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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휴가를 탈탈 긁어모아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년 만인데 뉴욕시는 미국 경제 호황 덕분에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더군요. (비싼 도시가 되어가고 있더군요) 


호텔이 가까웠던 탓에 자주 다녔던 타임스퀘어. 볼 것도 없는데 계속 가게되는 곳입니다.


어디서든 공사현장을 볼 수 있더군요. 거의 완전고용시대인 미국의 부러운 현재의 결과일까요? 수요는 계속 늘고 건물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이라인 부근 새롭게 올라가는 고층건물 건설현장



1. 뉴욕의 미술관: MET, MOMA, 노이에 갤러리, 구겐하임, The Frick Collection, 브루클린 뮤지엄을 방문했습니다. 공연 보는 날 이외에는 거의 하루 하나꼴로 방문했네요.


MET, Heavenly Body. 중세 시대 유물들이 전시된 공간을 일부러 선택해서, 그 자리에서 현대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교황, 신부, 수녀, 천사들의 옷과 엑세서리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10년간 본 가장 인상적인 전시회의 하나였습니다. 


MOMA 건물의 중앙 공간과 통로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민감한 사람은 저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어지러운데 실제로 흔들림이 느껴져요.


브루클린 뮤지엄의 넓은 중정, 그림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매혹적인 공간입니다. 하지만 브루클린 뮤지엄을 또 가게 될 거 같지는 않네요.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클림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노이에 갤러리(Neue Gallerie), 도금시대의 화려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도 꼭 찾아볼만한 곳입니다. 사진 촬영이 안되어서 아쉽기는 했지만요. 도금시대의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든 The Frick Collection. 뉴욕에서 가장 우아한 박물관이라고 하면 여기를 꼽겠습니다.


구겐하임은 새로운 전시 준비중이어서 감흥이 덜했네요.


2. 스테이크 하우스는 Peter Luger만 갔습니다. 맛있긴 한데 이제 슬슬 미국식 스테이크 레스토랑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더 좋더군요. 다음번에 또 뉴욕에 갈 기회가 있다면 스테이크 하우스는 들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맛좋은 포트 하우스. 하지만 스테이크를 위주로 하는 레스토랑이 점차 싫증이 나네요.


3. 햄버거는 4곳을 계획했는데 1곳은 일정이 맞지 않아서 들리지 못했네요. The Spotted Pig, Gramercy Tavern, Burger Joint를 다녀왔습니다. 셋 다 맛있는 햄버거였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네요. 


오래전부터 먹고 싶었던 The Spotted Pig의 햄버거. 무척 좋았는데 번이 예상외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4. 피자는 3 곳을 들렸습니다. 브루클린의 전통 강자 Di Fara, 신흥강자라는 Roberta's, 그리고 석탄으로 굽는 피자와 비교해 보고 싶어서 Lombardi's에도 들렸습니다. 


Di Fara 피자의 마늘, 썬드라이드 토마토 피자. 훌륭하더군요. 


5. 디저트는 역시 도쿄의 압승입니다. 인상적인 곳은... 초콜렛샵 FINE & RAW 뿐이네요. 커피처럼 재료, 발효가 주요 공정을 차지하는 분야라면 미국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케이크 분야라면 프랑스나 일본을 미국인들이 따라가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인 것 같습니다. 


Lady M을 방문했을 때 '설마 그래도 본고장은 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기대가 너무 처참하게 깨져서, 두번 당하기는 싫어서 Dominique Ansel Bakery는 가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라 뒤레와 메종 카이저가 있는 도시 뉴욕. 하지만 Lady M같은 거지같은 샵도 번성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죠. 뭐 어디든 좋은 것과 나쁜 게 있기 마련이니.



브루클린의 초콜렛샵 FINE & RAW. 이집의 CACAO  + Coconut chunky가 들어간 초콜렛바는 이번 여행에 만난 최고의 디저트였습니다. 이외에도 도쿄에서 못간 Harbs가 뉴욕에도 지점이 있다길래 다녀왔고, 꼭 가보려고 했던 L.A. Burdick Chocolates를 못가본 건 정말 아쉽네요. 여기 생초콜렛은 절품이거든요. 


6. 도쿄 레스토랑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뉴욕에는 Del Posto와 Le Bernardin이 있습니다. 도쿄 레스토랑 경험이 풍부하신 분은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두 레스토랑을 넘을 이탈리안/프랑스 레스토랑이 일본에 있다고는 아직 믿기 어렵네요. 지인 예약제라는 황당한 시스템이 아닌 인터넷을 이용한 외국인에게도 합리적인 선착순 예약절차까지 고려하면 더욱 더 뉴욕 쪽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사실 지인예약제는 일본의 일부 초밥, 가이세키 중심이고 오마카세, 테이블올, 포켓 컨시어지 등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니 제외합니다. 


마지막 날 먹은 Del Posto의 Halibut, 10년 전 미국 남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생선요리만으로 미국 생선요리를 저평가했었는데 이번에는 깜짝 놀랄 수준의 생선요리를 다섯 접시나 먹었네요. 이 생선요리들이 지금까지 먹었던 생선요리 1-5위 입니다. 일본에서 많이 먹어보지 못했지만 감히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은 요리들이었습니다. 


Aquavit의 Herring(청어) 트리오. 숙성시킨 청어를 세가지 소스에 곁들여 먹는, 청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멋진 요리입니다.



7. Eataly, Whole Foods, Green Market을 둘러보면서 한국 레스토랑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재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은 비싸지만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퀄리티의 야채, 계란, 우유, 버터를 정말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내수시장이 크고, 땅이 넓으니 생산자들도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구요. 


첼시마켓의 허브, 향신료 가게. 다양성에 있어서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고 이런 재료를 배합해서 공급해주는 중간 공급자도 많습니다. 때문에 요리사들이 실험을 하는 것도 훨씬 쉽겠지요. 



첼시 마켓 굴집의 굴 주문표. 미국 내 다양한 양식굴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연산 바위굴, 서해안 일부 고급 양식굴, 양식굴 3가지 외에 옵션이 있나요? 바위굴은 사실 거의 찾기 힘든 메뉴고. 바다가 좁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ㅠㅠ

 

8. 미국에 가면 항상 다양한 지역 우유를 먹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 찾은 멋진 우유는 ITHAKA입니다. 

저지(Jersey)종 만으로 만드는데 보라색 소는 균질화 우유, 주황색 소는 균질화를 거치지 않은 우유입니다. 당연히 선택은 주황색. 뉴욕 최고의 우유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백미는 바로 요구르트. 실제로 좋은 요구르트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생산한다는 말이 홈페이지에 있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요구르트중에 최고!!!!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음식 둘 중 하나입니다. 



9. ABT 서희, 김기민 주연, 라 바야데르를 보았습니다. 아직도 김기민님의 점프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해밀턴은 외국인이 보기에는 너무 어렵고 입장료도 수백만원이나해서 (암표가 아님. 실제 가격) WICKED를 보았습니다. 오리지널보다 지금의 엘파바, 글린다의 연기가 훨씬 더 맘에 들더군요.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인사하는 서희, 김기민 커플.  


맨앞에서 둘 째 자리에서 본 WICKED. 영국에서 보았을 때는 좀 산만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두번 째 볼 때는 너무 좋았네요.


10. 센트럴파크 가까이 호텔이 있어서 아침에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빌딩과 숲의 어우러짐은 정말 멋지더군요.

센트럴 파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 물과 나무와 빌딩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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