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로베르타스 피자에서 돌아오니 이미 8시가 넘은 시각, 타임 스퀘어와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뉴욕여행은 10일이나 머물렀고, 호텔이 가까워서 오며가며 타임스퀘어를 지나쳐야 했습니다. 사람많고 시끌벅적한 곳은 싫어하지만, 아시다시피 묘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지요. 은연중에 모두가 '여기가 자본주의 세계의 중심' 이라고 생각하는 듯 해요. 아! 중국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죠. 천안문이라고 생각하는 듯. 뭐... 둘쨋날 저녁에 가장 구경을 많이하긴 했지만, 10일 동안 오며가며 찍은 사진들을 이 글에 모아둬서, 시간대는 뒤죽박죽입니다. 


브로드웨이 로드입니다. 바둑판 모양의 뉴욕 거리 중에 이질적으로 사선으로 43km가까이 뻗어있는 도로죠. 맨해튼 구역 내의 길이만 쳐도 21km, 나머지는 브롱크스 등 다른 지역에 속해있는 긴 도로입니다. 다른 길은 다 직선인데 이 길만 사선인 이유가,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라 없애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정착 시절부터 있었고 원래 이름은 인디언이 부르던 Wickquasgeck (뭐라고 읽는거냐?) 였데요. 사진 찍은 위치에서 2백미터쯤 남쪽, 'Pacific Rim'광고판이 있는 지역이 타임스퀘어입니다. 


주말에 열린 브로드웨이의 축제. 


주말 맨해튼에는 길을 막고 축제가 열리는게 다반사입니다. 도떼기 시장처럼 온갖 잡스러운 물건과 음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5분 쯤 둘러보다 물건이나 음식 품질이 형편없어서 구경을 포기했습니다. 


타임 스퀘어의 진면목은 화려한 광고판이 번쩍이는 밤 모습이죠. 10년전 뉴욕에 왔을 때는 소매치기 조심, 밤에도 이 주변에서 어두운 골목은 들어가지마라!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최근에는 치안이 더 안전해져서 걱정안해도 될 거 같네요.  


잘 안찍혔지만 뒤에 삼성광고가 보입니다. 그리고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듯, 중국기업의 광고도 상당수 늘었습니다. Xinhua 뉴스 광고가 뜬금없이 나오고 있더군요. 미국에서 중국뉴스를 저걸로 보진 않겠지만 중국인들에게 이미지 마케팅 효과는 크겠죠. 삼성, 현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도 해외가서 광고판 보면 '아~'하던 때가 있었잖아요?


타임스퀘어 중앙에는 George. M. Cohan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자본주의와 세계 뮤지컬의 중심지에 떡 하니 자기 동상을 세워둔 인생 승리자이긴 한데, 다들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칩니다. 어쩌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좋은 위치에 동상이 있음에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20세기초 뮤지컬의 슈퍼스타입니다. 혹시 이 동상이 누구건지 관심가지고 검색해보신 분? 저 밖에 없더라고요. 제 주위에선. 


뮤지컬, 기업광고, TV 시리즈 광고 등이 상당수입니다. 13 Reasons Why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10대 드라마인데, 타임스퀘어에서 광고를 하네요. 디즈니를 제치고 최고 시장가치를 가진 콘텐츠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좌석 밑의 사무실은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을 할인해서 파는 TKTS 매표소입니다. TKTS가 무슨 뜻이냐고요? 티켓을 파는 곳인데 TKTS를 발음하다보면 티케트스 = 티켓스로 들리죠? 그 의미라고 합니다. tickets 7자 4자로 줄이려고 이름을 저렇게 붙이다니.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에요. 


사실 타임스퀘어라고 부르지만 이 부근은 Father Duffy Square(더피 스퀘어)라고 불리는 타임 광장 속의 또 다른 광장입니다. TKTS 매표소 빨간계단 앞부분에 있는 동상이 바로 더피라는 이름의 주인공 Francis P. Duffy의 동상입니다. 사진에서는 옆모습만 보이지요. 


이건 뒷모습(?)만 보이는 사진인데요, 사람들 사이 높이 솟은 십자가 모양의 비석(?) 앞면에 Duffy의 동상이 있습니다. 직업으로만 보면 브로드웨이에 있는 게 참 뜬금 없는데 뉴욕 보병연대 (The Fighting 69th)의 존경받는 목사, 말 그대로 군종목사였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뉴욕 Holy Cross Church의 신부님으로 일하셨어요. 즉, Time Square가 교구에 포함되어 있었죠. 아니 그 이유만으로 이 비싼 땅에 기념비를 세워줬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텐데요... 이 동상이 세워진 건 1939년입니다. 


당시에도 타임스퀘어 (뉴욕 타임즈 본사가 원래 이쪽에 있어서 타임 스퀘어가 된건 아시죠?) 는 번화한 곳이었지만, 사선으로 치닫는 브로드웨이 때문에 남는 땅이 좀 있었죠. 바로 여기 더피 광장 지역. 위의 사진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보이진 않지만, 길을 따라서 삼각형이 좀 보이긴 하죠? 다른 뉴욕의 도로들과는 달리 대각선으로 지나가는 브로드웨이 탓에 이 삼각형 땅이 공터로 남아있었고, 돌아가신 교회와 가까운 곳에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 빈땅이 여기였던거죠.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자신의 상을 남기신 목사/신부님이 되셨답니다. 뭐 타임 스퀘어가 지금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거고 지금이라면 교황성하 께서도 불가능한 일이죠. 


한 화면에서 한 기업의 광고, 또는 한 상품만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보고 있으면 어지러울만큼 여러가지 광고가 끊임없이 보여졌다 사라집니다. 라인의 캐릭터 광고도 보이더군요. 저 화면 아래쪽에, 라인에서 운영하는 캐릭터 샵이 있거든요.


오션스8의 광고판입니다. 원래 오션스 시리즈가 배우들은 화려하지만 대본이나 줄거리는 헛점이 많고 개판이어서,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인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보게 되었네요. 다행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배경으로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일주일만에 보게 되어서 아! 저기 일주일 전에 갔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만들어서 그나마 괜찮았네요. 하지만...


정말정말정말 거지같은 영화였습니다.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가 진행하는 LATE SHOW 극장입니다. 이 쇼 좋아하시는 분 제법 있을 듯 해요. 입장권을 예약하면 생중계를 볼 수 있다던데 어차피 별 관심이 없어서 구경하지 않았습니다. 

예약링크: https://colbert.1iota.com/show/536/The-Late-Show-with-Stephen-Colbert


오바마도 좋아했다는 쥬니어스 치즈케이크 매장이 타임 스퀘어 부근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별 관심이 없어서 들어가보진 않았네요. 


타임스퀘어 부근, 관광버스가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거리의 섹서폰 악사를 구경하기 위해 멈춰있습니다. 버스 안을 자세히 보세요. 승객들이 한방향으로 앉아있죠? 뉴욕 관광버스는 보통 2층 버스 형태이지만, 극장식 좌석형태로 한쪽 방향만 바라볼 수 있는 버스도 있습니다. 'The Ride'라는 버스투어 프로그램인데요, 한쪽에는 마이크를 쥔 해설자가 '이곳은 어디고..저떻고' 해설을 해주고요. 승객은 극장식 좌석에서 한쪽만 보다 반대 쪽을 못볼 염려없이 구경을 할 수 있는거지요.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아나의 HOPE 입니다. 지나가다 LOVE도 찍은 거 같은데 사진을 못찾겠네요. 


미드타운에서 센트럴파크로 올라가는 길에는 오래된 역사적 건물들이 제법 있습니다. 카네기 홀이 아마 첫손 꼽을 건물이구요. 


Alwyn Court도 도금시대에 만들어진 (1907~1909년 사이) 화려한 장식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현재는 고급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행 중 비가 온 날의 밤, 맨해튼 전체가 짙은 안개로 뒤덮였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정말 몽환적이고 어떻게 보면 SF 영화를 보는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높은 건물의 꼭대기는 안개와 구름으로 감쌓였고, 뭔가 지구 멸망의 전조를 보는 듯 했다니까요. 


가로등과 빌딩의 조명이 안개 속에서 빛이 납니다 .


타임 스퀘어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찍은 것. 광장 전체가 안개와 빛으로 쌓여 있는 듯 합니다. 


뉴욕 여행중, 안개가 있는 날을 만나면 꼭 나가보시길, 정말 몽환적이고 볼만합니다. 

맨해튼을 돌아다닐 때 가끔 맨홀에서 엄청난 증기가 뿜어져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맨해튼의 난방방식은 지역난방입니다. 맨해튼에 3곳 등 뉴욕시의 총 5곳에 있는 스팀 공장(steam generating station)에서 증기를 생산해서, 맨해튼 지하에 깔린 파이프를 통해 전송합니다. 


[구글 지도 캡쳐, 75번가 Con Edison의 스팀 플랜트, 주변의 건물에 비해 무척 낡았다.] 

증기를 생산하는 회사 이름은 Consolidated Edison. 흔히 콘 에디슨이라고 부르는 회사인데요, 예! 전구를 발명했다고 나오는 그 에디슨 맞습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뉴욕시의 백만이 넘는 가정, 건물에 전기, 도시가스, 그리고 난방용 스팀을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를 통해서 보내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한전, 한국가스공사 같은 정부의 입김이 강한 회사들이 이 일을 하지만, 미국은 지역별로 사설업체가 하고 있지요. 어쨌든, 맨해튼 지하에 있는 스팀 파이프들은 최대 100년까지 된 것들이라 오래되어서 스팀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파이프 파열로 새어나온 가스는 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맨홀로 터져나오는데, 뉴욕 특유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까르띠에 빌딩입니다. 오션즈 8에서 까르띠에 소유의 목걸이를 훔치는 게 주요 스토리였죠. 거지같은 스토리에 거지같은 연출이긴 했습니다만, 일주일 전에 여행한 곳이 나오니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영화만 거지같지 않았어도 더 즐거웠을텐데. 


흔히 민들레 홀씨 모양 분수라고 불리는 형태입니다. 6번가 쪽, LOVE 건너편에 있는데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물안개가 날아와서 대부분은 꺼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독특한 모양의 분수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호주의 건축가 로버트 우드워드(Robert Woodward)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디자인은 했지만 특허를 취득하지는 않은 모양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복제되서 사용되는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분수도 어느 회사가 복제한 것이겠죠.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져있던 라디오시티. 록펠러센터에 딸린 공연장입니다. 

땅값이 비싼 뉴욕에는 운동장이나 강당이 없는 작은 학교들이 많습니다. 어느날 지나가다 보니 어느 학교가 뮤직홀을 빌려서 졸업식을 하더라구요. 한국으로 치면 예술의 전당에서 졸업식하는 학교랄까요? 


록펠러센터 카페, 섬머가든앤바(Summer Garden and Bar)의 모습입니다. 여름에는 이렇게 간단히 음료, 술을 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되고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사용되지요. 


금빛 번쩍이는 프로메테우스의 상, 록펠러 센터에는 두 그리스 신의 상이 있는데,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 


지구를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가 유명합니다. 뭐 아틀라스는 신은 아니군요. 


최근에 새로 생긴 안셀름 키퍼(Anselm Kiefer)의 Uraeus라는 작품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날개 달린 책인데요, 독수리와 코브라는 이집트 고대신들을 상징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국경없이 지식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세인트 페트릭스 성당. 뉴욕 대교구 성당이며 뉴욕을 대표하는 종교건물이기도 합니다. 1878년 완공된 역사가 오랜 건물이기도 하죠. 실제 착공은 1858년이었는데 중간에 남북전쟁 때문에 공사가 잠시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겉은 둘러쌓고 있는 돌은 이탈리안 대리석아 아니라 가까운 미국에서 나는 Tuckahoe, Le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크림색 대리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면 약간 금빛나는 대리석과 회색 대리석이 섞여 있죠? 최근 9년간 외장 대리석 등 많은 부분을 수리했는데, 100년전에 나던 대리석 광산이 폐광되어 조지아 주 쪽에서 나는 회색 대리석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네요.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대성당의 모습은 참 이질적입니다.


밤에 찍은 모습


대교구의 성당 답게 유럽 어느 도시의 대성당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정도로 규모가 웅장합니다. 


한국 성당들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하지만, 일반 신도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와 딱 구분되게 거대한 기도실과 제단이 있는 구역이 따로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정말 화려함의 극치여서, 로마 카톨릭이 이로부터 몰락하고 신교가 생긴 이유가 절로 짐작될 정도죠.


제단밑의 기도실이라기보다는 묘지, 성당에서 모시는 성인들 - 뉴욕 주의 추기경, 대주교들의 유해가 있다고 하는데, 특이한 것은 피에르 투쌩(Pierre Toussaint)이라는 해방 노예이자 나중에 재산을 모아 자선을 많이한 분의 유해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분이 돌아가신게 1853년인데 당시 흑인 = 노예였을텐데 참 대단한 일이다 싶어요. 


성당의 제단입니다. 


성당 실내에서 본 웅장한 입구. 반대쪽의 정면을 깜빡하고 찍지 못했습니다. 대략 4.5톤 정도되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문입니다. 앞에는 여러 성인들의 부조가 붙어있는데 인디언(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최초로 성인 칭호를 받은 Kateri Tekakwitha등 미국에 관계된 성인들이라고 하네요. 


기도실, 벽의 모자이크는 성 파트리치오로 짐작됩니다. 이 성당 이름 성 패트릭스의 실제 주인공이지요. 좀 불경한 말이지만 아일랜드의 수호신인만큼 여기서 맥주를 마셔도 용서할거라도 누가 그러더군요. 


세레를 하는 곳입니다. 뒤에 아기를 안은 어머니와 세례를 하는 성자의 부조가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알려주네요. 앞에 있는 돌로된 Baptistery(세례용 물통)을 비롯해서 이 공간을 설계한 이는 미국 초기시대 유명한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존 라포지(John La Farge)가 설계했다고 하네요. 이 사람이 MET 뮤지엄 창립에도 일정한 역할을 했답니다. 뭐 이사람의 주 수입원은 초상화와 남의 집 창문에 스테인글라스를 그려준 거긴 했지만요.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입니다. 교회 건설 때 만들어진 오르간은 이미 교체된지 오래이고 2개의 거대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는데, 파이프 수가 무려 9838개라고 합니다. 


제단 쪽에서 바라본 입구. 


기둥에서 뻗어나간 아취의 형태가 특이하지요? 여러개의 아취를 얽듯이 해서 더 튼튼한 지지대를 만드는 건축기법입니다. Rib-Vault(갈비뼈스러운 아취)라고 부르는 방법이죠. 


영국 성당 양식에 따라 여러개의 제단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제단은 (세례 제단을 제외하고) 로마 예술가 Paolo Medici가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메디치가 사람이지만 1600년대 동명의 메디치와는 다른 사람이지요. 


제단마다 대리석, 모자이크,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네요. 미국 맨해튼에서도 정말 이질적인 장소입니다. 갑자기 영국이나 유럽의 어느 성당으로 순간이동한 느낌이에요. 


교회를 구경하고, 미드타운을 좀 더 쏘다니다 호텔로 와서 쓰러졌네요.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