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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셋째날. 일어나보니 비가 오더군요. 그렇게 세차게 내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목적지까지 택시 (=Lyft)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이 날은 구겐하임 미술관, 노이에 갤러리 두 곳을 가볼 예정이었는데, 여기가 타임 스퀘어 쪽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는게 아주 편한 곳은 아니거든요. 적어도 비오는 날에는요. 


출발지가 타임스퀘어라 가정하고, 대중교통으로 뮤지엄에 가려면, 보통 구글 지도가 3가지 경로를 소개해 줍니다.


1) 메디슨 애버뉴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올라감. 

2) 좀 더 멀리 렉싱턴 애버뉴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올라감

3) C 라인을 타고, 가고 싶은 뮤지엄 위치에 따라서 81번가 (MET), 86번가 (Guggenheim)까지 간다음 (내리면 Upper West Side)걸어서 센트럴파크를 건너감


어느 경로를 택하든 1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신발이 방수가 아니었기에 아침부터 걷다가 양말이 물에 젖으면 찝찝하겠다 싶어서 이날은 차를 부르기로 한거지요. 


비오는 맨해튼의 아침, 맑은 날은 아침부터 관광객이 무리를 지어 우르르 지나가던데 이날은 조용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이지만 맨해튼은 맨해튼, 교통이 수월한 건 아닙니다. 비가와서 조금 더 막히는 느낌. 실제로 간 경로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막혀서 중간에 조금 돌아갔어요) 대력 20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습니다.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New York)  입구.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뮤지엄의 입구에서 출입자는 보안요원의 검문 검색을 받아야 하는데, 미술관마다 보안 정책은 조금씩 다릅니다. 


1) 입구에서 가방을 열어보여야 한다. 작은 손가방도 예외는 없다. 단 가방이 없으면, 줄 설 필요 없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뭐 작은 가방 정도는 안열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보안요원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2) 대부분 가방을 맡기길 권한다. 작은 미술관일 수록 강제사항이다. MET, MOMA처럼 큰 곳은 안맡겨도 되는데, 대신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매야한다. 

3) 노이에 갤러리의 경우, 물을 가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다른 곳은 물을 가방에 넣어 보관실에 맡기면 되는데 노이에 갤러리는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덕분에 가방에 넣어둔 물을 몇모금 마시지도 못하고 (아침 첫 코스였어요) 버려야 했습니다. 이런 억울할데가 있나요?


졸지에 물을 날려버렸지만, 언제까지 어두운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는 법. 잊고 힘내서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갤러리 1층에 있는 카페 사바스키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는데, 제가 읽었던 블로그 리뷰에서는 사람이 많아서 엄청 기다린다더니 비가와서 그런가? 좌석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카페 사바스키는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커피와 굴라쉬같은 오스트리아 음식으로 유명한데, 일단 동행분은 커피를 시켰습니다. 저는 마시지 않아서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맘에 들었다고 하네요. 이 가게에서 유명한 커피가 Winer Melange인데요, 에스프레소 샷, 그리고 커피잔이 커서 보통 아메리카노 샷보다는 좀 더 묽게 나옵니다. 그리고 특징은 커피를 덮고있는 두터운 우유 거품이죠. 


오래된 카페 분위기가 나네요. 옷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신문을 나무 틀에 끼워서 옷걸이에 걸어둡니다. 원하는 사람은 자리에 가져가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서비스가 있는 레스토랑 혹은 카페는 뉴욕에서도 여기 뿐이지 않을까요?  


읽을거리 잡지도 많이 가져다 두었네요. 


좌석도 서빙도 일반적인 미국 스타일 브런치와는 많이 다르죠? 주문을 하는데,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페 사바스키에서 유명한 굴라쉬(Gulaschsuppe)는 11시 부터 주문할 수 있고, 그 전에는 디저트와 아침전용 메뉴만 시킬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많이 없었구나.


뭐 어쩔 수 있나요? 아침 메뉴로 만족하는 수 밖에.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미국스러운 메뉴들을 먹게 생겼습니다. 


오믈렛과 베이컨


계란 프라이 2개와 바바리안 햄(Bavarian Ham)


브리오쉬


쨈, 꿀, 버터


음료수로는 직접 짠 오렌지주스. 이거 여기서 오렌지주스를 짜서 주는 거 같은데, 플로리다에서 기막힌 주스를 먹어본 저로서는 이 정도로는 감탄하지 않습니다. 아침식사 메뉴라지만 대충 만든 것은 아니고, 잼, 꿀, 버터 모두 괜찮은 수준이라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여기 온 것은 굴라쉬를 먹으려고 온 것이 아니었죠. 디저트에 있는 애플 스튀르델. 그리고 자허토르테를 먹으러 온거죠. 우선 애플 스튀르델입니다. 


흠... 아쉽네요. 나쁘지는 않은데 아주 솜씨있게 만든 건 아닙니다. 패스트리는 바삭바삭한 느낌이지만 안에 쓴 사과가 그렇게 맛있게 조리되지 않았더군요. 


자허 토르테대신, 이 곳의 명물이라는 클림트 토르테를 시켰는데 실패했네요. 그냥 도보스 토르테(Dobos Torte, 헤이즐넛 + 쇼콜라 케이크)인데 이름만 그럴듯하게 바꾼거였고, 헤이즐넛의 씹히는 질감, 전체적인 당도, 초콜렛의 향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예전 마이애미 유로파카페에서 먹었던 도보스토르테가 오히려 더 좋았지요. [링크]


브런치를 드시고 싶은 분은 꼭 추천까지는 아니지만 한번 가봐도 큰 불만은 없으실 듯 합니다.


디저트를 다 먹고 뮤지엄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접수대만 촬영 가능하고, 그 외 지역은 금지라 눈으로 열심히 보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노이에 갤러리 홈페이지, 미술관 건물 전경]


뉴욕의 소규모 박물관이 흔히 그렇듯, 이 미술관도 도금시대 1914년 지어진 호화 주택을 개조한 것입니다. 플로리다에 갔을 때 플래글러 뮤지엄에 들린 이야기 [링크]를 쓴 적이 있었는데, 플래글러 팜비치 맨션을 설계한 회사가 까레라 & 헤이스팅스였었는데, 도금시대 당시 여기저기 활약했는지 이 노이에 미술관도 그 회사에서 설계한 건물을 개조한 것이라 하네요. 


Gustav Klimt 046.jpg

By 1. The Yorck Project (2002) 10.000 Meisterwerke der Malerei (DVD-ROM), distributed by DIRECTMEDIA Publishing GmbH. ISBN: 3936122202. 2. Neue Galerie New York, Public Domain, Link

[사진은 위키 EMBED기능으로 가져왔습니다.]


노이에 갤러리는 구스타브 클림트의,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의 소재로 쓰였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으로 유명합니다. 2000년대 초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을 낙찰받은 로널드 로더 (엄마가 에스티 로더)는 원소유주인 아델레 블로흐의 조카가 "누구든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낙철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2006년 노이에 갤러리를 오픈합니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니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을게요. 


비가 약간 오는 날 이그림을 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햇살이 쨍한 날과는 전혀 다른 날씨가 주는 빛이 이 그림을 덮고있는 금박과 만나면서 뿜어나오는 묘한 일렁임은 뉴욕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다음 번에도 또 가서 이 그림을 한 참 보고 있고 싶지만... 사실 이 그림을 계속 바라보고 있기는 좀 힘들어요. 이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고 자꾸 앞으로 끼어들어가서 감상을 방해하거든요. 


노이에 갤러리를 다 보고, 구겐하임으로 이동합니다. 하루 2 미술관, 대도시의 장점이죠. 


결론

1. 노이에 갤러리: 클림트를 좋아하면 꼭 가셔야 함

2. 카페 사바스키: 뉴욕에서 운치있는 브런치를 드시려면 좋음. 단 맛은 모든 브런치가 그러하듯 인상에 남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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