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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시간이 거의 다 되어, 그래머시 태번으로 이동합니다. 파머스 마켓을 오래 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먹는게 우선이지요. 


가는 길에 본 스시집, Sugarfish에 들어가기 위해 생긴 긴줄. 아래 쪽 피자 프레스카의 줄이 아닙니다. 뭐, 미국에 산다면 몰라도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 뉴욕에서 스시를 먹고 싶지는 않네요.


지나가는 길에 본, 루즈벨트가 태어난 집. 


그래머시 태번은 공간은 하나지만, 좌석은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안쪽은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좀 격식있는 분위기입니다. 예약하면 우선 이쪽 좌석으로 안내해 주더군요. 


예약없이 와서 캐주얼하게 먹는 사람들은 바와 그 주변자리로 안내됩니다. 안쪽 좌석과 Bar 주변 좌석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특히 햇볕이 있는 오후에는 그 차이가 큽니다. 캐주얼한 좌석은 꽃도 많고, 빛도 환하지만 안쪽은 좀 어둡고 격식있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캐주얼한 좌석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The Daily Meal에서는 이 식당을 한 지붕아래 미슐랭스타 레스토랑과 캐주얼한 Tavern이 공존한다고 묘사했는데 딱 맞아떨어지네요. 


동행분이 시킨 점심 메뉴. 키쉬류였는데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나쁘지 않았던 기억. 


Pork Schnitzel, Potato, Apple, Mustard Greens. 

동행분이 시킨 메뉴라 맛만 조금 봤는데 맛있네요. 버거를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납니다.


Tavern Burger, Cheddar, Bacon, Chips

하지만 저는 오직 '버거'하나만을 바라보고 그래머시 태번에 왔는지라 꿋꿋이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뉴욕 식당 중에서도 상위급. $32에 버거, 감자칩뿐인 심플한 구성입니다. 콜라는 따로 시켜야해요.


상당히 맘에 들었던 감자칩. The Spotted Pig의 감자칩에 밀리긴 했지만 이것도 맛있네요.


버거 크기는 작지만, 패티 두깨는 상당합니다. 조리가 힘들텐데 상태도 완벽하구요. 과하지 않은 베이컨과 치즈도 맘에 들었습니다. 최근 버거에 두꺼운 베이컨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베이컨은 그저 거들뿐! 인게 제 취향입니다. 저 베이컨도 레스토랑에서 직접 훈제해서 만든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얼마나 저임금 노동력을 갈아 넣는거냐?


패티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드는데, 어깨살(Chuck) 50%, 양지(Brisket) 30%, 갈비본살(Short Rib) 20%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지방과 살코기가 적당히 섞인 풍미가 좋네요. 식감도 맛도 훌륭합니다. 뉴욕에서 먹은 버거 중에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버거 중에서도 (제가 직접 만든것 제외) 최고네요. 


패티 자체의 고기 품질은 일본 와규로 만든게 더 좋은지 몰라도 햄버거의 패티로 가장 어울리고 맛있었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래머시 태번입니다. 가령 와규를 써서 패티가 좋다는 도쿄 다이칸야마 Henry's Burger와 비교하면, 고기의 진한 맛은 와규를 쓴 Henry's가 더 좋을지 몰라도, 버거의 맛과 만족감으로는 그래머시 태번을 못따라 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햄버거 패티라는게 지방이 많아서 기름이 뚝뚝 흐른다고 맛 좋은게 아니더라구요. 


그래머시 태번이 맘에 들었던건 입구와 한쪽 벽에 꽃장식이 많았다는 겁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최상급 상태의 꽃들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예산문제겠죠?) 전체의 조화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주인이나 점원이 사와서 꽃아두는 건 아니고, 전문 플로리스트 Robert Bendavid가 장식을 전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버거만 먹었지만 분위기나 서빙도 맘에 들고, 맛도 좋아서 다음 뉴욕 방문때는 꼭 여기서 디너를 경험해 보고 싶네요. 간단히 점심을 먹고 미술관을 보러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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