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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맨해튼답지 않은 곳에 가장 맨해튼스러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


브루클린에서 가장 핫한 가게라는 로베르타스(Roberta's) 피자는 그런 곳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문래동 공장을 개조한 가게에 강남의 힙스터 소비자들이 줄지어 모여있달까요? 맨해튼 남부의 예술가들이 비싼 부동산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윌리엄스버그로 옮겼다가, 거기도 비싸지자 다시 이 지역(Bushwick)으로 옮겼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를 찾아 손님들이 모여들고 다시 거리가 활성화되는... 그리고 다시 임대료가 비싸지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그런 씁슬한 순환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허름한 창고같은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로베르타스는 문 입구에 붙은 지저분한 스티커, 잘그렸다고 할 수 없는 그래피티가 담벼락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흑인들이 많이 살던 커뮤니티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손님이든 직원이든 백인들 뿐이고 흑인들은 없어졌네요. 이 지역이 비싸지자 살 수 없어서 떠나버린 것이겠죠. 


로베르타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피자집이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덕분에 이날이 토요일이라 5시 정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고 주변을 좀 돌아보기로 합니다. 건물이 낙서(그래피티)로 참 지저분하기도 하네요.


아직도 미국은 게시판이 이런 동네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하는 걸까요?


주인허락 없이 밤새 몰래 그리는 걸까요? 가까이서 보면 지저분하지만 좀 떨어져서 보면 멋진 새의 모습의 그래피티. 자신의 빌딩 그래피티를 함부로 지웠다가 예술가들에게 수십억을 물어준 건물주 이야기를 저번에 했었죠? 자주 충돌이 일어나기때문에 뉴욕시에서는 주인이 직접 지우기보다는 시에 신고하고 지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 합니다. [링크]


로베르타스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브루클린의 떠오르는 초콜렛샵 FINE & RAW가 있습니다. 케이크나 섬세한 디저트류는 미국이 일본, 프랑스를 따라가긴 깜이 안되지만 커피나 초콜렛같이 '원료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에쿠아도르에서 들여온 카카오 빈이 가게 입구에 놓여져 있네요. 빈투바(Bean to Bar)를 지향하는 가게인거죠.


매장의 반 이상은 초콜렛 팩토리, 즉 가공공장으로 사용합니다. 


여러 개 제품을 시식할 수 있었는데요, 


이게 미국스러운 '힙'함인가요? 뭐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는군요. 이런 취향을 가진 주인이 만드는 초콜렛이라니 좀 불안해지만, 이상한 재료를 덧붙이지 않았으니 용서해주기로 합니다. 물론 강아지, 고양이 모양의 초콜렛이나 아라비아 숫자 모양의 초컬렛, 딸기에 초컬렛 입힌 것, 레인보우 어쩌고 하면서 색색의 재료를 쓴 게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겠지만요. 


흠... 생초컬렛은 없고 가장 유사한게 카카오를 입힌 트러플 초콜렛이었는데 LA Burdick에는 미치지 못하는군요. 


여러 개 시음을 해보고 선택한 초콜렛은 카카오, 코코넛 열매 조각이 들어간 초콜렛,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만 충분히 그 가치를 하는 초콜렛바입니다. 기회되면 꼭 드셔보시길. 


1) LA Burdick PAVÉ GLACÉ

2) FINE & RAW cacao & cononut chunky bar


이 둘은 뉴욕에서 먹을 수 있는 추천 초콜렛입니다. 


초콜렛 가게에서 시식도 하고, 몇개 구매하고 구경하니 어느새 시간이 제법 흘렀네요. 다시 로베르타스 피자로 돌아왔습니다. 가게 안 풍경. 허름하죠? 동양인도 아직 별로 없고 손님, 직원 모두 100% 백인. 힙스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사람들입니다. 


이탈리아 Forza Forni사의 Pavesi의 벽돌오븐을 사용하는군요. 가스, 장작 두가지 모델이 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작 오븐입니다. 열이 굉장히 균일하게 퍼져서 골고루 익는게 특징인 오븐이라는데, 뭐 다른 오븐도 다 하는 소리긴 하죠. 


오븐 내부,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피자를 3번 먹었는데 장작(Roberta's), 가스(Di Fara), 석탄(Lombardi's). 모두 다른 걸로 구운 피자를 먹었네요. 이런 다양성이 뉴욕 피자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요? 


피자이올로 모두 손에 문신을 한 힙스터 분위기 팍팍 풍기는 사람들입니다. 피자 도우는 로베르타스가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Di Fara의 피자는 테두리는 바삭바삭 독특하지만, 올리브오일과 전기오븐의 영향으로 도우 중심부분이 축축하거든요. 롬바르디스 피자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두꺼워졌고요. 


굽기 전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지 않는 스타일이네요. Di Fara를 제외하고는 모두 올리브 오일을 추가로 뿌리지 않았습니다. 피자 도우는 두 종류의 밀가루를 섞어서 쓰고, 48시간 정도 숙성한다고 하네요. 


로베르타즈 피자의 유튜브 영상 [링크] 중 한장면입니다. 피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피자 한판을 굽는데 보통 90초 정도이고, 마무리로 피자를 공중에 띄워서 잠깐 굽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네요. 이 기술 이름이 뭔지 궁금했었는데 영상에서는 doming이라고 부르네요. 돔형의 피자 오븐 공중에 띄워서 그럴까요? 


안내된 자리도 뭔가 잡동사니로 가득합니다. 


천정 환기배관 크기 좀 보세요. 스파이들 드나들기 충분하죠?


산펠레그리노가 없어서 레모네이드를 한잔 시켰습니다. 콜라 대신 이런거라도 있으면 참 반갑죠. 


오. 기대 이상의 비주얼이네요. 기본인 마르게리따 피자.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치즈가 풍성합니다. 바질이 좀 더 들어가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겉 테두리는 바삭하긴 한데, 과자같지는 않은 바삭함입니다. 디 파라(Di Fara)랑 비교하면, 거긴 정말 과자같이 바삭한 크리스피 도우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죠. 로베르타스는 과자 느낌보다는 피자의 기준으로는 충분히 기분좋은 식감의 도우 테두리였습니다. 도우는 너무 얇아서 흐물흐물하지 않습니다. 다 먹을 때 까지 토마토 소스, 치즈를 받쳐줄 충분한 두께 (그래도 이탈리아 전통을 계승한 뉴욕 스타일 피자답게 아주 두껍게 만들진 않았죠)로 만들어졌네요. 


참고: Di Fara의 도우는 클래식 도우와 비교입니다. 레귤러는 딱딱하지 않아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퍼펙트라고 까지는 말 못해도, 훌륭한 굽기와 맛입니다. 뉴욕 가기 전 두달 정도 서울 이곳저곳 화덕 피자집을 기웃거렸었는데 만족스럽지 못했던 아쉬움을 한 판에 날려버리는군요. 


할라피뇨, 고르곤졸라 치즈, 소세지에 케이퍼로 풍미를 낸 비스트마스터(beastmaster) 피자. 기본이 되는 피자위에 고르곤졸라의 풍미. 거기에 할라피뇨와 케이퍼가 느끼함을 잘 잡아줍니다만, 피자의 맛보다는 부재료의 맛이 너무 강한 듯 해서 아쉬웠습니다. 굽기도 훌륭하고 맛도 아주 좋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상적인 피자'의 맛이 아니더군요. 더구나, 이올로가 굽다 깜빡 했는지 앞서 마르게리따에 비해 익힘이 약간 과했습니다.


피자 메뉴가 다양했지만 배가 불러서 두 종류 이외에는 먹어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로마에서 먹었던 추억 속의 피자를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뉴욕 여행에서 꼭 다시 들려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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