나오는 구조인데, 국제선을 타던말던 모두 국제선 터미널 앞을 지나가도록 도로가 만들어져 있으니 위 구글맵 캡쳐 사진의 위쪽 도로는 그야 말로 주차장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뭐 워낙 이용객이 많아서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인천공항 이용객이 얼마전 연 5000만을 돌파했다던데 LAX의 작년 이용객은 7,400만 입니다. 그야말로 미국 서부의 가장 큰 관문 공항이죠.
국제 터미널로 가기 전에 항공사에서 표를 받고, 큰 가방은 부칩니다. 그리고 홀가분한 몸으로 국제선 터미널을 구경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국내선은 넓기는 하지만 많이 허름한데....
국제 터미널, 정식 명칭은 Tom Bradley International Terminal은 완전 다른 공간입니다. 최근 현대 건물들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내부에는 기둥 하나 없이 높고 확 트인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국 국내선이 이용하는 다른 터미널이 오래되고 좀 허름하다면 국제선은 그야말로 초 현대적 시설을 자랑합니다. 탐 브래들리 국제 터미널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국제 터미널 오픈 당시 로스엔젤레스 시장 Tom Bradley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1984년에 브래들리 시장 재임시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을 맞아 이 국제선 전용 터미널이 처음으로 오픈했고, 그호 2007년 재설계에 들어가서 2013년에 공사끝에 새롭게 리노베이션 되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 공항중 하나로 꼽히는데 (PrivateFly라는 민간 회사의 투표라 공신력은 없음) 솔직히 아름답다라는 말은 잘 모르겠지만 가장 현대적이고, 기술적으로 멋진 공항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참고로 톰 브래들리 시장은 1973년 흑인으로는 최초로 로스엔젤레스 시장에 당선된 뒤 20년간 시장으로 재임했습니다. 92년 로스엔젤레스 흑인 폭동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임했지요. (흑인이 일으킨 폭동이 흑인 시장을 사임 시킨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겠지요) 공항이름에 대통령도 아닌 현직 시장의 이름을 붙인다는 게 미국 문화의 일면이라고 할까요? 기부자도 아니고 시장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게 한국 정서로서는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시원한 공간을 잘 찍어 보려고, 2층 어느 식당 발코니에 가서 사진을 더 찍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비해 면세점은 크지 않습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천이나 태국 공항, 즉 아시아 국가들의 공항 면세점에는 비할 게 못됩니다. 또, 매장 전체에서 쇼핑 공간과 먹거리 공간, 휴식공간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면세점이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에르메스, 버버리, 구찌 등이 모여있는 공간. 여기가 그나마 상업적인 분위기가 가장 세게 풍기는 지역인데... 손님이 별로 없네요.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별로 싸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몇몇 고급 브랜드가 없는 건 아닙니다. 불가리 매장. 사실 오른쪽에 보이는 탑 모양의 스크린을 찍으려는데 불가리에 촛점이 맞아버린 사진입니다.
2층에서도 한 장 더 찍어보았습니다. 공간이 굉장히 여유가 있고, 중간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게 장점입니다. 가게가 몰려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 쇼핑하기 위해서는 멀리 걸어가야 한다는 단점도 있겠네요.
의자가 참 편하게 생겼죠?
마이클 코어스, 엠포리오 아르마니, 그리고 로컬 브랜드들도 꽤 있어서 면세점이 대놓고 명품 브랜드로 도배된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 편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시아쪽 공항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쇼핑공간이 모여있지 않고 적절이 흩어져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뭐 술, 담배, 초콜렛, 기념품을 전문으로 파는 이런 가게가 없지는 않습니다. 나름 쇼핑도 하는 사람들도 있는 편이네요.
면세점 위층은 프라이빗 라운지. 또는 고급스런 식당 들입니다. 인천 공항에 비해 프라이빗 라운지가 굉장히 좋은 위치에서 넓게 펼처진 공항 전면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인천공항도 안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에 비하면 전망이 그렇게 멋지진 않죠. (그래봤자 공항 내부지만)
로스엔젤레스 국제선 공항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콘텐츠'였습니다. 이런 부분이 인천 공항과 대비되는 부분인데요 공항 여러곳에 커다랗고 예술스럽게(?) 배치된 모니터들이 로스엔젤레스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과, 이용자에게 필요한 항공편 정보(출발/도착) 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전자제품 상점 위로 있는 여러 개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나오는 비디오. 로스엔젤레스 발레단과 콜라보해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장면은 발레단원들이 누워서 시계 비슷한 모양을 춤으로 구성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로스엔젤레스에도 멋진 발레단이 있구나.' 라는 느낌도 주지만, 아! 여긴 헐리우드가 있지. 그래 여긴 영화, 미디어의 도시였구나! 라는 기억이 강하게 남더군요.
이번에는 로스 엔젤레스 주변 자연환경을 소개하는 비디오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로스 엔젤레스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영상작업은 Moment Factory라는 멀티미디어, 조명을 활용하여 컨셉을 전달하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고 들었는데요,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업체는 아니고 예상외로 캐나다에 있는 업체입니다. 잘 만들긴 했어요. (저야 잘 모르지만 이 바닥에서는 제법 먹어주는 회사라고 합니다.)
공항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비행기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단순히 텍스트만 나오는 게 아니라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는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건물을 함께 보여줍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드래곤'이 나오고요.
비행장 터미널안에 왜 길쭉한 스크린인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모양의 스크린이야 말로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하는 효과를 여기에서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스크린 효과를 보여준달까요?
유튜브에 누군가 비디오로 찍어서 올렸네요. 대략 3분짜리지만 공항에서 멍 때리고 볼만합니다.
로스엔젤레스 특유의 문화만 소개하는 건 아닙니다. LED스크린을 이용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독특한 무늬네... 장식이네 하는 정도로 보고 지나갈 뿐이지만요)
여담이지만 로스엔젤레스 시에서 국제공항을 새로 개편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음식 부문이었다고 합니다. 개성없는 체인점을 가져다 놓지 않고 로스엔젤레스의 유명한 가게를 설득해서 입점시켰다고 하죠. 덕분에 저도 어느 걸 먹을지 결국 선택하지 못해서, 피자 하나, 햄버거 하나를 먹었답니다. 그 외에도 상당히 개성있는 식당들을 제법 모아 두었더군요.
먼저 지나가다 본 The larder at tavern. 이름을 우리말로 하면 '여관의 음식 저장고' 정도 될까요? 태번(tavern)은 원래 선술집 정도의 비싸지 않은 여관, 펍 정도의 의미인데 1990년대 들어와서 미국에서 그레머시 태번 등 '태번'의 탈을 쓴 고급스런 음식점이 많이 생기면서 이제는 파인다이닝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고급스런 음식점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더 라더 앳 태번'만 해도 제임스 비어드 상(James Beard Award - 미국요리 분야에 주는 상) 씩이나 수상한 수잔느 고인(Suzanne Goin)이 2009년 로스엔젤레스에 개업한 식당입니다. 뭐 최근들어 평점은 그렇게 높지 않고 공항의 식당은 본점과는 달리 샌드위치나 간단한 요리를 조리해 파는 정도여서, 이 네임 밸류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요.
자! 공항에서 술타령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이렇게 잘 만들어 놓다니요? 칵테일을 한 잔 할 수 있는 멋진 바. 페트로시안(Petrossian). 헐리우드 쪽에 있는 상당히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공항에 분점을 냈네요. 본점은 캐비아 같은 비싼 재료를 전면에 내세우는 고급진 레스토랑이지만 여기는 위에 사진에서 보시듯 칵테일 바 입니다. 뭐 저 아래 어딘가에 위스키라도 굴러다닐 듯 한 분위기네요.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에서 퓨전 일식집으로 인기 있는 차야(Chaya)도 들어와 있습니다. 전문적인 요리를 하기보다는 샌드위치, 샐러드를 팔고 있는 듯 하네요.
멕시칸 음식점 보더 그릴(Border Grill). 두 여성 쉐프가 운영하는 가게로 로스엔젤레스와 라스베가스 각지에 지점이 있습니다. 원래 둘 다 프렌치 요리사들이었는데 요리하다가 멕시칸에 빠져서 전업한 후, 유명해진 케이스라고 해요. 특히나 수잔 페니거(Susan Feniger)는 유명 멕시칸 요리프로그램 투 핫 타말레(Too Hot Tamales)를 진행하면서 유명해져서 위 사진에서 보듯, 상당히 손님이 몰리고 있습니다. 뭐 저는 멕시칸 요리에 관심이 없어서 이 식당도 패스했습니다.
Sunset에 있는 인기 샌드위치 전문점 색 샌드위치(Sack Sandwiches)의 공항 분점입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샌드위치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뭐 저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보는 둥 마는 둥 지나갔습니다.
보테가 루이가 들어왔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디저트로는 바닐라 베이크샵이 들어왔습니다. 마다카스카르 바닐라 빈에 버터크림으로 만든 케이크가 주 메뉴라는데 여긴 그런 건 없고 컵케이크 위주네요. 보테가 루이의 컵케이크를 먹고 놀라긴 했지만 역시 별로 손이 가는 메뉴는 아니라 패스합니다.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비주얼이네요.
하지만 가장 붐비는 가게는 역시 스타벅스 커피입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스타벅스 말고도 커피파는 곳은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로 블루보틀 정도의 이름값은 없지만 제법 유명한 라밀(Lamill) 커피가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역시 관심없으니 패스!
목표로 하던 우마미 버거(Umami Burger)에 왔습니다. 일본식 이름이지만 그거와는 상관없는 버거를 팔고있고, 이 집을 로스엔젤레스 최고의 버거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기에 한 번 먹어보려고 왔는데, 공항에 마침 분점이 있었네요. 2009년 로스엔젤레스에 생긴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캘리포니아 전역에 지점이 계속 늘고 있고, 시카고, 뉴욕에도 진출했습니다. 곧 일본에도 지점이 생기는 모양이에요.
이 집의 대표메뉴라는 트러플 버거(Truffle Burger)를 주문했습니다. $13.95. 싸진 않아요.
이런 종이박스에 담아줍니다.
엉. 분명히 트러플로 시켰는데 이것들이 Manly Burger로 줬네요. 뭐지? 고민하다가 그냥 먹었습니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공항에서는 Manly Burger가 $14.95로 좀 더 비싸거든요.
재료들은 이렇습니다. 베이컨, 양파 튀김, 케찹, 머스터드. 전반적으로 소스가 많네요. 햄버거에는 체다치즈가 잘 녹아서 흐르고 있습니다. 패티는 미국치고는 작은 편입니다. 170그램이라니 조리하고 수분이 좀 날아가면 120~140그램 정도 되겠네요.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반할만한 햄버거는 아니었습니다. 이 햄버거의 경우에는 베이컨이 패티에 비해 더 맛있었다는 게 기억에 남아서요. 햄버거의 경우 패티와 치즈의 맛이 첫번째 인상에 남아야하는데 이 패티는 그냥 맛좋은 수준이었고 베이컨이 상당히 뛰어나서 그 맛이 가장 기억에 남아버리네요. 역시 제 취향이 아니어서 다음 번에는 트러플 버거나 함 먹어봐야겠습니다.
햄버거가 좀 작았기 때문에 하나 더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관심은 있었는데 가보지 못했던 800도씨 피자 (800 Degrees Pizza). 800도라고 하면 화씨일테고 섭씨로 바꾸면 427도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높지 않네요. 예를 들어 나폴리 피자의 경우는 485도 정도에서 굽는 걸 권장하고 있거든요. 뭐 어쨌든 공항에서 이렇게 화덕에서 장작으로 구운 피자를 먹을 수 있다면 기분 좋은 일이죠.
숙성해둔 밀가루로 도우를 반죽합니다. 주문하면 눈 앞에서 바로 해주는 게 장점일 수 있겠네요.
이런 식으로 토마토 소스도 바르고 재료를 올린 다음에 구워냅니다. 맛은 둘 째 치더라도 공항에서 이런 류의 피자를 먹을 수 있다니 생각도 못했습니다. 토핑은 미리 준비해 둔 재료를 그대로 올려줍니다. 뭐 피자도 역시 패스트푸드에 가까우니까요.
바로 구워줍니다. 인천 공항에서는 꿈도 못꾸는 스타일이네요.
피자가 나왔습니다. 도우의 상태는 썩 훌륭한 것은 아니더군요. 뭔가 잘 익은 - 못 익은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남겼습니다.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장소에서 눈 앞에서 구워주는 피자를 볼 때는 '우와~'했는데 맛은 평범한 수준이어서 아쉽네요. 그래도 공항에서 피자를 먹고 싶을 땐 주문할 만 하겠습니다.
역시 사람이 많은 건 잘 알려진 레스토랑이죠. 체인점 판다 익스프레스. 줄이 길기도 하군요. 가격도 적당하고 일단 잘 알려진 곳이니 그럴 듯 합니다.
푸드코트와 유사하게 이렇게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제법 편안한 자리들입니다. 널찍하기도 하구요.
배도 부르고 시간도 남아서 공항을 다시 어슬렁거리기로 합니다. 2층에는 무슨 식당이 있을까 올라가보니
약간 고급스러운 공간이 있습니다. 아직 영업을 시작안했나요? 어쨌든 사람은 별로 없군요. Mezzanine Dining은 별 뜻이 있는 건 아니고 2층에 있는 식당가 정도의 의미입니다. 유럽에 가면 엘레베이터에 LG, GF, MF라고 표기되어 있을 때가 있는데 MF가 2층 정도를 가리키는 말인거죠.
텍사스 쪽 공항에서도 자주보던 III Forks 스테이크 하우스. USDA 프라임급 소고기를 구워주는 식당인데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공항에서 스테이크를 잘라먹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해서요.
2층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본 터미널 전경
어린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가족이면 유용할지도 모르는 정보. 우마미 버거 쪽에는 한 쪽 벽에 이런 어린이용 공간도 있더군요.
제가 타는 게이트 쪽은 없었는데, 상당히 편해 보이는 의자들이 있는 공간도 있더군요. 소파도 큼직큼직하고... 창가에 있는 의자는 앉아보지는 못했는데 라믈러 라운지 체어(Ramler lounge chair)입니다. 의자를 감싸는 연두색(라임색) 천은 Greenguard 프로그램의 인증하에 생산된 친환경적인 천이라고 하네요. 보시다시피 다른 자리는 비어도 저 자리는 사람이 바글거려서 못 앉아 보았습니다.
멋진 공항이었고, 언제 다시 갈일이 있겠죠. 미국을 가는 한은 언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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