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첫날은 도착해서 정신없이 자고, 둘쨋 날입니다. 장거리 비행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피터 루거를 예약해 두었기에 피로를 추스리고 일어났습니다. 도쿄에 비해 뉴욕의 좋은 점은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 '부지런하기만 하면'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도쿄 여행 준비를 했을 때는 일본어가 안되는 손님은 받지 않거나, 지인이 아니면 예약이 안되거나.. 어쩌고 하는 레스토랑이 많았는데요 인터넷 예약이 일반화된 뉴욕에서는 여행 계획을 일찍 짜면 예약이 어려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일본 흉내를 내서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Chef's Table at Brooklynfare 정도겠네요. 하지만 이 식당의 메뉴는 지나치게 일본화 되어 있어서 굳이 뉴욕까지 가서 이걸 먹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도 없었고 예약할 계획도 없었습니다.


주말이라 브루클린으로 가는 지하철이 제시간에 오질 않아서, 한참 기다리다 결국 리프트를 탔습니다.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지날 때 찍은 사진입니다. 뉴욕 지리는 대충 아시지요? 맨해튼 섬이 가운데 있고 동쪽이 브루클린, 서쪽이 뉴저지입니다. 뉴저지와 맨해튼 섬 사이의 강이 '허드슨강'이고, 브루클린과 맨해튼 사이에 동강(East River)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동강 건너 브루클린 지역은 비네거힐(Vinegar Hill) 이라 불리는 곳인데 아일랜드 사람들이 많이 살던 곳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비네거 힐은 아일랜드 동쪽 지방의 지역 이름이고, 영국의 압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전쟁의 무대이기도 한 곳입니다. 아일랜드가 졌었지만요.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자 마자 보이는 피터루거 레스토랑 안내, 10년만에 다시 보는군요.


11시 45분 문을 여는 데, 줄이 벌써 깁니다. 대기자 중 중국인이 상당수 있더군요. 하도 중국 손님들이 많이와서 피터 루거에서 중국인은 별도 공간으로 몰아서 대충 서빙하다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그만두었다는 썰이 있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피터 루거 앞. 이 도로이름도 Broadway입니다. 


피터루거 앞에 있는 윌리엄스버그 저축은행 건물. HSBC은행과 합병되어 은행 자체는 없어졌지만, 고딕 돔형양식으로 1875년 지어진 이 건물은 뉴욕시 보호 건축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뉴욕 답게 여기저기 그래피티(Graffiti)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티스트 급의 벽화는 시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건물주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지웠다가는 벌금을 물 수 있다고 하네요. 5Pointz라는 오래된 건물을 재개발하려했는데, 그래피티 작가들이 건물 벽화가 예술품이라고 보호해달라고 해서 건축허가가 한참 늦춰졌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재판 끝에 개발허가가 나긴 했지만, 빡친 주인이 예술가에게 '아무런 고지없이' 예정되었던 날짜보다 일찍 그래피티를 지우는 바람에 45명의 작가에게 일인당 1.5억원씩 보상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피터루거에 내부. 이날 겪은 바로는 백인, 유색인을 별도로 앉게하지는 않는 모양이네요. 폐기했는지, 한 동안 정말 그렇게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런 빵. 미슐랭 별 1개이기는 하지만 스테이크 이외에 다른 요소는 사실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저 그런 버터. 뭐 먹지 못할 정도라는 건 아니구요. 


피터루거에서 꼭 시켜야하는 베이컨 메뉴. 두꺼운 베이컨을 그릴에 잘 구워주는데 이게 참 별미입니다. 


소스를 가져다 주고, 


포트하우스 2인분용이 나왔습니다. 피터루거에서는 참 고민하게 되는게 립아이를 함 시켜볼까? 포트하우스를 시킬까 하는 건데요, 자주 오는 곳도 아니고 이 집의 대표메뉴가 포트하우스라 항상 이걸 시키게되네요. 안심, 등심을 고루 맛볼 수 있습니다. 


피터 루거의 스테이크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서빙됩니다. 


1) 30일 정도 드라이에이징한 US 프라임급 블랙 앵거스 고기를

2)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고 (드라이에이징이므로 소금을 미리 뿌려서 여분의 수분을 더 뺄 필요가 없음)

3) 브로일러(윗불)에서 1차 초벌구이

4) 접시에 녹여서 액체상태인 버터를 듬뿍 뿌리고 초벌구이한 스테이크를 그 위에 올려서

5) 고기를 자른다 (위의 사진처럼 미리 잘라둔다는 의미)

6) 접시 + 버터 + 잘라진 스테이크 상태로 센불로 한번 더 구움

7) 레스팅 없이 바로 뜨거운 접시 째로 손님에게 서빙

8) 손님 접시에 고기를 올려주고 접시위에 있는 뜨거운 버터를 스푼으로 부어줌

 

링크: 피터루거의 포트하우스는 왜 맛있는가(번역글)


미디움 레어로 요청한 멋진 선홍색 스테이크의 속살.. 


충분히 맛있습니다. 풍미도 좋구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손님에게 주는 기념품 초콜렛. '비트코인'입니다. 이러면서 테이블위에 놓고 가더군요. 


스테이크로는 손꼽는 집이고 맛있습니다. 다만 다른 메뉴나 디저트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고기 이외의 만족도는 높지 않는 곳입니다. 뉴욕에 갈 때 마다 꼭 방문하던 곳이었지만 다음부터는 이 집을 빼고 다른 레스토랑들을 방문하게 될 것 같네요. 스테이크만 우걱 우걱 먹기보다는 전채부터 다채롭게 주는 방식이 더 맘에 들거든요.  


그래도 뉴욕에서 미국식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분께는 다른 집을 추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다른 집은 가본적도 없으니까요.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